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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이 지난 14일 "우리 역사 교과서가 다소 좌향좌돼 있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김도연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이 지난 14일 "우리 역사 교과서가 다소 좌향좌돼 있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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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교육과학부(이하 교과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역사·경제 교과서 내용에 대한 수정 요구가 많아 사회 교과 전반을 대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 ……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근현대사가 폄하되지 않도록 검토를 시작했다. …… 우리의 역사 교과서나 역사교육이 다소 좌향좌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교과서 개편 방침을 밝혔다.

교과서를 MB정권 홍보책자로 만들 텐가

과거 군사 정권은 학교와 교육을 그들 정권의 정당성과 이념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 시켰다. '5·16 군사 쿠데타'는 '혼란과 전쟁의 위협에서 나라를 구한 구국의 혁명'으로, 5·18 학살로 들어선 5공 정권은 '복지국가를 구현하고 최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룬 정권'으로 미화했다. 이것이 과거 군사정권의 교과서 기술이었고, 학교와 교육은 이런 그들 정권 유지를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였다.

쇠고기 협상 과정과 미친 교육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촛불 문화제에 사법처리와 징계 운운하면서 협박하고, 교사들과 장학사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과거 군사정권의 교육관과 닮았다. 현행 교과서 개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교육과 학교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 보던 과거 권위주의 군사 정부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렇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교과서를 개편한다면 앞으로는 5년마다 교과서 기술을 바꾸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정권 홍보 책자일뿐이다. 정부가 만드려고 하는 교과서가 MB 정권과 기업에 대한 홍보 책자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도는 일본 땅" 교과서, 비판할 자격 있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가 일본에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가 일본에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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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우익보수 진영의 요구에 따라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규정한 교과서 해설서를 만들었고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교과서가 발간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보수세력과 경제계의 요구에 따라 교과서를 개편하려는 MB 정부는 보수 진영의 요구에 따라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기술한 교과서를 만드려고 하는 일본의 행태를 무슨 근거로 비판할 수 있을까? 역사 교과서에서 부끄러운 역사라며 조선 침략과 정신대 등 침략사를 역사 기술에서 빼 버리린 일본 후소샤 교과서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까?

현 정권이 보기에는 현재의 역사와 사회 교과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정권의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인 시각에 따라 교과서를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MB 정부의 이런 행태는 교과서 개편을 빙자한 역사 왜곡이자 진실 왜곡이다. 또한 정부만이 교과서 집필자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갖던 군사정권 시대의 국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명백한 역사의 후퇴다.

우익세력 입맛대로 교과서 수정해서는 안돼

현 정권이 보기에는 자신의 기반인 산업화 세력의 원죄인 분단국가 수립과 군사 쿠데타,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과 군부 독재 정치의 역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정권의 시각에 따라서 교과서를 바꾸는 것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무리 현 정권의 기반인 산업화 세력의 공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익 세력과 경제계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수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친일반민족 행위와 분단, 그리고 군사 쿠데타에 이른 군부 독재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의 부끄러운 역사는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있는 그대로 기술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제대로 된 역사다.

교과서에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는 있지만 교과서 기술에 좌우익 이념을 따질 수는 없다. 한국 현대사를 기술하는 시각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술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좌익과 우익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 애국과 매국, 그리고 민족과 반민족의 관점에서 기술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진실의 관점에서 기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것이 정권 홍보책자가 아니라 교과서로서 생명을 가진다는 점을 MB 정부와 교과부는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일본의 독도 교과서 개편과 MB정부의 역사 교과서 개편은 닮은꼴이죠? 기자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태그:#교과서 개편, #독도 망언,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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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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