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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윤정석 특검보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수사 계획에 따라서 1층부터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윤정석 특검보는 15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전략기획실 실장)의 예상치 못한 소환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윤 특검보의 말처럼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은 지난 14일에는 국세청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삼성전자 수원 본사 압수수색 집행, 이 부회장 전격 소환 등 강도 높은 조치들을 내놓으며 단번에 '5층'까지 올라갔다.

 

일견 특검의 수사가 삼성그룹 관련 의혹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특검의 속앓이는 끝나지 않았다.

 

이학수 소환, 특검 수사 방침 변경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어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이 14일 밤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3대 의혹-비자금 조성 및 사용·정 관계 로비·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모두에 핵심적인 인물이다.

 

당초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핵심인물을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등 '주변 수사' 이후 소환할 계획이었다.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이 특검을 면담하러 갔을 때 이들을 조속하게 그리고 반복 소환 조사할 것을 강조했지만 조준웅 특별검사는 '그들이 순순히 와서 이야기를 하겠느냐'면서 '거부할 수 없는 정황을 확보했을 때 추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어제 전격 소환한 까닭은 전에 밝힌 방침처럼 이 부회장이 거부할 수 없는 정황을 확보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차명계좌와 관련해 소환된 임원들이 자신의 계좌라 발뺌하고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침을 바꿔 소환 순서를 바꿔 '경고'를 하려고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어제(14일) 소환된 이 부회장은 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본격적인 조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 윤 특검보는 "이 부회장이 무엇을 조사받았느냐"는 질문에 "삼성그룹 3대 의혹과 관련된 전반적인 예비조사를 받았다"며 그 이상의 말은 아꼈다.

 

이어 전략기획실 핵심인원인 김인주 사장, 전용배 상무 등의 소환 일정 조율 여부에 대해서는 "소환 일정 조율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들 사정 봐주고 이러다가는 우리가 한정된 시간 내에 진행이 안 된다"며 "우리가 수사 일정을 짜서 통보했는데 안 오면 소환 거부 아니냐"라고 답해 수사에 비협조적인 삼성그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소·고발 사건 처리도 사람들이 착착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피고발인이 상당히 많은데 '해외영업 중이라 안된다', '전직자라서 연락이 안된다'고 그런다. 일정 조정에 있어서도 '이번 주에 언제 나와야 한다'고 그러면 저쪽에서는 '다음 주에 나가겠다'는 등 소환이 지연되는 것도 있다."

 

'국세청 압수수색영장 일부 기각-삼성 비협조'... 계속되는 특검 속앓이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13일 오전 "특검에 소환돼 조사받았던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33명이 차명계좌를 자신의 계좌라 거짓말 하는 등 위계(거짓으로 꾸민 계책)로써 특검의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며 이들을 특검에 고발했다.

 

특검의 압수수색도 기대에 비해 그 성과가 적은 편이다.

 

다른 압수수색 때처럼 어느 장소의 관련 서류, 하드웨어 등을 박스에 담아 들고 오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장소의 특정된 자료를 압수수색 피집행자에게 요청해 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 피집행자가 자료요청과 관련해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수원 본사 압수수색 당시도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특검의 자료요청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 특검보는 "증거를 인멸하는 등의 행위는 아니지만 당연히 확인돼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일일이 영장을 가져올 것을 요청해 수사에 애로가 있다"고 압수수색 분위기를 전달했다.

 

국세청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일부만 발부 받은 상태다.

 

법원은 "구체적인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부동산 거래내역이나 전환사채, 스톡옵션 같은 주식 변동내역이 담겨있는 개인별 국세청 DB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했다. 결국 특검에게 발부된 영장 범위는 이 회장 일가의 과세정보 정도 뿐이다.

 

이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비자금 및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한 핵심적 단서가 기각된 정보 안에 있는데 과세정보만으로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며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윤 특검보도 "우리 쪽에서는 충분히 소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법원이 이야기하는 '소명자료 부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다시 한 번 검토해서 추가적인 소명자료 첨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의 '경고'... 삼성 태도 변화 있을까

 

한편, 특검팀은 이날도 차명계좌와 관련해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안정삼 삼성전기 상무를 재소환하고 국제갤러리 관계자와 삼성SDS 신주인수권 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의 피고발인 1명도 소환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삼성증권 수서 전산센터에서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관을 파견해 추가 압수수색 중이다. 다시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특검이 삼성그룹 2인자 전격 소환이라는 특단의 경고를 내놓은 만큼 김인주, 전용배, 최광해 등 핵심 임원들에 대한 줄소환도 곧 이뤄질 수 있어 이에 삼성 측이 어떻게 대응할 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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