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철영 기자는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대선 기간 20대는 대선 주자들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그들이 겪는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는 대책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학 새내기의 변화는 곧 대학 분위기의 변화를 의미한다. 취업난과 병행해서 대학 새내기들의 일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말이 많다. 새내기가 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위해 보내야 하는 시간만 남았을 뿐이다. 1년, 그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취업의 어려움을 어떻게 걱정하고 있을까?

 

기획 취재를 마치고 그 연장선에서, 그들의 변화를 들여다 보고자 했다. 설문과 인터뷰를 위해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 느끼며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 주]  


12월 어느날 아침 7시, 우중충한 날씨와 습기를 가득 머금은 대기의 무게가 더욱 추위를 불러온다. 

 

인터뷰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앞 광장에는 삼삼오오 학생들이 짝지어 있었다. 담배를 피고 있거나 음료수 캔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무거운 주제인지 얼굴 가득 인상을 쓰면서 토론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책을 가방가득 넣고 끙끙대며 서 있다.

 

 “시험이 가까이 와서 그런지 열람실 빈자리가 없다네요, 일단은 대기표를 받긴 받아놨는데, 어디 다른데 갈 곳도 없고 해서 그냥 자리 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어느덧 기말고사가 코앞까지 다가온 시점, 중앙 도서관이나 각 단과별 도서관 열람실은 포화상태다.


 새벽부터 벌어지는 자리 쟁탈전

 

 기말고사를 일주일여 앞둔 날, 중앙 도서관 열람실에 자리를 맡으러 아침 6시부터 일어나 학교에 왔다는 행정학과 1학년 홍석민(20)군은 최소한 9시 전까지는 도서관에 와야 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 심지어 세자리 수 대기표를 받아야한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들은 새벽에 잠시 일어나 자리를 맡아 놓고 집에 가서 다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 후에 학교 도서관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침 6시쯤 일어나서 대충 모자 둘러쓰고, 추리닝에 난방하나 위에 걸쳐 입고 자리 맡으러 나와요. 그 때 안 맡으면 중앙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건 꿈도 못 꾸거든요. 그렇게 자리 맡고 나서, 다시 집에 돌아가죠. 피곤하기도 하고, 밥도 안 먹었고, 씻지도 않았으니까요. 조금 잤다가 다시 일어나 밥 먹고, 그리고 씻고 와서 이제 공부를 시작하죠. 저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시험기간만 되면 저같이 사는 사람들 많아요...하하(웃음)”

 

 뒤에 서있던 고학번인 듯한 한 학생이 깊게 한 숨을 쉬며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해준다.

 

 "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안 이랬는데..." 

 

 새내기의 어떤 모습이 변화 했는가?

 

 대학사회의 변화는 새내기들 좀 더 나아가서는 새내기를 갓 떼어낸 학생들로부터 기인한다. 과거보다 이들이 열심히 공부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공강 시간에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며, 강의에 대출하거나 결강을 하는 사람도 전혀 없다.

 

 이러한 변화의 경향은 설문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30대 기업이나 100대 기업의 학점 하한선에 대해 1학년의 경우 다른 학년에 비교해봤을 때 상당히 높은 학점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답을 했다. 1학년 응답자 중 72%가 30대 기업에 취직을 위해선 3.7 이상의 학점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42%는 4.0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3%만이 3.7이상의 학점을 필요로 한다고 답한 3,4학년들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결과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1학년생들의 모습은 비단 학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의 모습은 영어 학습의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학 새내기들에게 유명 학원의 토익, 토플 강좌는 어느새 필수 수강 과목이 되었으며, 최근 토익, 토플 시험 신청 열풍은 이들의 ‘러쉬(RUSH)’가 한 몫 한 것이기도 하다. 이 뿐만 아니라 각종 공모전과 인턴십은 1학년 학생들의 주요 표적이 된지 오래라고 한다.


 무엇이 새내기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게 하는가?

 

 새내기들은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가? 언론은 그것을 취업 불안이라고 말한다. ‘대학생’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포털 사이트들의 뉴스 기사 검색란을 통해 검색을 해보면 기사의 80%이상이 취업에 관련된 기사다. 그리고 그 기사들 대부분의 내용은 대학생 취업난에 대한 것이며, 취업에 불안해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주요 기사거리다.

 

 기사의 제목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취업’에 가위눌린 꿈-대학생 5명 집담회 - 경향신문
 대학생 10명중 8명 "방학은 없다. 취업 공부에 매진" - 연합뉴스

"취업 유리한 강의 잡아라" 대학 수강신청 '전쟁' - 부산일보

대학가, 여름방학 반납 취업준비 `구슬땀` - 한국경제

“방학 맞은 대학생들, 어학원으로 몰린다” 취업문 두드리기 위해 한여름 어학원 ‘북적’      -문화일보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 이제 대학 생활은 입시 지옥에 찌들린 고등학교 시절과 다를 바가 없는 존재가 된다. 
 
 1,2학년 때는 놀고 3,4학년 때부터 공부한다던 예전의 대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는 전설 속의 그 누군가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낭만적 대학문화’는 전설 속에 감금된 과거의 그 무엇이다.


 그래도 우리는 꿈많은 새내기다!

 

 신림역 앞 술집들이 모여 있는 녹두거리. 수많은 네온사인 간판들은 지나가는 사람 한명이라도 더 붙잡으려는 듯 그 화려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우성범(20)과 김현진(21)을 한 술집에서 만났다.

 

 얼마간 신변에 관한 가벼운 대화 나눈 후 학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취업 불안에 대한 이야기했다.

 

 사회과학과 신입생(07학번)인 우성범은,

 

 “취업에 대한 불안이요? 잘 모르겠어요. 아직 1학년이기도 하고, 또 취직도 하고자하는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제가 나중에, 장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절 빛나게 해줄지 그런게 걱정이죠... 학점도 높은 편이라면 높은 편이지만 그건 2학년 때 받는 전공 선택에 있어서 조금 편하게 하려고 하는 거고 그리고 성적은 좋게 나오면 좋잖아요, 학점 따려는 건 그래서이지 뭐 취업이 불안해서, 취업에 대비해서 잘 받으려 하는 건 아니에요.”

 

 같은 대학 동기인 김현진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학점이 안 나오면 속상하고, 영어를 남보다 못하면 속상해서 공부하는 거지, 취업이 불안해서 공부한다던가 그런 거는 아니에요. 그리고 막상 기업에 들어가는 거는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요. 거기서 제가 과연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인가, 오히려 이런 것들이 걱정이 되는 거지요.”


  우성범과 김현진은 최소한 언론에서 묘사하는 대학교 1,2학년 때 부터 취업을 위해서 방학을 반납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 새내기의 모습은 아니었다. 구체적이지 않은 목표와 세상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을 가진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꿈을 가진 새내기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내기가 변한 것은 분명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전적으로 취업 불안으로 인한 것으로 보도하는 각 종 언론사의 보도, 그리고 보도 속에 묘사되는 대학생들의 지친 모습은 오직 취업을 위해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로 환원된다. 그들의 미래는 오직 취업이다.

 

 학기 중에는 보다 스펙을 높이려 학점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방학 중에는 공모전에 참가하거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기업이 원하는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어학연수를 준비한다. 그리고 혹 기회가 되면 인턴 생활을 한다. 이 모든 묘사가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을 묘사하는 수식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보도의 묘사와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음.... 학기 중에는 거의 매일 술 마시며 놀았던 것 같네요. 대학 입시에 대한 해방감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적응이었죠. PC방이나 플스방도 자주 간 편이구요. 자연스럽게 생활리듬이 바뀌더라구요. 저에게는 특권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만이 느낄 수 있는... 언젠가는 저도 고학번 선배들이 밟았던 과정을 밟겠죠... 하하(웃음)” - 우성범

 

  두 얼굴의 새내기?

 

 분명히 달라졌다. 도서관 앞에 늘어선 줄은 과거와 다르며, 학점의 높은 고지를 끊임없이 욕망하는 학생들의 수도 늘어났다. 토익, 토플 신청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해외로 시험을 보러 원정을 나가고, 학원들은 호황을 누리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대학 시절 내내 당구장이나 술집에 살았다는 선배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이 되어, 더 이상 반복 되지 않을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맹목성을 띄고 변한 것은 아니다. 물론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학업에 더 신경쓰고 있지만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일 여유는 충분하다. 취업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그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숨길 수 없는 대학 새내기들만의 사람냄새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낭만이라는 것과 함께...


 


태그:#취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