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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임을 커밍 아웃한 최현숙씨가 국회의원 후보에 등록하고 있다.
▲ 나는 '레즈비언', 하지만 당당한 시민 '레즈비언' 임을 커밍 아웃한 최현숙씨가 국회의원 후보에 등록하고 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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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지만,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아직도 동성애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 단체와 일부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은 기독교의 교리로도 동성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높아진 동성애자 목소리, 인권 부정하는 보수 기독교단체

동성애 단체 '퀴어 문화 축제 기획단'은 이달 31일부터 '작렬, 퀴어 스캔들'이라는 주제 아래 '퀴어 문화제'를 개최한다. 이 문화제에는 서울 지역에서 다양한 분장을 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거리를 걷는 퍼레이드 행사가 포함된다.

케이블 TV에서는 동성애자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본인이 '게이'임을 고백하는 프로그램 <커밍아웃>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정치 1번지 종로에는 지난 총선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힌 후보가 출마했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동성애자들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됐던 '차별금지법'은 처음 발의될 당시 차별 금지 항목에 동성애를 의미하는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 단체를 비롯한 동성애 반대 집단에서 이를 뺄 것을 주장하면서 결국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

결국 '차별금지법' 자체가 무산되면서 동성애자 집단이나 동성애자 인권을 주장하는 진보 단체들의 레이더를 빠져나갔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동성애에 대해 편협하고 부정적이며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차별금지법'에서 동성애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은 역으로 '동성애자를 차별, 즉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직접 드러내거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함'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뜨거울 당시 '동성애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의 김영진 상임 대표는 "동성애는 윤리 도덕에 어긋난 성적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회악"이라고 말했다. 당시 차별금지법안의 동성애 조항 삭제 운동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의 단체도 참여했다. 이들 기독교 단체가 내세운 '동성애자 차별의 당위성'은 하나 같이 성경이었다. 동성애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성경, 동성애 정말 금지하고 있나

이들의 주장처럼 성경에는 동성애를 직·간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구절들이 있다. 레위기 18장 22절을 보면 '너희는 여자와 교합함 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라고 나와 있다.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말씀 중 가장 대표적인 구절이다.

신명기 22장 5절은 '여자는 남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요 남자는 여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라. 이같이 하는 자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한 자이니라'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크로스 드레서'로 불리는 '이성 복장 애호가'나 여장 남자를 의미하는 '드랙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성경에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구절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관점으로도 동성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동성애 옹호론자들, "성경의 해석,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그들은 성경에 동성애를 금기하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에 그것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의 고상균 집행위원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척박했던 삶은 유성 생식만을 인정하고 그 외의 것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생명을 탄생시키지 않는 성행위가 죄악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 당시의 사회에는 대단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는 것. 그는 동성애에 대한 이러한 시각이 현대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경계하며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평등을 주장했다.

다니엘 헬미니악의 저서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은
1950년대 미국에서 남성 정장 바지를 입기 시작한 여성들에 주목했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남성들의 옷을 입기 시작하자 당시 사회는 '이상해 보인다'는 쑥덕거림을 넘어 '윤리'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는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는 복장'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거북하게 느껴지면 뭐든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사회적 심리가 '금기'를 '죄'로 둔갑 시킨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남성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정장 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존재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의 책에는 모음이 없어 자음만 기록하는 히브리어의 특성상 성경의 해석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울은 야훼께서 자기를 버리시고 다윗과 함께 하시는 줄 알고 다윗을 두려워한 나머지'로 해석되는 사무엘상 18장 12절은 '사울이 다윗을 사랑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로도 읽을 수 있다. 사무엘상 16장 21절의 '이리하여 다윗은 사울을 찾아와 그를 시중들게 되었는데'라는 문장 역시 '그 앞에서 발기했다'는 문장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동성애 금지' 전에 '모두를 사랑하신 하나님'

기자는 인터넷 게이 커뮤니티를 통해 기독교와 동성애에 대한 동성애자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동성애자 이아무개(24)씨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부 구절들이 동성애를 금지하기 전에 하나님은 스스로를 사랑이라고 말씀하셨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을 근거로 차별의 당위성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동성애자 이아무개(23)씨는 "하나님이 나를 동성애자로 만드셨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자 중 동성애자가 되기를 원해서 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동성애를 그만두기 위한 시도를 해보지 않은 동성애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은 그 자체로 힘들어하는 수많은 동성애자들을 더 외롭게 한다" 라고 말했다.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차별의 근거로 제시하는 현재의 보수 기독교 단체의 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 한국은 아직도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은 안 된다는 주장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 만큼 동성애자들에게 닫힌 사회다. 차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대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태도가 필요한 지금이다.


태그:#동성애,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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