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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과 태극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과 태극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과 태극기.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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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한 몸이다.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의 검사가 지휘복종의 통일적 조직체를 이루고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핵심내용이다. 수년간 검찰조직에 몸담고 있다 보면 이 원칙이 몸에 밸 것이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검사장이나 부장검사의 지시에 이의를 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시의 부당함을 말하고 싶어도 상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명령의 부당함이 보여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자신의 앞날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으므로. 그러다 보면 조직의 보스가 정치적이면 다들 정치적이 된다. 지금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런 모습의 무기력한 검찰조직을 보고 있다.

노무현에게 맞장 뜨던 객기는 어디로

5년 전을 되돌아보자. 젊은 검사들은 전국적으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을 호기스레 외치며 날을 세웠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맞장토론에서 대통령을 호통치던 객기도 보여 주었다. "막 가자는 것이냐"며 불쾌해 하던 대통령에게 할 말 다하는 겁없음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발 앞서가고 평검사들은 코드 맞추기에 부산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말없이 복종할 뿐이다. 검찰의 변신이 애처로워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수사 인력이 모자라 쩔쩔 맨다면서도 검사를 5명씩이나 투입하여 방송프로그램을 수사하고, "인터넷 광고 안 싣기 운동의 불법성을 수사한다"며 전국의 형사 부장검사를 모아놓고 다짐까지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자기 사람으로 심고자 하는 청와대의 의중을 살펴, '임기보장'을 이유로 버티는 공기업사장이나 연구원장의 비리를 캐는 수사에 동원되기도 한다. 

노무현,검사와의 대화,평검사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 그 때 그 젊은 검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직시절인 2003년 3월 9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모습.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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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 PD수첩 > 표적수사 정치검찰 규탄대회'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근조 정치검찰 사수 공영방송'이라는 검은 천을 세로로 내걸었다.
 8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PD수첩 표적수사 정치검찰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근조 정치검찰 사수 공영방송'이라는 검은 천을 세로로 내걸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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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욱한 우리는 이제야 알았다. 5년 뒤에 알게 된 것이다. 정치적 독립을 외칠 때에도 대통령이 누구인지, 법무부장관을 누가 임명했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5년 전의 겁 없음과 호기는 "대통령, 너 맘에 안 들어"라는 무시와 불만의 표출이었음을. 우리는 '그 때 그 기개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이루어내는 힘이 되겠구나' 착각했다. '역시 젊은 혈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구나' 하는 헛된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선 검찰은 어떠한가. 정치적 독립을 이뤄낸 '큰 검찰'이 아니라 권력 앞에 나약해진 '작은 검찰'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전면수사' '끝까지 추적수사' 등 겁나는 단어를 열거하며 언론에 등장하는 비장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그들 앞에서 충성을 서약하는 왜소해진 검사들만 보일 뿐이다.    
  
대통령이 "인터넷이 독일 수 있다"고 역기능을 얘기하자 권력기관이 앞 다투어 나선다. 국세청까지 '세무조사' 운운 한다. 대기업인 광고주의 업무를 방해한다며 건강한 소비자운동을 불법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운동이 광고주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수사권을 '국민 겁주기·엄포놓기' 용으로 함부로 쓰고 있는 검찰이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전방위로 옥죄니 죄 없는 자도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극히 일부를 침소봉대하여 전체인 양 부풀리는 기술이 뻥튀기 장수 이상이다.

광우병괴담도 전면수사의 대상이 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수사결과가 어떠한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엄포성 수사는 결국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은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검찰만 모른 척 한다. 그때 그때 다른 검찰, 과연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대통령에게 약하고 국민에게 큰 검찰

 하태훈 교수(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하태훈 교수(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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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관된 검찰을 보고 싶다. 5년 전처럼 대통령에게 대드는 검사들을 보고 싶다. 그런 검찰이라면 정치권이 눈치를 주더라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에 기웃거리지 않고 옳다고 판단하는 바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모양이다. 보이지 않게 청와대와 연결되어 있는 검찰이 늘 수상하다. 민정수석비서관을 전직 검사출신으로 둠으로써 그 끈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이 정권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애시 당초 글러 먹은 것이라고, 씁쓸하게 또 희망을 접어야 하나 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하태훈 교수가 '인터넷참여연대 통인동창'코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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