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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의 여인 셀리가 집을 사 달라고 여시처럼 졸라대자, 둘리는 마지못해 자기가 살고 있는 팰리스아파트를 선물하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였다. 얼마 후 세무공무원들이 조사를 나왔다. "셀리님, 이 아파트 취득자금을 소명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셀리가 대답했다. "이거요, 20년 전에 제가 둘리에게 명의신탁했던 것입니다."

뜻밖의 대답에 세무공무원들은 둘리에게로 달려갔다. "둘리님, 팰리스아파트가 원래 셀리의 것이었나요?" 둘리는 공무원들에게 기다리라면서 셀리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리고는 셀리가 얘기해준 그대로 대답했다. "그럼요, 제가 돈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팰리스아파트는 옛날에 셀리의 돈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제가 요즘 형편이 좀 풀려서 내집을 마련하고 돌려준 것입니다."

세무공무원들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20년 전의 명의신탁을 증여의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명의신탁해지를 과세할 수도 없잖아. 그럼 증여는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멍청한 세무공무원이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이것은 삼성특검이 연출해낸 울지도 웃지도 못할 촌극이다. 당사자들의 증언―그것도 전혀 일관성조차 없는―에 따라 그들이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판단을 내려버렸다.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은 것이라면 당연히 명의자와의 계약서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제출되어 진위 여부가 가려져야 했을 것이다. 사태가 이럴진대 어찌 분노를 참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특검결과에 온 국민들이 치를 떨고 있는 터에 이번에는 불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듯이 삼성 스스로 반성을 빙자하여 분노하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쇄신의 쇼'를 벌이고 있다.

 

"시효가 지난 세금은 납부하려 해도 낼 방법이 없다. 특검수사결과 포탈한 것으로 나타난 부분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것은 이 회장이나 가족이 쓰지 않고 사회에 유익하게 쓰도록 하겠다. 삼성생명주식은 특검에서 조세포탈로 문제되지 않았기에 실명전환만 할 것이다."

 

이학수 부회장의 말은 곧 성공한 탈세는 탈세가 아니라는 말이며, 특검이 내라는 세금만 낸다는 말이다. 2조 2천억원의 재산으로 4조 5천억원 재산에 대한 탈루세금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러고도 사회를 위하여 쓸 돈이 남겠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돈만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은 국가와 국민들, 그리고 납세자들의 자존심을 단칼에 뭉개버리고 말았다. 이유를 말한다.

 

첫째, 삼성특검 보고서를 보면, 차명계좌의 명의자들과 이건희는 처음에는 명의자재산이라고 하다가 나중에야 이건희 재산이라고 번복하였다. 차명계좌들이 상속재산이라는 결론은 있어도 증거는 아직 없다는 말이다.

 

둘째, 백번 양보하여 위와 같은 결론이 특검으로서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결론은 세금의 부과처분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만일 이건희 회장이 위 차명계좌들이 상속재산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명의변경을 한다면 그 명의변경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증여로서 당연히 증여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며, 그 세액은 이회장이 세금내고 남는 것은 먹으라고 내놓은 2조 2천억원을 넘을 것이다. 삼성의 '쇄신'은 '먹튀를 위한 쇼'에 불과하다.

 

셋째, 만일 증거(계약서)가 제출된다면 그 증거들이 특검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진위에 대한 충분한 문서감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계약서의 내용이 상속이 아니라 증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생전증여라면 명의변경일자에 증여세 납세의무가 성립되는 것이며, 명의변경 즉시 과세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만일 1987년 상속재산으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2003년 증여세포괄주의 도입의 입법취지에서 과세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악의적으로 조세를 포탈한 이번 사건에 관대한 법률의 적용은 불가할 것이다.[이에 대하여 4월 19일자 오마이뉴스에 필자의 의견('특검은 죽어도 세금은 살아있다')을 피력한 바 있다.]

 

다섯째, 이상이 현재 차명계좌 4조 5천억원에 관한 세금이라면 1998년 이건희와 에버랜드에 주당 9000원씩에 매각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세금을 고려하여야 한다. 특검보고서에 의하면 98년 거래는 매매의 형식으로 실명전환된 것이라 한다. 가장매매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가장매매에 의하여 이건희와 에버랜드에 이전된 300만주와 344만주의 주식은 주당 70만원이라 할 때 각각 2조 1천억원 및 2조 4천억원이며 이에 대한 세금은 이건희 회장의 증여세 1조원, 에버랜드의 법인세 6천억원이다. 여기에 가산세(약 30%)까지 감안하면 2조원 이상의 세금이 이미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특검이 문제시한 제척기간내의 세금 이외에도 엄청난 세금(필자추정치 4조 5천억원 이상)이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있다. 그렇다면 특검을 무사히 통과한 삼성은 절차상 조용히 국세청의 칼을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당사자들이 서둘러 쇄신책을 발표하다니! 그 '쇄신'이 티끌만큼이라도 진정한 것이라면 최소한 먼저 차명재산들이 상속재산이라는 증거를 먼저 내놓았어야 했다. 그리고 상속세 탈세에 관하여 관련당사자 모두 무릎 꿇고 빌었어야 했다.

 

증거도 내놓지 않고 오만방자하게 거짓사과로 굿판을 벌일 염치가 어디서 나오는가! 국민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가, 아니면 혹세무민인가. 특검은 특검일뿐 과세기관은 아니므로 세금에 관하여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당사자들은 세금에 관한 한 과세당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일이다. 더구나 시효가 지난 세금이라면서 자기 스스로 탈세하였다고 주장하여 놓고 "삼성생명주식은 탈세와 무관한 재산"이라는 망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국세청마저 특검의 논리를 따른다면 이 땅의 납세자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영투명성에 대한 의지는 긍정적"이라는 따위의 논평을 내놓을 자격이 없다. 기획재정부나 국세청이나 오늘의 이 사태를 초래한 공범들임을 명심하라.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다. 삼성은 이 땅의 국민들이 전부 돈만 주면 넙죽 절하는 인간들이라고 매도하지 말라. 단 한 푼이라도 사회환원하고 싶으면 그것은 법의 심판을 받은 연후에 할 일이다. 먼저 단 한 푼이라 하더라도 신성한 세금을 납부하고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구린내 나는 돈으로 권력은 매수할 수 있지만 납세자들의 눈은 결코 속일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오순정 기자는 공인회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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