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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지지선언이 있었다.
 6일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지지선언이 있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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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선거를 13일 앞두고 대학생들의 공식적 '대선 주자 지지'가 늘고 있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올바르게 바라봐야 하지만 순수한 의도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지지선언이 있었다. 제주도 내 대학생 및 청년 176명의 명단이 발표되고, 이 자리에 참석한 대표 10여 명이 공식적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중에는 확실한 지지 표명이 아닌 일명 '이름 빌려주기'를 한 학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전국 42개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가운데 거기에 제주대 현능주 현 총학생회장이 포함돼 있어 대학 사회에 논란이 일었다.

현능주 총학생회장은 지지 후 논란이 일자 개인적인 지지였다고 밝혔지만, 총학생회장 신분으로 제주대학교 학생 대표성을 띤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8월 22일에는 김경민 전 제주관광대학 학생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학생회장과 대의원회 의장 출신 등 33명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 때도 학생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어떤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는지 문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서 '지지 응원단'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구분돼 있지만 한 관계자는 '알바'라고 귀띔해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요구된다. 

지난 8월 22일에는 김경민 전 제주관광대학 학생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학생회장과 대의원회 의장 출신 등 33명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동영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 8월 22일에는 김경민 전 제주관광대학 학생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학생회장과 대의원회 의장 출신 등 33명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동영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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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총학생회장의 이명박 후보 지지 옳은가?

먼저 지난달 28일 현능주 제주대 총학생회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제주대 내 뿐만 아니라 제주 사회에서 큰 논란거리였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적인 견해를 총학생회장 신분으로 내비친 데 대해 제주대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능주 총학생회장은 개인적인 지지였다고 의사를 밝혀 사건이 무마됐지만 총학생회장의 대선주자 지지는 앞으로도 계속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을 취재한 결과 이미 전 총학생회장인 김도훈(2006년도 제주대 총학생회장)씨와 이승철(2005년도 제주대 총학생회장)씨가 한나라당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제주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제주대 전 총장 부만근 교수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승철씨는 한나라당 제주도당 청년본부 2030위원장으로 있는데, 한 관계자는 현재 대학생들을 이끄는 선두로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승철 2030위원장은 "현능주 총학생회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선배의 입장에서는 쌍수로 환영할 일"이라며 "많이 고민했고 힘들었을 것이고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념을 따지지 말고 우리들을 이끌어 갈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대 총학생회장단이 특정 정당 지지연대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일었지만 이에 대해서 부만근 전 제주대총장은 "자신은 제주대 교수를 퇴임했고, 현모 학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현능주 총학생회장의 이름도 잘 모를 만큼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일단 자신은 총학생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지지발언에 대해 밝혔다.

특정 후보지지 대학생 일부 '나 지지자 아닌데?'

현 총학생회장의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 논란과 더불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지지선언이 있었지만 명단에 포함된 한 학생이 "지지자가 아니다"라고 밝혀, 지지명단의 일부 학생들은 적극 지지자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자 명단에 있는 한 학생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한 후배가 이름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며 "문국현 후보를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지지자는 아니다"라고 밝혀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이번 176명의 명단에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의해 이름만 적은 사람이 있어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창조한국당 제주도당 김영남 사무처장은 "이번 지지자 명단은 적극 지지하는 학생들이 주변 학생들에게 전화를 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 지지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어 지지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대학생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 대해서 김영남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경우 제주대 총학생회장 한 명이 지지한 것으로 아는데 개인적인 지지였다고 밝혔으니 제 입장에서 뭐라고 할 수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제주대학생들이 지지한다면 창조한국당을 지지하는 대학생들 명단에서처럼 다수로 개인 이름을 내놓고 지지를 해야 정말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에는 학생회 간부 출신 5명이나?

그러나 총학생회장이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을 문제삼지 않더라도 민주노동당에도 현재 1990년대 제주대 총학생회 간부 출신 5명이 활동하고 있어 총학생회 출신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공공연한 일임을 알 수 있다.

1997년도 제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민주노동당 강호진 정책국장은 "1990년대에도 총학생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며 "문제는 당시에는 총운영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해 공식적인 지지를 밝힌 반면 이번 현능주 회장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견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여론 수렴 없이 총학생회장 신분으로 지지를 표명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강호진 정책국장은 "대학생들도 투표권이 있으므로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고 총학생회장도 지지를 표명하려면 기본적인 절차를 지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스스로 치열한 논쟁과 토론속에서 풀어야 할 과제

한편 대학생들의 특정후보 지지선언과 관련해서 제주사회에서는 가뜩이나 투표참여가 저조한 대학생들에 대한 정치적 관심을 불러넣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지선언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론과 논쟁없이 인맥 중심으로 특정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특정후보를 지지선언하는 것 자체를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하는 것은 다분히 언론플레이적 성격이 짙게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바른 정치적 참여 속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한다면 그 후보를 위해 발품을 파는 선거운동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 꼭 기자회견을 통한 '선언'을 했어야 하는가의 지적이다.

이러한 지지선언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렇지 못한 것인지, 그 판단은 당당한 유권자인 대학생들이 치열한 논쟁과 토론 속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 #대학생 지지, #지지선언,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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