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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정부가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 대한 국민적 논의나 합의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평화적 통일 실현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6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마치고 로버트 게이트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가족 동반 3년 근무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방침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동북아에서 갖는 전략적 함의가 대단히 크다.

 

이미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한미동맹을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일컬으면서 한미관계의 전략동맹화에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러시아 역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강화가 '동아시아판 나토'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 역시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 계획에 반발해왔다.

 

통일 이후에도 미군 주둔 위한 포석

 

 

한국을 위험 지역으로 분류해온 미국은 주한미군의 근무 기간을 1년으로 삼아왔다. 또한 일부 장교를 제외하곤 가족 동반도 금지해왔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 어느 누구도 한국을 전쟁 지역으로 생각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게이트 국방장관의 발언이 보여주듯, 미국은 한국 근무의 위험도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판단의 기저에는 한미연합군의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와 함께, 용산기지와 2사단을 평택으로 후방 재배치하기로 함으로써, 주한미군이 북한의 장사장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깔려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군 기지 재배치와 근무 기간 연장은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위한 핵심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6월 3일로 임기가 끝난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3년 근무 프로그램'이 북핵 문제의 해결, 평화협정, 북미 관계정상화는 물론 심지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집으로 오게 하지 않고 한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와 국방부 일각에서는 3년 근무 프로그램이 추가적인 예산 지출과 미군 운용의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벨 사령관은 숙소 건설 등 추가적인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이 부담할 것이고, 이미 주한미군이 '순환배치군'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유연성 확보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게이트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가족 동반 3년 근무 프로그램의 추진 의사를 밝힘으로써, 미국 내부의 정책 결정은 일단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군당국 역시 근무 기간 연장이 한미동맹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 영구 주둔과 한반도 통일, 양립할 수 있나?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돈'과 관련된 부분이다. 동반 가족이 지낼 숙소를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미국은 한국이 상당 부분 부담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기지 이전 비용 한국측 부담액이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반환기지 환경 치유 비용도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통일 문제에 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핵심적인 주둔 근거는 북한의 위협 및 한반도 정전체제에 있었다. 북한의 위협이 해소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대체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도 위축된다.

 

반면 3년 근무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미동맹의 제도화 수준을 크게 높이면, 주한미군 장기 주둔의 '관성'이 강해진다. 3년 근무 프로그램이 한반도 평화체제 및 통일 시대에 대비한 '예방적 제도화'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보장받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반작용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이들 세 나라는 미국의 의도가 한미동맹 주도로 한반도 통일을 완성하는 데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을 나토의 동진과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미동맹의 북진을 초래할 한반도 통일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한반도가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 압록강과 두만강을 각각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더욱 중요해진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강화 추세가 나타나면, 북-중-러 삼각관계도 강화되는 메커니즘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과 반작용이 되풀이되면,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환경 조성은 더욱 어려워진다. 63년 전 외세에 의해 강요된 38선은 남북한의 분단선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세력균형선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의 세력균형선으로 기능해온 38선을 거둬내지 못하면 한반도 통일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진정 19-20세기와는 다른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한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내일신문 6월 5일자에 기고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 '21세기의 한미동맹은 어디로'(한울)을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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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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