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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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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퇴진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퇴진을 포함해 모두 10가지의 삼성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조중동> 등 대부분 신문 "할 만큼 했다"

23일 신문 사설 논조로만 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할 만큼 했다'는 평가다. <중앙일보>를 비롯해 <국민> <동아> <조선> <서울> <한국>은 대략 이 범주에 속한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 <세계일보>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할 만큼 했다'는 평가나 '미흡하다'는 평가 안에도 각각 온도차가 있다. 가령 <중앙일보>는 "삼성과 이 회장은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버렸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도 <중앙>만치는 않더라도 높게 평가했다. "현실적으로 삼성이 내놓을 수 있는 한계 안의 최대치"라는 '느낌'을 전했다. 다른 신문들은 '예상을 뛰어 넘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경향신문>은 그래도 "쇄신책에 담긴 내용이 예상보다 과감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처음부터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 역시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미흡'하다고 평했다.

다수 신문들이 "내놓을 것을 다 내놓았"으며 "현실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쇄신책"이라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일부' 신문들이 이를 인색(?)하게 평가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세계일보>는 그 대표적인 이유로 '경영권 편법 승계'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앞으로 전문경영진들이 삼성 계열사들을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그대로 실천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경향>과 <한겨레>는 특히 삼성의 쇄신안이 의미를 갖자면 이건희 회장 등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한 진상의 규명과 진솔한 자성이 수반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그동안 제기된 비리 혐의의 실체나 진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없고, 문제의 근원인 황제경영체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보았다. 되레 "과거의 범죄적 행위에 대해서는 핵심 당사자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허물을 덮고, 미래의 경영 시스템에 대해서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이재용 체제로의 계승을 꾀한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경향> 역시 "앞으로 어떻하겠다는 내용만 내놓았"지 "과거에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두 신문의 이런 평가가 너무 인색한 것일까?

두 신문에만 빠진 삼성 전면 광고

하지만, 더 비판적인 시각에 비춰보면 이들 두 신문의 평가는 그나마 '온건한 편'이다. <경향신문>에 소개된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장의 평('삼성 쇄신안' 견제장치 필요)은 그야말로 신랄하다(김선웅 소장도 물론 쇄신안이 그동안 지적됐던 삼성 문제점에 대한 종합 처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의 뒤집어 보기는 이렇다.

▲이건희 회장 퇴장: 이미 이 회장은 계열사의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전략기획실 폐지: 과거에도 비서실 등을 폐지한다고 했지만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이라고 명칭만 바꾸어 온 삼성의 전력을 생각할 때 신뢰하기 어렵다.

▲은행업 진출 않겠다: 이미 은행법상 규제로 은행업 진출 어렵다. 금융지주회사법이나 보험업법 변경으로 은행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은행업을 할 수 있다.

▲기타: 순환출자 문제는 장기간 검토과제에 불과하고, 이재용씨를 해외에 보내는 것 역시 비난여론을 피해 잠시 해외에 피신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향>이나 <한겨레>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신문들이다. 삼성 쇄신안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이들 두 신문이 '엄격'한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들 두 신문의 관점은 결코 무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되레 의문시되는 것은 삼성의 진정성이다.

어제 오늘 삼성전자는 대다수 신문에 '전면광고'를 실었지만, 이들 두 신문에는 싣지 않았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그렇다. 언론으로서 당연한 '문제제기'와 '비판'까지를 봉쇄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한 삼성의 '진의'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태그:#삼성, #이건희 퇴진, #경영권 승계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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