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1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건물 26층부터 28층까지 3개 층에 위치한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날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 승지원 등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그룹 핵심임원들의 자택과 별장 등 8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틀째 벌이는 고강도 수사다.

 

특검 수사관 30여명은 이날 오전 8시 50분경 45인승 대형버스 1대와 승합차 2대에 나눠 타고 현장에 도착했으며 이들은 삼성 본관 1층 로비 검색대 앞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전략기획실로 직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수사관들이 모두 회사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포토라인과 같은 붉은색 차단선을 둘러쳤으며 경비요원들을 배치,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조준웅 특검, 철통보안의 삼성본관을 뚫었다

 

28층짜리 삼성본관 건물 꼭대기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전략기획실은 28층에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의 집무실, 27층에 전략지원팀 산하 경영지원 파트(구 재무팀) 사무실, 26층에 기획홍보팀 등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핵심인사들이 출입하는 삼성본관 건물은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업무 차 삼성본관을 찾았다 해도 전략기획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본관 1층 로비에 마련된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기고 은행원 명찰과 비슷한 보안카드를 쥔 뒤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때 신분을 보증할 수 있는 전략기획실 직원이 동행한다. 건물에 들어설 때 노트북 소유여부를 말하지 않았다면 나설 때 '띠띠띠' 소리와 함께 체크된다. 알 수 없는 서류박스를 손에 쥐었어도 검색의 대상이 된다. 그 정도로 삼성의 보안은 세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직원이라고 해서 아무나 전략기획실을 드나들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본관 27층과 28층은 철저한 보안구역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28층에 위치한 회의실은 원탁 형식의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지만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이라는 것이다.

 

노트북 컴퓨터는 물론 카메라도 반드시 비표로 체크한 경우에만 통과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허가받지 않는 컴퓨터와 카메라는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27층 비밀금고 진실의 문은 열리나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오전 9시 30분경 기자들에게 "삼성본관 전략기획실을 현재 수사팀이 압수수색 중"이라며 "전략기획실에 소속된 전략지원팀, 기획홍보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본관 28층의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집무실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본관 27층 사무실은 지난해 11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임원 사무실 내부에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가 있고 그 안에 현금과 상품과 비자금, 그리고 로비명단까지 쌓여있다"고 밝힌 바 있어 특검이 이곳에서 어떤 압수품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조준웅 특검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에 삼성그룹 비자금을 은닉하고 관리해왔던 핵심으로 지목됐던 관재파트(재산을 관리하는 부서) 실무라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삼성그룹의 '심장'에 해당되는 삼성본관 전략기획실을 강타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그룹을 퇴직한 한 전직 임원은 "서울 태평로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삼성그룹 70년 역사상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았던 진풍경"이라며 "탈법과 불법, 부조리의 온상처럼 비춰졌던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상 특검이 뭔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전했다.

 

이 전직 임원은 "특검의 압수수색을 지켜보니 이건회 회장은 물론 이학수-김인주-최광해-전용배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비자금 핵심 라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동안 검찰의 힘만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웠던 삼성그룹의 여러 불법행위들이 진실로 드러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기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도 "삼성그룹 비자금 모집 및 관리의 창구였던 관재파트를 중심으로 한 전략기획실을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는 생각"이라며 "사실상 삼성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김용철 변호사 "전략기획실 압수수색 자체만으로도 상징성 있다"

 

14일 저녁 늦게까지 특검팀과 함께 조사에 임했던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에 나갔던 특검 수사팀이 서류봉투 몇 개 달랑 들고 왔다고 해서 성과가 없다는 식으로 평가절하 할 일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은 바 있기도 하다. 

 

특검의 이번 압수수색은 철통보안 속에서 매우 신속하게 속사포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는다. 연거푸 이틀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의 심장부를 강타했다는 것은 사실상 특검팀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보안이 새나가지 않도록 단속한 것 아니냐는 진단인 것이다.

 

실제 평소 오전 8시∼8시30분경이면 출근하던 수사관들도 이날 아침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 수사팀 대다수가 바로 현장으로 출동, 삼성 본관을 뒤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한 뒤 거의 매일 불러 조사하던 김용철 변호사를 소환하지 않은 것도 사실상 '15일은 압수수색에 총력을 기울이는 날'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기획했던 것이라는 후문도 새어나오고 있다.

 

한편, 윤정석 특검보는 15일 오후 4시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압수한 내용의 종류와 추가 압수수색 전망 등 압수수색 결과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건넸다. 


태그:#삼성 특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