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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요점을 파악하는 독해능력은 지적 활동의 기원이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글을 읽으라고 하면 무서워한다. 글쓰기는커녕 읽는 것마저 두려워하면 정말로 큰 문제다.”

 

이명박 차기 정권은 문법과 독해 위주의 영어 교육에 문제가 많아 쓰기와 말하기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어 교육을 좀 더 실용적으로 바꾸겠다는 방향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영어 교육 방식 덕분에 우리 학생들의 문법과 독해능력이 우수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문법과 독해 공부는 접어 두고 말하기와 쓰기 공부에 주력하면 될까.

 

미국 고등학교 영어교사 출신인 김문희씨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김씨는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 대학원 진학 시험인 GRE를 볼 때 독해 문제는 많이 틀리고, 단어 맞추는 문제에서 주로 점수를 얻어 전체 점수에서 고득점을 받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부분적인 사례를 들어 우리 학생들의 독해력이 부족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식정보화사회에선 국어 독해든, 영어 독해든 글을 읽고 정확하게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독해 능력이 없으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흡수하여 요긴하게 활용하는데 지장이 많기 때문이다. 학문을 하든 일을 하든 글쓴이가 전하려는 중심생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읽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영어 글쓰기교육 전문가인 김씨에게 ‘읽기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김씨는 미국 칼스테이트 노스리지 언어학 석사로 미국 글랜부룩 중학교와 마운틴 디아블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했다. 마운틴 디아블로 교육청의 글쓰기 교사 양성 프로그램 지원 교사와 교안 작성 개발원으로도 일했다. 현재 서울 강남 에세이라인에서 영어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 국어 독해든 영어 독해든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읽기 능력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인터넷의 발달로 읽기자료가 홍수를 이루는 마당에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안 된다. 지식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독해력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독해 능력을 꼭 길러 놓아야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잘 읽어야 한다. 읽지 못하는 데 잘 쓸 수는 없다.”

 

- 우리나라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문제를 보면 지문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는 게 대부분이다. 영어 참고서에도 지문을 읽고 중심생각을 찾는 내용이 많다. 문법을 배우는 목적도 독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인터넷 디지틀 사회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학생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 곧 독해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독해력이 부족해 더 키워야 한다.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 대학원 진학 시험인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를 볼 때, 독해(Reading) 문제는 많이 틀리지만, 단어 맞추는 문제에서 주로 점수를 얻는다. 거기서 점수를 올려 전체적으로 고득점을 얻는 실정이다.”

 

- 한국 학생들의 독해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한국 학생들은 글을 읽으라고 하면 무서워한다. 사람은 지적인 동물인데, 대학 교육을 받는 사람조차  글쓰기는커녕 읽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것은 정말로 큰 문제다.”

 

- 독해력이 왜 중요한가.

“인터넷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뭐든지 읽지 않으면 지적 활동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글쓴이의 중심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바로 지적 활동의 기원이라는 말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독해력이 중요하다. 많이 읽는 학생이 글도 잘 쓰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는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공부를 많이 하는가.

“그렇다.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300쪽이나 되는 책을 몇 시간 만에 읽었다고 한다. 미국 대학생 가운데서도 300쪽 분량의 책을 하루에 다 읽는 학생들이 많다. 그 집중력이 무서운 것이다. 이것이 미국 (읽기) 교육의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 미국 교육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또다른 예를 든다면.

“보스톤 대학교에는 ‘하신’이라는 중국 출신 작가가 있다. 미국에 초빙받아왔는데, 천안문 사태에 회의를 느껴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정착한 작가다. 그는 보스톤 대학교에서 쓰기 교육을 받았다. 현재 이 대학 영문과 교수로 있다. 영어로 ‘War Trash’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진 다아스포라(Diaspora:유대인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 듯, 조국을 떠난 사람을 의미함) 작가다. ‘하신’은 20살까지 영어로 글을 써 본 적이 없었으나, 미국 대학 교육을 받은 후 이제는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영어 책까지 냈다. 이것은 그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외국인을 가르치는 영어교육이 제대로 되어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 어떤 식으로 독해 공부를 하면 좋겠는가.

“나는 외국인으로서 엄청나게 큰 딜레마를 거치고 도전을 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그 과정에서 정말로 많이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어떤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독자들을 설득하는지 다양한 수사법을 익힌 것이다. 독해력을 키우려면 잘 쓰여진  남의 글을 많이 읽는 게 좋다. 결국 정확하게 많이 읽는 공부가 중요하다.”

 

- 독해력을 키우려면 제시문을 요약하는 공부도 효과가 있을텐데.

“어떤 종류의 직업을 선택하든 요약 능력은 필요하다. 글의 중심내용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해야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다. 글쓴이의 논지가 무엇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약 훈련은 이와 같은 독해능력을 키워 주는데  도움이 된다.”

 

- 미국에선 영어를 제 2외국어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발달했나.

“무척 체계적이다. ‘지식의 발전은 언어교육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보고 모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외국어 교육에도 이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태그:#글쓰기, #작문, #독해, #읽기,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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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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