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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윤정석 특검보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윤정석 특검보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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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관계자 4명에게 소환통지서를 보냈지만, 삼성측은 여러 이유를 대며 계속 출석을 미루고 있다. 4명의 소환대상 가운데 응한 사람은 단 1명. 이에 따라 특검팀의 조사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윤정석 특검보는 30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 쪽 참고인들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특검보는 "삼성측 소환대상 간부들이 업무 지장과 언론을 통한 신상공개로 외국과의 거래가 어렵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출석을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어 윤 특검보는 "삼성측이 좀더 성실하게 특검수사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말은 105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수사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삼성측의 협조가 필요한데 전혀 협조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복통이나 해외손님 접대 등의 이유를 대고 소환조사에 불응하더니 또 언론의 신상공개 등의 이유를 대면서 특검의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 데 대한 갑갑함을 털어놓은 것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3대 비리 가운데 비자금 조성 및 관리와 관련해서는 차명계좌 보유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특검으로서도 소환조사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검이 삼성 측의 잔꾀를 어느 선에서 제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고인들 좀 더 성실하게 특검 수사 임해야"

또한, 윤 특검보는 이 자리에서 지난 25일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시 삼성 쪽의 행동에 대해서도 날을 세워 비판했다.

윤 특검보는 "삼성화재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방송이 나간 뒤에 회사 간부들이 직접 삼성특검 기자실에 찾아와 그 점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측은 다른 방에서 어떤 직원이 전산서버로 접속해 자료를 일부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이 말은 그동안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됐던 '삼성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특검측이 삼성측의 증거인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줌에 따라 검찰과 특검이 삼성측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측은 삼성화재의 증거인멸행위가 드러난 만큼 이 행위에 가담한 삼성측 관계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있다.

현재 삼성 특검팀 수사진은 경기도 과천 삼성SDS 전산센터에서 보험금 입출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특검보는 "전산자료상 없을 수 없는 자료인데도 (삼성화재 쪽이) 없다고 주장해 지난주 금요일부터 과천 전산센터에서 자료 존재 여부 등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전산센터 압수수색 역시 영장 유효기간이 30일 만료된다. 그러나 동일 사유로 인한 동일 장소 압수수색 영장이 두번 발부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30일까지 특검팀이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삼성화재가 파기한 자료는 확보하기 어렵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수사도 힘겨운 상황이다.

일부 언론은 에버랜드 실무진들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소환하고, 설 연휴가 끝난 11일께에 핵심 피고발인들을 소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윤 특검보는 "이번 주 중에도 누가 나오겠다고 연락이 된 사람이 없다"며 "(에버랜드 사건 수사와 관련해)자료를 좀 더 보고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전달했다.

 삼성특검 수사관들이 25일 저녁 서울 중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상자에 넣어 쌓고 있다.
 삼성특검 수사관들이 25일 저녁 서울 중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상자에 넣어 쌓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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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소환불응... 특검에게 무슨 복안 있나

이날 기자들이 윤 특검보에게 "참고인들이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 다른 방도가 필요하지 않나"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전체적으로 특검 수사 방향에 대한 복안이 있다"고 답해 강제소환 방법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할 때 특검이 남은 85일 안에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경영권 불법 승계 등 3대 의혹을 시원히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그룹 임원들은 하나 같이 차명계좌에 대해 "내 계좌"라고 주장하고 있고,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 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검이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검이 소환에 불응한 참고인들에 대해 동행명령제를 신청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삼성측 참고인들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차명계좌 보유 의혹을 부인하거나 헌법재판소의 BBK 특검법상 동행명령제 위헌 결정을 근거로 소송도 불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인멸이나 은닉 정황을 미루어 볼 때 특검의 추가 압수수색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들이 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의 협조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경제개혁연대 등은 지난 28일 한남동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해야 한다"며 수사의견서를 제출하고 검찰·국세청·금감원에게 직접 삼성 비자금 수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일례로 특수부가 수사를 할 때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됐다면 그에 대한 수사는 그 특수부가 행한다"며 "증거인멸 및 은닉 혐의 수사 부분은 전적으로 특검이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만의 하나 특검의 수사가 덜 끝나 검찰에 넘어오게 된다면 일반론적으로밖에 답할 수 없지만 특검의 수사가 끝난 후 검찰에 동일한 사건이 넘어온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되도록 특검에서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세청과 금감원은 일단 특검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조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8일 국세청과 금감원에 삼성그룹에 대해 탈세제보서와 조사요청서를 보냈지만 양측은 사실상 특검이 장부나 회계자료들을 보관중이라 조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5일 "특검 수사로 장부 및 회계자료들이 영치 또는 보관된 상태라 세무조사를 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금감원도 지난 22일 회신을 통해 "금융실명법상 금감원이 특정 원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때는 사용목적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 명의인의 인적사항, 요구대상 거래기간 등을 명시해 금융기관의 특정 점포에 요구해야 한다"며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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