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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3일 '발표문'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교과부 고위 간부들이 국가 예산을 자신들의 모교에 지원한 것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남아 해외연수 중 일부 시의원들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진 충주시의회도 23일 오후 '사죄의 글'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믿지 않았다. TV 광고 CM송 개사본도 나왔다.

"비리 걸리면 유감표명 함 되고~ 잘못 했으면 오해였다고 하고~ 하루가 너무너무 심심하면 국민 속 한번 후벼 파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뭔 놈의 나라가 죄짓고 사과만 하면 장땡이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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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이 같이 불신을 표하는 이유는 이들의 사과가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국민 앞에 완전히 고개를 숙인 것은 아니었다.

교과부는 유감 표명에 앞서 "스승 존중 풍토를 진작시키기 위해 모교 방문을 추진해왔고 올해는 실·국장들에게 모교 방문을 권장하기 위해 특별교부금에서 도서기금 등을 지원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이러한 지원은 관행적인 것이었다"고 변명했다.

특히 "관행적인 지원"이라는 교과부의 해명이 엉터리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23일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교과부는 장·차관 등이 일선 학교를 방문해 지원금을 내놓긴 했지만, 방문 학교 선정은 시도교육청의 추천 등을 통해 이뤄져 올해처럼 자신의 모교를 방문해 사사롭게 지원하는 일은 없었다.

충주시의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충주시의회는 "해외 연수와 관련해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연수기간 중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소집, 진상 규명과 함께 합당한 조치를 취해가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의혹을 받고 있는 시의원들의 소명이나 사퇴 의사는 이날 사죄의 자리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이러니 해명 한 번 내놓을 때마다 비판이 우수수 쏟아진다.

"뭔 놈의 나라가 죄짓고 사과만 하면 장땡이야?(음악과 향기)"
"매일 매일 사과하는 소리만... 365일 사과 농사짓나?(mb경상도의쪽)"
"유감, 관행 들먹거리지 말고 제대로, 다시 사과해라.(thawian)"

반성 없고 책임 안 지는 사과... 염증만 불러와

시민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황학동 청계천 중고전자상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촉구와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TV로 시청한뒤 생각을 하고 있다.
 시민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황학동 청계천 중고전자상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촉구와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TV로 시청한뒤 생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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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무엇보다도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전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발언을 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는 '대국민 염장질'이라는 조롱까지 받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레임덕'에 허덕이는 것은 그동안의 실정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사과가 진정성 없는 제스처 정도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반성이 앞섰다면 실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동도 따라왔을 텐데 지금까지 사과한 이들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정부에 국민은 염증을 내고 있다. 국민의 가슴에 돌팔매질 한 인사들은 이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정치를 살리고 국민을 섬기는 일이다. 한 네티즌은 김도연 장관의 유감 표명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그럼 그만 둬라.(handdyman)"


태그:#대국민 사과, #이명박, #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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