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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 나무. 아이들이 큰 나무로 자라 넓은 그늘을 만들기를...
 큰 나무. 아이들이 큰 나무로 자라 넓은 그늘을 만들기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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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가장 큰 고민은 ‘아버지로써 자식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일 것입니다. 그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때론 거창하고 대단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일일 수 있습니다.

금전적 부유함이 있는 사람이 재물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려는 것은 보다 넓은 의미의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금전적 부유함이 없는 사람은 정신적 부유함을 물려주는데 신경을 집중할 것입니다.

안도현의 <가난하다는 것은> 시(詩) 한 수가 떠오릅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 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버지. 아버지로 산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로 산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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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삶을 돌이켜 보면 10대에는 빨리 나이 먹으면 좋겠다 했었고, 20대에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 고심했습니다. 30대에 들어서는 가정을 꾸려 어떻게 살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어느 덧 40대 중반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10대 때 어른들은 보며 ‘왜 저리 살지?’, ‘나이 먹도록 뭐했지?’란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40에 이르고 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즈음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습니다. 나의 삶, 아내의 삶, 아이들의 삶을 더불어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연유로 내 아버지, 그 삶의 궤적을 먼저 그려봅니다.

“살면서 자기 몸으로 직접 체험하여 세상살이를 알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고. 그래서 사람에게 간접 경험이 필요하다. 자기가 경험하지 못하는 분야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라도 알아야 한다.”

내 아버지의 세상살이 지론입니다. 그래서일까, 아버지께선 내가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무척 강조하였습니다. 간접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혀 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겠지요. 하지만 당시 나는 아버지의 딱딱한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꽃망울. 아이들이 석류 꽃망울처럼 활짝 피어나기를 준비하길...
 꽃망울. 아이들이 석류 꽃망울처럼 활짝 피어나기를 준비하길...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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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삶은 이런 것?
 인생. 삶은 이런 것?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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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삶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의 ‘힘’

“책 읽기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주어지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책 읽기를 통해 알지 못하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것처럼 알아야, 삶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선 꼭 한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세상을 몸으로 직접 느껴서 알아갈 때는 이미 늦다. 책을 읽어 알아진 것들이 쌓여야 삶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현명한 지론이었다는 생각입니다. 하여, 나는 덕분에 ‘자식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필요치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어받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합니다. 화살 같은 세월 속에 살만할 때가 되면 아이들은 어느 덧 훌쩍 커, 부모 곁을 떠날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인생사에서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훌륭히 치러낼 판단의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게 아버지인 내 몫인 것 같습니다.

꽃망울. 삶은 꽃망울처럼 모였다 한순간에 터지는 게 아니겠지요.
 꽃망울. 삶은 꽃망울처럼 모였다 한순간에 터지는 게 아니겠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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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아이는 책을 통해 삶을 배워 갈 것입니다.
 독서. 아이는 책을 통해 삶을 배워 갈 것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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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부모가 전하지 못한 삶의 지혜와 길잡이

이즈음에서 안도현의 시(詩) <땅>을 떠올려 봅니다.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이런 구절들을 알 때가 되면 아이들은 세상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도 알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살아가는 게 아닌 잠시 머물렀다 훌쩍 떠나는 그런 곳임도 알아가겠지요.

아이들과 도서관에 들러 책을 한 아름 안고 나오는 순간 마음부터 흐뭇해지는 건, 아직 다 전하지 못한 삶의 지혜와 길을 대신 안내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길. 바위의 물 길처럼 아이들도 자신만의 삶의 길을 만들어 가겠지요.
 길. 바위의 물 길처럼 아이들도 자신만의 삶의 길을 만들어 가겠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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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의 모습들처럼 다양한 체험이 삶을 살찌울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모습들처럼 다양한 체험이 삶을 살찌울 것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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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와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버지, #독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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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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