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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덤불 우거질 때는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더니 싹 태우고 나니 논두렁길이 보이네.”라며 논두렁길을 거니는 그의 모습에서 농촌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 논두렁길 “덤불 우거질 때는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더니 싹 태우고 나니 논두렁길이 보이네.”라며 논두렁길을 거니는 그의 모습에서 농촌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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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그를 본 순간 고향 친구를 만난 듯 참 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조태용 뉴스게릴라 마을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그를 본 순간 고향 친구를 만난 듯 참 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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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이자 농촌의 흥정꾼인 조태용(36)씨. 그는 구례 간전면 양천리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에 매매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한다. 이 곳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장터다. 각종 수수료와 유통마진, 농산물 등록수수료 등을 없애 생산자를 돕고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판로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친환경인증 농가의 가교역할을 한다.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시중에서 구입하려면 사실 가격이 부담된다. 하지만 이 곳을 통하면 어느 곳과 견주어도 가격경쟁력이 있다. 일반 상점에서는 볼 수 없는 키스 과일(수확 과정에서 약간의 상처가 생긴 과일) 등은 유기농 제품인데도 아주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자운영, 쑥부쟁이, 보리밭... 머물고 싶게 어여쁘네


"이거 나물인데?" 하며 까맣게 그을린 논두렁에서 나온 새싹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 새싹 "이거 나물인데?" 하며 까맣게 그을린 논두렁에서 나온 새싹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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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서 어르신 한분을 만났다.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대화를 통해 무료함을 달래주고 걱정거리도 함께 나누려 애쓴다.
▲ 대화 마을 어귀에서 어르신 한분을 만났다.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대화를 통해 무료함을 달래주고 걱정거리도 함께 나누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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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그를 본 순간 고향 친구를 만난 듯 참 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와 점심을 함께 한 후 마을(구례 간전면 양천리 양동마을) 산책길에 나섰다. 산자락에 포근하게 감싸 안긴 마을은 참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동쪽에는 백운산자락이, 남서쪽에는 계족산이, 북으로는 지리산의 왕시루봉이 양동마을을 감싸고 있다. 섬진강은 서쪽에서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로 유유히 흘러간다. 이 마을이 참 예뻐서 머물게 되었다는 조태용씨,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알겠다.

55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양동마을은 전형적인 시골농촌 마을이지만 빈 집이 없다. 자운영과 보리밭 물결사이로 봄바람이 휘젓고 지날 때면 절로 시심이 돋아날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이다. 백운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다랑이 논에 작물이 자라면 지금의 풍경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논두렁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벌써 자운영꽃이 피었다. 쑥부쟁이 군락을 이루고 온갖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언덕배기에는 하얀 봄맞이꽃이 봄바람에 가냘프게 흔들린다.

그는 피아골 부근(하동 악양면)의 마을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11월에 이 마을에 왔다고 한다. "덤불 우거질 때는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더니 싹 태우고 나니 논두렁길이 보이네"라며 논두렁길을 거니는 그의 모습에서 농촌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마을 어귀에서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대화를 통해 무료함을 달래주고 걱정거리도 함께 나누려 애쓴다. 어르신은 활짝 핀 벚나무를 보며 옛날 일본인들이 심었던 벚나무를 다 베어내고 8·15 해방 이후 20년 전쯤 다시 심은 것이라고 한다.

"돈이야 그 때 많이 벌었지만, 사는 게 어차피 똑같아요"

대문에 내걸린 ‘참거래연대’ 현판은 서각하시는 분이 만들어줬다며 이 글대로 진짜 참거래연대를 만들겠다며 미소 짓는다.
▲ 참거래연대 대문에 내걸린 ‘참거래연대’ 현판은 서각하시는 분이 만들어줬다며 이 글대로 진짜 참거래연대를 만들겠다며 미소 짓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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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2년을 생활하기도 한 그는 한때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그런 장래가 보장된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시골로 내려온 그를 지인들은 '미친놈'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사는 게 어차피 똑같습니다. 돈이야 그 때는 많이 벌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시골생활은 돈 쓸 데가 별로 없으니까요."

시골집을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그는 대문에 내걸린 '참거래연대' 현판을 서각하시는 분이 만들어줬다며 이 글대로 진짜 참거래연대를 만들겠다며 활짝 웃는다. 사무실 툇마루의 양쪽 천정에는 '생명평화' 등이 걸려있다.

"이걸 걸어놨더니 동네사람들이 점쟁이 집으로 착각하고 점쟁이집이냐며 자꾸만 물어봐요."

시골생활이 어렵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뭐 밥 먹고 살면 되지 않겠느냐"며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반문한다. '농산물이 많이 팔려야 좋을 텐데'하고 걱정하는 그는 농산물은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관과 판매가 시급한 문제라고 말한다.

"며칠 내로 판매해야 하는 것도 있고, 대부분 2~3주 안에 처리해야 하는데…. 안 팔릴 때는 답답합니다."

'참거래농민장터'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생산자인 농민이 판매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농민 스스로 생산비 제하고 욕심부리지 않고 먹고살 만큼의 가격을 정해 제시한다. '참거래연대'에서는 판매가격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생산자 정보까지도 소비자에게 다 공개한다.

그는 앞으로 생산자인 농민회원을 더 늘리고 판매활성화를 위해 체험행사도 열 계획이다. 또한 실구매자인 여성회원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농부들에게 희망을!... 농산물 구출작전 '농부SOS'

그는 판매를 못해 애써 가꾼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부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참거래농민장터 사이트 내에 최근 '농부SOS' 방을 새로 만들었다. 위기상황에 처한 농부를 직접 돕고자 한 것이다. 조태용 뉴스게릴라가 만들어낸 '농산물 구출작전'이다.

그는 이 곳을 통해서 생산자인 농부에게는 희망을 선물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인 그가 직접 기사를 작성해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농부SOS 방은 이제야 만들었지만 사실은 그 동안 이미 시행해오고 있었다. 2년 전에는 수해 피해를 입은 강릉지역 농민들의 일반 농산물인 감자와 토마토를 팔아주기도 했다. 그 때는 '이 일을 시작하기를 참 잘했구나'하고 생각하며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참거래연대는 친환경 유기농산물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그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알고 보면 농부SOS는 농부들이 어려울 때면 도와달라고 참거래연대에 SOS를 치니까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농부SOS에 농산물이 등록되면 제품을 대부분 다 판매한다. 지금 등록되어 있는 감자는 3일 현재 50%를 판매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다 팔아서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싶어한다.

한 때 휴대전화기 판촉 프로그램과 기획,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는 그 경험을 최대한 살려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한다. 딴에는 안 팔아야 할 물건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실생활에 꼭 필요치 않은데도 일부 회사는 그런 물건들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강요한다며 '많이 팔아서 좋은 물건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농산물'이라는 나름대로의 답을 얻어 농산물과 인연을 맺었다는 그는 이제는 영락없는 농촌 흥정꾼이 다됐다.

유기농 우리농산물 판로 산 넘어 산... 해결책은 직거래

그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모니터에서 주문거래량과 이용후기를 확인한다. 전화 주문을 받고 있는 조태용씨.
▲ 사무실 그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모니터에서 주문거래량과 이용후기를 확인한다. 전화 주문을 받고 있는 조태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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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봄 친환경농산물 판매를 위한 제안서를 만들어 친환경농민단체에 전해준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농민단체의 끈질긴 권유로 그 해 하동 악양으로 내려온 것이다. 시골이 고향(전북 김제 월촌)인 조태용씨는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시골을 좋아한다.

"시골에서도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느냐가 중요하죠. 도시보다는 시골이 더 변화무쌍합니다. 자연은 매일매일 바뀝니다. 매일 새롭죠.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필요합니다. 시골생활은 시골이 도시보다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곳입니다."

중학교 시절까지 고향 김제에서 생활했다는 그는 시골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에게는 남들보다 시골 유전자가 훨씬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모니터에서 주문거래량과 이용후기를 확인한다. 초기에는 그가 생각한 기준에 맞춰 농민들에게 교육도 많이 시켰다. 맛이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해 달라고.

"이런 거(이용후기) 보면 재밌어요. 마트와 다르니까 물건 잘 받았나? 궁금하기도 하고요.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씨알이 작고 못 생겼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고생도 많았죠."

수확 과정에서 약간의 상처가 생긴 키스 과일이나 선별하지 않은 무선별과일 등의 이름도 그가 지었다. 흠이 있어 가게에 내다팔 수 없는 과일이나 선별하지 않은 과일은 특별히 싸게 공급한다. 유기농이지만 선별 과정을 생략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에게 이익이 되게 한 것이다.

농민들은 팔아달라고 하는데 농산물이 안 팔릴 때는 그도 힘이 든다. 유기농산물인데도  팔리지 않아서 유기농 딱지를 떼고 일반 농산물로 출하할 때는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농산물을 다 팔았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산 넘어 산, 아스라이 걸어서 넘어야지

역설적하게 수입밀 값이 오르는데도 우리밀은 안 팔린다고 한다. 오르기 이전에는 가격차가 4배였는데 오르고 난 뒤로는 2배로 가격차가 줄었는데도 잘 안 팔린다. 산 넘어 산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를 넘어야 할 해결책은 직거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의 사무실 벽 격자창에는 부모님 사진과 풍경사진 몇 장 그리고 박용재 시인의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는 제목의 시가 붙어있다. 노찾사의 노래 '산하'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이 시처럼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란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 만큼이 인생이다


태그:#참거래농민장터, #참거래연대,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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