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 ⓒ 대한핸드볼협회

우리나라는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 야구나 축구, 그리고 농구 같은 인기 스포츠에는 국민들의 관심과 더불어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고 있다. 이들 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그래서 연봉도 많고 좋은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경기가 열려도 관중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걸핏하면 팀이 해체되기 일쑤다. 기업들이 흑자를 내기는커녕 홍보 효과마저 거의 전무한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구단 운영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에서 그려진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을 가진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우승을 해도 소속팀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시 우리가 아깝게 패한 상대인 덴마크는 우리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핸드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 핸드볼 선수들로서는 그들이 부럽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빌려 탄 봅슬레이로 동메달을 딴 봅슬레이 대표팀

빌려 탄 봅슬레이로 동메달을 딴 봅슬레이 대표팀 ⓒ 대한루지봅슬레이경기연맹

또한, 우리나라 동계 올림픽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봅슬레이조차 없어서 대회 때마다 남의 봅슬레이를 빌려 타고 경기를 하고 있다. 2008아메리카컵 2차 대회에서는 이렇게 빌려 탄 봅슬레이로 경기를 치러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여전하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피겨스케이팅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당당히 세계 정상에서 우뚝 선 김연아 선수도 얼마 전까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독일야구 대표팀의 투수인 디르크 프리에스(30)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 기간 동안 유럽야구 전문 웹사이트인 미스터베이스볼닷컴(Mister-Baseball.com)에 일기를 썼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이번 대회에 독일 기자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며 "독일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아마 단신 정도로 신문에 실릴 거다”라는 부분이 있다.

 

세계 3대 축구 리그에 맞먹을 정도로 축구 열기가 대단한 독일이지만 거기서 야구는 비인기 종목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도 영국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나마 독일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 모습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 모습 ⓒ 국제야구연맹

원래 베이징 올림픽의 유럽 야구 예선에서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며 출전권을 획득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그러나 영국은 참가비용 1억원이 없어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고 4위를 차지한 독일이 대신 출전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상상이 잘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영국야구협회에게는 정말 그 정도의 돈도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작년 약 4337억원의 돈을 벌어들인 거에 비하면 영국야구협회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영국에서 야구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그들만의 스포츠인 것이다.

 

이렇듯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동서양이 따로 없고 나라가 부유 여부를 떠나 어디든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인기 종목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분야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언젠가 그들이 인정받을 날이 오길 바라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08.03.25 14:53 ⓒ 2008 OhmyNews
비인기종목 스포츠 핸드볼 봅슬레이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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