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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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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소를 위한 퍼즐 한 조각.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은 지난 11일 그를 위한 한 수를 뒀다. 

특검팀 수사관 6명은 어제 5시간 동안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압수수색해 삼성생명의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 주요 주주인 삼성 전·현직 임원 12명의 주식 보유 현황과 배당금 지급 현황 등을 확보했다.

현재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3.74%)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1.40%)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2명은 16.2%의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전날 특검팀은 "그들이 보유한 주식이 차명주식이라는 충분한 의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정석 특검보도 12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도 충분히 차명주식이라는 소명이 됐기 때문에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검팀이 차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다.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전·현직 임직원에게 지급된 배당금 등이 어디로 갔는가만 추적하면 된다. 이를 통해 차명 여부가 확인된다면 가까이는 차명주식을 보유한 임직원들을 조세포탈혐의로 기소할 수 있고, 멀게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부터 하나 둘씩 맞춰지는 퍼즐들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는 지난 98년 12월 삼성 전현직 임원 31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을 9000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이 때 이 회장과 에버랜드는 각각 26%, 20.6%의 삼성생명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이미 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움켜쥐게 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점을 주목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 없이 이와 같은 일들이 이뤄질 수 없다고 본 것.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99년 삼성차 부채 처리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중 400만 주를 한 주 당 70만원으로 계산해 출연했다. 9천원 밖에 하지 않던 주식이 1년 사이에 70만원으로 폭등한 셈. 게다가 지난 2006년 10월 이 회장의 매형인 고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5300억원 상당의 삼성생명 지분 4.68%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증여하는 등 의혹은 점차 커져만 갔다.

여기에 김용철 변호사가 불을 붙였다. 김 변호사는 작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의 개인주주 지분은 대부분 차명주식"이라며 "지승림 전 삼성중공업 부사장의 경우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으로 갖고 있음을 시인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작년 12월 4일 삼성생명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쪽의 답변이 없는 상태다.  결국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해당 주식 차명여부 밝혀지면 이재용 CEO로서 리더십 발휘하기 힘들어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 2월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 2월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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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검이 현재 이수빈 등 삼성생명 주요 주주들의 주식이 차명주식임을 확인한다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과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취득으로 이어지는 '이재용 경영권 승계 과정'이 일련의 기획임을 밝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과 관련해 검찰은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기소하면서 이건희·이학수 등 핵심 관련자들을 기소하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이 사건이 독립적인 판단에서 나온 별개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명주식임을 밝혀지면 96년 이재용을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만들고 2년 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을 에버랜드가 지배하는 출자구조가 완성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 등을 다시 기소할 수 있다."

또 김 교수는 "현재 특검이 해당 주식이 차명임을 확인한다면 금융감독당국은 보험업법 134조에 의해 해당 주식들을 제3자에게 매각토록 명령해야 한다"며 "명령을 내려도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이 높은데다 지금까지의 금융감독당국을 볼 때 이런 명령을 내릴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로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은 심각한 타격을 받아 이 전무가 CEO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우리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검찰까지 포함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감독당국과 사법당국이 직무유기를 했기 때문에 삼성 문제가 곪을 대로 곪다가 터진 격이다. 그 때 제대로 했다면 국내 최대의 제조기업(삼성전자)와 최대의 금융기업(삼성생명)을 한 가문이 동시에 지배하겠다는 기획과 실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삼성도 지금과는 다른 기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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