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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오늘(10일)로 '후반전'에 돌입했다.

 

60일 간의 1차 수사기간 동안 특검팀은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와 관련해 100여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들을 조사했고, 그들의 명의로 개설된 3800여개의 차명의심계좌 중 1300여개를 차명계좌로 결론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의 수사는 '기초공사'에 해당된다. 차명계좌 보유와 관련해 소환됐던 임원들 중 단 6명만이 자신의 계좌가 아님을 시인했고, 차명계좌에 담겨있는 자금이 비자금인지에 대한 최종판단도 내리지 못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도 특별히 피고발인들의 진술이 바뀌거나 특검이 기소처분을 결정한 바가 없어 기존 검찰 수사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특히 진척이 전혀 없었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특검의 수사의지를 의심받게까지 만들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30일. 이후 2차 연장을 통해 15일의 말미를 더 얻을 수 있지만 그간의 수사를 정리해야 할 시간을 감안할 때 수사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 보기 힘들다. 결국 특검의 수사는 '후반전'에서 분수령을 맞이한다.

 

[해야 할 일①] 이건희 회장 등 핵심 관련자 조속히 반복 소환 조사해야

 

1차 수사기간 동안 특검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승지원·삼성본관 등 삼성그룹의 핵심부를 압수수색했지만 이미 철저히 준비를 갖췄던 삼성의 대응으로 인해 손에 들고 나온 것은 별로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한 이학수·김인주·최광해 등 거물급 인사들을 줄소환했지만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인사들은 "수사 초기 이들을 소환하지 않아 이들이 증거인멸 및 교사를 저지를 수 있는 여유를 줬다"며 "때 늦은 소환"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특히 이학수 부회장을 1차 소환해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수사 협조 등을 요청한 사실은 특검 수사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었다. 결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으로부터 "이렇게 지지부진한 특검이라면 차라리 검찰에게 수사를 넘겨라"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특검팀이 이런 오명과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수사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핵심 관련자들의 조속히 소환해 반복 조사해야 한다.

 

실제로 그동안 소환 일정을 조율하며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온 삼성 쪽의 태도를 비추어볼 때 30일은 너무 짧다. 실제로 핵심 관련자 중 한명인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는 특검의 소환 통보에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최장 105일이라는 수사기한, 한정된 인력으로 된 특검은 일반 검찰과 다른데 검찰의 수사 기법을 택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핵심관련자 소환을 미뤄 삼성 임직원들이 증거인멸에 나서는 등 새로운 범죄자들을 나오게 했고 뒤이어 소환된 임직원들이 지록위마(指鹿爲馬) 같은 행동을 하게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아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환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오전 "(이건희 회장 소환은)수사 전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계획을 세워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또 "이 회장을 소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내부에 어떤 내용의 의견이 있는지 말씀드릴 수도 없다"고 답했다.

 

[해야 할 일 ②]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적극적으로 나서야

 

특검팀의 또 다른 관건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다. 1차 수사기간 동안 지지부진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특검 수사 의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동안 김용철 변호사가 그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주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진술서를 팩스로 보내라거나, 이미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임채진 검찰총장·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이귀남 대구고검장(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혐의가 없는데 어떻게 조사하냐"고 말하는 등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5일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물수수 인사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을 추가로 지목하며 특검의 수사를 촉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김 후보자의 경우 김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고 밝혀 통상적인 뇌물수수 수사 전례에 따져 김 후보자 소환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근거 없는 의혹이 증폭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앞서 청와대는 5일 사제단의 발표와 관련해 "자체 조사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을 앞장서 비호하기도 했다.

 

8일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급 인사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됐던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이른 바 삼성 '떡값' 명단은 인사에 반영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고려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현재 특검팀은 오는 11일 오후 김용철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구체적인 진술과 자료들을 확보한 후 관련 대상자들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 "변죽만 울린 1차 수사 ... 2차 수사 지켜보겠다"

 

한편,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특검팀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 등 진보신당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에 중요한 것은 무소불위 권력에 맞서 싸울 용기와 의지"라며 "특검이 면죄부 특검이 된다면 국민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1차 수사기간 동안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은 점,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 한번 하지 않은 점 ▲로비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비판하고 특검팀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또 "1차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실속은 확인되지 않는 수사"라며 "수사상 보안이 필요한 것은 공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수사 진전 상황과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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