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는 만 10살의 딸아이는 요즘 심술쟁이에 변덕쟁이, 삐침쟁이다. 벌써 사춘기에 접어든 걸까? 몇 개월 전과는 전혀 딴 사람인양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고 있어 부모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부모로서 얼른 더 성장하라고 재촉이라도 하는 양 딸아이의 변화는 급격(?)하고 과격(?)하다.

이런 딸아이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했다. 딸아이는 엄마가 하는 일이 뭐든 부럽기만하다. 내겐 귀찮은 집안 일이 딸아이에겐 왜 부럽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부러워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는 상당 부분을 딸아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만 10살 된 딸아이는 최근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달라져가는 딸아이를 지켜보면서 부모로서도 성장해가야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 딸아이와 함께 차린 크리스마스 차림 만 10살 된 딸아이는 최근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달라져가는 딸아이를 지켜보면서 부모로서도 성장해가야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스폰지 케이크만 내가 구워주고 크림 만들기, 장식 등은 전부 딸아이가 맡았다. 먼저 케이크 사이에는 딸기를 잘게 잘라 휘핑한 생크림과 섞어서 고루 발랐다. 이번 케이크는 초콜릿 크림을 발랐다. 초콜릿을 더운 물에 녹여 으깬 후 휘핑한 생크림과 고루 섞어서 만든 것이다. 제가 만들어서 더 자랑스럽고 맛있는 초코크림 케이크가 완성되었다고 행복해하는 녀석의 얼굴에선 심술쟁이, 변덕쟁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딸아이가 고안해 데코레이션을 했다. 난 스폰지 케이크를 구워준 후 조금 거든 게 전부다.
▲ 초코크림 케이크 딸아이가 고안해 데코레이션을 했다. 난 스폰지 케이크를 구워준 후 조금 거든 게 전부다.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딸아이에게 한 가지 요리를 더 부탁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주먹밥이다. 부탁하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딸아이는 주먹밥 재료를 줄줄 읊어댔다. 재료를 준비해주니 주먹밥도 일사천리로 만들어 놓았다.  

김치 주먹밥, 시큼한 우메보시(메실장아찌)가 든 주먹밥, 붉은 차조기를 말린 유카리 주먹밥. 모두 딸아이의 아이디어로 딸아이가 직접 만든 주먹밥들이다.
▲ 딸아이가 만든 주먹밥 김치 주먹밥, 시큼한 우메보시(메실장아찌)가 든 주먹밥, 붉은 차조기를 말린 유카리 주먹밥. 모두 딸아이의 아이디어로 딸아이가 직접 만든 주먹밥들이다.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10살짜리 꼬마 요리사에게 질 수 없겠기에 나도 요리에 힘을 좀 쏟았다. 생전 처음 로스트 치킨에 도전해 본 것이다. 남편은 전부터 한국에서 자기가 옛날에 살던 동네의 시장 통에서 팔던 전기구이 통닭 얘기를 애절하게 하곤 했다.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리라던 것을 이번에 실현했다. 여러가지 요리법이 있는 것 같았지만, 초보로서 가장 심플한 방법을 택했다. 그게 제일 안전하겠다 싶었으므로.

생전 처음 도전해본 로스트 치킨. 허브 솔트와 타임 만으로 간을 해 심플하게 구웠다. 첫 작품 치곤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음.
▲ 로스트 치킨 생전 처음 도전해본 로스트 치킨. 허브 솔트와 타임 만으로 간을 해 심플하게 구웠다. 첫 작품 치곤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음.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주요리가 결정되었으니 다음은 부요리들.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넣은 샐러드를 만들었다. 씻어서 장식만 하면 된다. 훈제 햄은 딸아이가 장식해주었다. 쫄깃한 모짜렐라 치즈는 토마토와 잘 어울리니까 방울 토마토도 조금 얹고, 약간 어른 취향의 베이비 리프를 베이스로 깔았다. 드레싱은 올리브유와 발사믹코, 소금, 후추를 섞은 간단 레시피. 그러나 다른 요리에 밀려 오늘은 별로 빛을 보지못했다.

정말 간단히 만들어서 요리하고 하기는 좀 그렇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넣은 샐러드다.
▲ 훈제 햄과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베이비 리프 샐러드 정말 간단히 만들어서 요리하고 하기는 좀 그렇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넣은 샐러드다.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그 다음은 카나페. 며칠 전의 꼬맹이들 크리스마스 파티 때 3살짜리 둘째 아이가 너무 잘 먹길래 이번에도 만들어봤는데 오늘은 인기가 없었다. 나는 맛있던데, 녀석은 배가 불렀던 게지….

보리맥아 크래커에 크림 치즈를 바르고 햄과 파프리카, 블루베리, 민트로 장식을 했다.
▲ 카나페 보리맥아 크래커에 크림 치즈를 바르고 햄과 파프리카, 블루베리, 민트로 장식을 했다.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네 식구가 제일 맛있게 먹은 건 파이를 씌워 구운 크램차우더였다. 우연찮게 재료가 냉장고에 있길래 만들었는데 그게 힛트를 친 셈이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이 파이를 부수는 일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파괴감에서 오는 희열인가?

시간조절을 잘못해 조금, 아니 많이 태우고 말았다. 그래도 제일 맛있었다는.
▲ 크램차우더 위에 파이를 씌워 구운 것 시간조절을 잘못해 조금, 아니 많이 태우고 말았다. 그래도 제일 맛있었다는.
ⓒ 장영미

관련사진보기


어른들은 와인 잔을 아이들은 포도쥬스 잔을 들어 건배를 했다. 무엇을 위해?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그리고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빌며. 쨍~

정신없이 식사가 끝났다. 딸아이는 제가 만들어 꾸민 크리스마스 식탁이 무척 흡족한 듯 연신 밝게 웃었다. 제발 언제나 그렇게 웃어주었으면… 언제나 오늘만 같았으면….

늦은 식사를 마치고 산타할아버지에게 드리는 '주먹밥과 편지'를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아두고 딸아이는 꿈나라로 갔다. 산타할아버지가 얼른 오셔야 하니까 빨리 자야 한다면서. 딸아이가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화미타마'라는 새로나온 다마고찌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산타할아버지는 다른 선물을 가져다 주실 것 같다. 산타할아버지 선물이 딸아이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딸아이 반응이 어떨지 참 궁금하다.

변화를 겪는 딸아이에게 요즘 새 임무를 맡겼다. 아침식사 준비하기. 전엔 아침식사로 밥을 먹었는데 딸아이가 준비하기 쉽게 토스트로 메뉴를 바꿨다. 덕분에 오븐 토스터를 새로 장만했고, 분말 코코아를 준비해 주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즐거운 지 딸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요리를 한다, 실수투성이지만 아주 신나게.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다. 딸아이는 학교에 가기 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끌러봐야 할테니 크리스마스 아침식사 준비는 내 차지가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 남은 음식들이 조금씩 변신해 식탁에 오를 것이다. 딸아이와 준비했던 맛있는 요리들이 말이다.


태그:#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파티, #딸아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