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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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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삼성 이건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올해로 창립 70년, 이 회장이 삼성 총수로 올라선 지 20년 만이다. 또한, '삼성의 청와대'로 불리던 그룹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도 해체되고 삼성 3세인 이재용 전무도 당분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렇다고 경영권 승계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이어 '삼성 2인자'로 불린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도 동반 퇴진한다.

이에 따라 삼성은 회사를 세운 지 70년 만에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그동안 유지돼온 이건희 회장-전략기획실-전문경영인 체제의 '3각 틀'이 깨지게 됐다. 계열사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움직이며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 성격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상 이 회장 일가 중심의 삼성재벌은 해체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물러나겠다, 미안하다, 일류기업으로 키워달라"

22일 오전 11시 이건희 회장이 단상 위에 섰다. 이 회장은 첫 마디로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운을 뗐다.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다"고 말을 이었다. 이 회장의 발표가 이어지는 순간, 뒤에 서있던 50여명의 삼성 사장단은 침통해 했다. 이 회장은 물론 삼성 특검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도 다하겠다고 밝혔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회장은 자신의 20년 삼성 생활에 대한 회한과 당부도 넣었다. 그는 "20년 전 삼성이 초일류 기업 인정받는 날, 영광과 결실은 삼성 가족의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못 지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이어 단상에 오른 이학수 부회장은 이 회장의 퇴진에 대해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및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모든 자리에서 사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임원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임원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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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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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씨, 이재용 전무도 일선 후퇴... '삼성의 청와대'도 해체

이건희 회장의 퇴진을 비롯해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삼성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임원직에서 떠난다. 대신 국내에 있기 보다 당분간 해외 사업장에서 경영수업을 쌓게 된다. 이 전무가 향후 맡게 될 직책에 대해 이학수 부회장은 "5월 중에 삼성전자 인사에서 회사차원의 직책이나 일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경영승계에 대해선 "이 전무가 현재 경영수업 중에 있으며, 승계문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이 부회장은 덧붙였다. 그는 "이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임직원·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학수 부회장 자신을 비롯해 김인주 사장 등 삼성특검으로부터 기소를 당한 그룹 수뇌부도 동반 퇴진한다. 이밖에 '삼성의 청와대'로 불리던 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도 해체된다. 이학수 부회장은 "각사 독자적인 경영 역량이 확보됐고,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의 대해 일부 이견이 있기 때문에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벌' 삼성, 사실상 해체의 길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 퇴진을 발표한 뒤 임원들의 뒤쪽으로 퇴장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 퇴진을 발표한 뒤 임원들의 뒤쪽으로 퇴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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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을 지탱해 온 '이건희 회장- 전략기획실-전문경영인 체제'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대신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경영체제로 변신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 각 계열사 사장과 임원 등 확실한 전문경영인들이 있으며 앞으로 더욱더 회사별로 독자적인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와 금융 등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사장단회의에서 경영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이건희 회장 일가 중심의 삼성 재벌 체제가 사실상 해체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 해체라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삼성 고위관계자는 "해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면서도 "과거와 같은 그룹 체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이 발표한 대로 받아들이면, 삼성재벌은 해체되고 대신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 형식으로 가는 것"이라며 "문제는 과연 삼성 수뇌부가 이것을 인정하느냐의 여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 재벌이 해체 후 느슨한 형태의 연합성격의 기업집단으로 바뀌었다"면서 "만약 이 회장이 완전히 삼성에서 손을 떼고, 일본식 형태로 간다면 일정하게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삼성은 일본식 연합체 성격의 그룹체제나 지주회사체제 등 어떤 방식도 결정된 바 없으며, 앞으로 좀 더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70년 이씨일가 중심의 재벌체제로 지탱해 온 삼성은 분명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태그:#이건희,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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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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