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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사전을 찾아보면 불면증을 ‘잠이 잘 오지 않은 병증’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좀더 경험적으로 들어가면 불면증은 단순히 잠이 잘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잠을 이룰 수 없는’,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은 괴로운 증상’이 더 잘 어울린다.

 

불면증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은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의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없다. 몸은 피곤에 늘어져 축 쳐지고 머리는 몽롱한데 막상 잠을 자려하면 잠은 오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이 물속을 유영하는 피라미 떼들처럼 꿈틀댄다. 때론 어둠 속 물안개처럼 혼몽의 상태 속에서 허우적댄다.


그래서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머리가 무언가에 닫기만 하면 금세 코를 드르렁거리며 잠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이다. 얼마나 부러우면 잠 한 번 실컷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는가.


그럼 불면증, 그거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결론은 '글쎄다'이다. 경험에 의하면 완화시켜주는 방법은 있다. 한때 난 잠이라는 걸 제대로 자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써봤다. 수면제 같은 거 먹는 거 빼곤 말이다. 먼저 몸을 혹사시키듯 운동을 하든가 노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이나 노동을 지나치게 하다보면 잡념이 없어진다. 아니 잡념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으면 잠은 절로 든다.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은 잠을 자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여러 잡생각이 실지렁이처럼 뇌 여기저기를 갉아먹듯 기어오른다. 그러면 미칠 일이다. 이 잡념이라는 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있으면서 절대 입을 벌려 놓아주지 않는다.


또 이놈의 특징은 잠깐 잠이 들었다가도 새벽 세 네 시에 잠이 깨면 다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잠을 청하려 눈을 감으면 다시 실지렁이 같은 잡념들이 ‘너 자지마. 너 자게 놔둘 수 없어.’ 하며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 놔두지 않는다. 그러면 비몽사몽도 아닌 채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까지 헤매고 허우적대고 만다. 그렇게 일어나고 말면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해서 이번 기회에 불면증이라는 놈이 대체 어떤 놈이고 이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읽은 책이 제목도 무시무시한 <불면증과의 동침>이다. 부제로 ‘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에는 그러나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했다.


불면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자의 처절한 분투와 다양한 임상실험들의 연구들과 예화들이 나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직접적인 해답, 불면증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얻은 것은 불면증이라는 것이 대부분 심리적 기질의 일부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불면증이 ‘심리 생리학적 불면증’이라는 것이다.


사실 현대인은 불면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거의 완벽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전기를 이용하면서 밤은 길어졌다. 대신 수면시간은 줄어들었다. 주위를 돌아보면 온갖 것이 수면을 방해하는 것들뿐이다.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인터넷을 한다. 밖으로 나가면 늦게까지 불 켜진 불빛 아래 술을 마신다. 또한 자동차 소리를 비롯한 온갖 소음들이 수면을 방해한다. 또한 안팎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모든 것들이 현대인의 수면을 방해하고 심하면 불면증에 걸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 대부분이 불면증 환자여야 한다는 소리냐 하고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심리적인 개인차가 많이 작용한다.


지금이야 잠을 자고 있지만 나 또한 그 불면증의 마법에 걸려 온갖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나중엔 병원에도 가봤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특별한 약이 없다. 다만 소개하고 싶다면 한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조금은 불면증이라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그 한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과 빛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잠을 자보라고. 그러나 그런 공간을 마련하기엔 게으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워 하지 않았다. 


다만 꾸준히 걷기 운동을 했다. 할 일이 있어도 잠이 오려하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책에서 불면증의 한 현상이 ‘심리 생리학적 불면증’이라고 말하듯 생각을 버리면서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도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해보라고 한다. 잠을 억지로 청하지 말고 ‘새벽을 재창조하라고.’


불면증은 저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새벽에 눈을 뜨고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불면증의 하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대담하게 이렇게 말해보라.


‘잠, 이거 꼭 자야하나. 이 시간에 난 다른 일을 할 수 있잖아.’


그렇게 편안하게 맘을 먹으면 잠이라는 녀석이 절로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잘 준비가 됐을 때 다른 일들을 생각하지 않도록 심리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다.


혹 그러지 못한 경우에 조용한 방에 들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종이에 적어보라. 수면제 같은 약에 의존하지 말고 말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불면증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불면증과의 동침 - 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

빌 헤이스 지음, 이지윤 옮김, 사이언스북스(2008)


태그:#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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