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슛을 시도하는 함지훈

외곽슛을 시도하는 함지훈 ⓒ 서민석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누렸지만, 올 시즌 초반 11연패를 당하는 등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한 끝에 지난 12일 현재 9위(12승 29패)라는 성적으로 사실상 플레이오프(이하 PO) 진출도 요원해진 울산 모비스.

 

모비스의 이러한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 사실이다. 양동근-김동우-윌리엄스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전력에서 제외된 데다 외국인 선수 선발과 부상 등에서도 불운이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련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모비스에도 실낱 같은 희망이 있었다. 바로 신인 빅맨이었던 함지훈이었다.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고, 평가가 냉정하기로 유명한 유재학 감독 역시 올 시즌 모비스의 중심으로 함지훈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이제 함지훈은 남은 경기 출장이 힘든 상태다. 개인적으로야 생애 단 한 번인 신인왕 경쟁 구도에서 힘들어진 것도 문제지만, 팀으로 봤을 때도 예상 밖의 소득으로 여겼던 함지훈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스크린을 시도하는 함지훈(우)

스크린을 시도하는 함지훈(우) ⓒ 서민석

모비스의 ‘희망봉’이었던 함지훈

 

그렇다면, 왜 이리도 모비스에서 함지훈의 존재감이 두드러질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라는 낮은 순위로 뽑혔지만, 상위 순번 선수들 못지않은 활약을 함지훈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탄탄한 체격 조건이다. 200cm에 103kg이라는 당당한 체구는 다른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고난 파워 역시 골밑에서 상대 수비수를 곤혹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장점은 ‘노력’이다. 프로 데뷔 이후 팀 고참이자 KBL 최고령 센터인 이창수와 힘 있는 센터로 연대 시절 명성을 날린 김재훈. 두 고참에게 훅 슛은 물론이고 골밑에서의 공-수 방법을 스펀치처럼 빨아들인 데서도 알 수 있듯 배우는 자세 역시 그를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힘이다.

 

올 시즌 38경기에서 평균 16.08점 5.84리바운드 3.24 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함지훈은 자신의 득점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득점을 만들어내는 센스 역시 돋보인다. 특히 자주 시도하지는 않지만, 간간히 던지는 3점슛(평균 0.63개) 역시 골밑 만을 고집하지 않는 함지훈의 영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아직까지 프로 경력이나 연륜에 있어서 김주성에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분명 함지훈 역시 모비스의 중심으로 거듭난 셈이다. 하지만, 그 역시 프로 농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무릎(정확하게는 오른쪽 무릎 연골 반월판 손상이 의심)이 다치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팀인 모비스에게도 ‘재앙’에 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훅슛을 시도하는 이창수(좌)

훅슛을 시도하는 이창수(좌) ⓒ 서민석

노장이냐? 신인이냐? 쉽지 않은 선택

 

이렇듯 함지훈이 빠진 모비스 입장에선 남은 13경기에서 어떻게든 상대팀의 ‘승리 재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공백을 확실히 메우는 것이 중요한 선택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앞으로 모비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가 될 것이다.

 

우선은 당장에 활용할 수 있는 경험 많은 노장. 센터 이창수와 슈터 우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다. 높이와 골밑 수비력만 놓고 보면 이창수도 함지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선수이기 때문에 적어도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의 활약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지난 시즌에는 자신 말고도 뛰어난 공격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식스맨 역할을 주로 했지만, 올 시즌의 경우는 과거 그랬듯 과감한 외곽 플레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지원의 경우 이창수와의 2대2 플레이나 스크린 플레이에 있어 더욱더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두 선수가 동시에 기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눈앞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모비스 입장에서는 함지훈의 결장으로 또 다른 신인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특히 2007 신인 드래프트 3R 10순위로 뽑은 최고봉의 경우 최근 출장시간이 잦아지고 있다. 비록, 수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보완할 것이 많지만, 조선대 시절부터 팀 사정상 센터와 포워드를 넘나들 만큼 힘을 앞세운 공격력은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5경기에서 평균 5.4점의 성적.

 

여기에 2008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천대현과 서진 역시 함지훈의 공백을 장기적으로 대신할 선수들로 꼽힌다. 물론, 모비스 입장에선 함지훈의 복귀를 학수고대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신인드래프트 선발 후 인터뷰를 하는 최고봉(우)

신인드래프트 선발 후 인터뷰를 하는 최고봉(우) ⓒ 서민석

2008.02.13 15:40 ⓒ 2008 OhmyNews
함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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