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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을 지낸 권투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참으로 끈질기다. 아무리 얻어맞고 다운을 당해도 다시 일어나서 상대를 괴롭힌다. 그리곤 승리한다. 권투선수 홍수환은 4번이나 다운을 당하고도 다시 일어나서 승리해 ‘4전 5기의 신화’라는 말을 남겼다. 4전 5기는 ‘끈질기다’, ‘포기하지 않는다’의 대명사가 됐다.

 

여기 4전 5기 오뚝이가 또 있다. 권투를 하지만 선수는 아니다. 세무사다. ‘4전5기 세무사’ 진경욱씨를 지난 24일 진경욱 세무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권투의 매력에 빠지다
 
진경욱씨는 ‘세무사’면서 ‘권투 심판’이다. 몇 번의 경기에서 심판을 봤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체구가 작았지만 몸이 약하진 않았다. 워낙 운동을 좋아해 호신용으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되자 태권도보다 권투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피끓는 청소년기의 진경욱에게는 ‘호신용’ 보다는 ‘격투기’가 더 매력적이었다. 그렇다고 선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단지 재밌어서 시작했다.
 
5년이 흘렀다.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 학교 끝나면 체육관으로 달려가는 생활을 5년이나 계속해 질릴 법도 했지만 진씨는 그렇지 않았다. 권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실력은 없단다. 진씨는 “전국 체전 나가면 예선탈락할 정도의 실력”이라고 말한다.
 
심판 자격증은 자연스럽게 땄다. 아마추어 경력 5년이 넘게 되자 다니던 체육관에서 심판 자격을 따보라고 권했다. 권투를 좋아하기에 꼭 심판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딸 수 있으면 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자격증은 그렇게 땄다.
 
세무사가 되기로 결심하다
 
워낙 운동을 좋아했지만 “운동은 운동이고 공부는 공부”였다. 대학 졸업이 가까워지자 진로를 고민해야 했다. “세무학과를 나왔으니 전공을 살려 세무사가 되자”고 생각했다. 결정은 했지만 진로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호락호락한 건 없었다.
 
계속 떨어졌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4번이나 떨어졌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권투선수처럼 다시 일어섰다. 한번 마음먹은 이상 KO패 당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5번째 시험에서 합격했다. 붙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4전 5기였다. 진씨는 “운이 좋아서”라고 말한다. “운이 좋아서 합격한 거죠. 불교 신자이신 어머니께서 열심히 법당에서 기도해주셔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진경욱의 공부법
 
진씨는 “운이 좋아서” 라고 하지만 그는 누구못지 않게 노력했고, 나름의 노하우도 갖고 있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말을 꺼냈다.
 
“저는 시험 떨어질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계속 떨어지고 공부를 오랜 기간 하다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지쳐요. 이 때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고시공부라는 장기전을 버텨내는 데 권투로 기른 체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지칠 때를 극복하는 것.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다.
 
공부법에도 ‘진경욱식’ 노하우가 있다.
 
“공부할 때의 노하우가 있다면 한 권만 잡고 파라는 겁니다. 세무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시중에 수십가지가 나와있어요. 저자도 전부 다르고 출판사도 다릅니다. 이것저것 여러 책을 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책 한 권을 선택해서 여러번 독파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같은 경우도 그랬죠. 처음엔 이것 저것 보다가 나중엔 한권을 택해서 공부했어요. 한 권을 제대로 독파해야 다음 책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거든요. 주변에는 한 책을 30번 독파한 친구도 있더라구요. 제가 본 바로는 그렇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붙었어요.”
 
정신자세도 강조한다.
 
“정신적으로는 무엇보다 해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끝까지 하겠다는 굳은 의지만 있으면 못할 게 없어요. 합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건 굳은 의지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씨의 말처럼 그의 신조도 “행동이 중요하다”다. 그는 “행동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사고로만 끝나면 이뤄질 것이 없다. 행동으로까지 이어져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신조를 항상 책상 한 귀퉁이에 적어놓고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다.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 ‘만나서 좋은 사람’
 
‘의지’와 ‘실천’을 중요시하는 진씨가 자칫 딱딱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권투로 단련된 겉모습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전라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남자’다. 스스로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말하지만 그와 1분만 이야기를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명함에는 ‘만나서 좋은 사람’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만나서 좋은 사람이 좋은 거죠. 세무사라는 직업이 주는 이미지가 굉장히 딱딱하잖아요. 딱딱한 것보다 부드러운 것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문구를 넣었습니다.”
 
‘부드러운 남자’답게 진씨는 ‘딱딱한’ 세무사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운’ 세무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새전북신문에 '진경욱의 재미있는 세무상식'이라는 고정 꼭지도 연재하고 있다.
 
“세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쉽게 다가가야 합니다. 잘 모르면 그냥 지나치기 쉽고,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요. 제가 연재하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세무는 알면 알수록 깊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세무 상식을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해
 
4전 5기 세무사 진경욱씨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개인 세무사로 그럭저럭 살아갈 순 있지만 세무사로서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동료세무사 몇 명과 함께 세무법인을 만들었다. 지역에선 최초다.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처럼 전문가들이 모여 더 유능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언제나 ‘첫번째’는 위험을 수반한다. 최초의 세무법인은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씨는 4전 5기 세무사다. 권투 경기할 때처럼, 세무사 시험 공부를 할 때처럼 지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전라북도 대표 세무사를 꿈꾸는 진씨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경욱, #세무, #선샤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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