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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우리는 학교로 가요."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에 나오는 노래다.

 

지난 6월 강화군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우리학교>를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고 김명준 감독님과의 대화의 시간도 있었다.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일본땅에 살게 되었고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뉴스에서 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나 독도 문제 등이 일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다 보니 우리와는 밀접한 역사 관계를 맺으며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몇 년 전 우리가족이 재미있게 본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도 바로 일본과의 전쟁의 역사다. 그리고 이 전쟁엔 중국(명나라)도 관계가 되어있다.
 
가깝게는 나의 증조할아버지와 고조할아버지께서 조선조 말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본격적으로 나라를 빼앗기 위해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단발령을 내리자 고향인 단양에서 의병 전쟁에 참전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그 때의 이야기를 들었고 아빠께서도 그 때 증조부님께서 써놓으신 일기를 보여 주시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증조부와 고조부께서는 건국훈장을 받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살아계실 때 일본을 좋게 말하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의병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겪은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독립운동가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강하셨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는 그것으로 인해 힘든 생활을 하셨다.

 

이렇게 보면 일본은 바로 우리 가족의 역사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일본에게 당한 고통의 역사가 있지만 2002년엔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그 당시 월드컵의 열기는 지금도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노래가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를 얻는 한류 열풍이 있었다. 욘사마를 보기 위해 또는 드라마 촬영지를 다녀가기 위해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보며 문화를 통해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초등생 내 동생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데스노트>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노래방에 가면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곧잘 부른다.

 

역시 문화를 통한 교류가 서로 접근하기가 가장 빠르고 효과도 강력하다. 기자가 꿈인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올바른 한일 관계는 무엇일까?

 

수천년 동안 이웃하고 살아 일본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는 아직 남과 북이 나뉘어져 살고 있다.

 

통일이 국가의 큰일이다. 그런데 이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일 두 나라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계속해 나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세나라가 서로가 이익이 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통일을 이루어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야 이해를 할 수 있다. 나도 산마을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처음 입학해서 서너 달은 어색하고 힘들었다.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게 되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트이게 됨으로써 좋은 친구로 발전해 가고 있다.

 

한일 두 나라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여기서 잘 안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면 바르게 알아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이 우리와 중국을 침략한 역사가 있는데 이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두 나라의 시민기자들이 상호교류를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너무도 바람직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사토시와 新 '강화도 조약'을 채결하다

 

 

11월 30일(금) ~12월 2일(일), 강화도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에서는 제2회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나는 한국 고등학생 시민기자 자격으로 2박 3일간 일본 시민기자와의 교류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

 

강화도 역사탐방, 찜질방 체험, 모닥불 고구마 구워먹기 등 여러 다채로운 행사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간은 오마이 제팬의 스포츠 기자 '나카지마 마사토시'와의 취중 축구 토크였다.

 

맥주잔을 기울이며 지샌 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일본 나고야에 사는 시민기자 마사토시는 한국 K-리그의 수원삼성, FC서울을 좋아하는 열혈 축구팬이었다. 난생 처음 만난 우리였지만 마사토시와 나는 축구로 하나가 되었다. 축구가 두 명의 한일 시민기자를 이어주는 매게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장 뜨거운 축구 이슈는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예선 3조에 함께 속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사토시는 "평양에서 벌어지는 남북 맞대결이 아주 흥미롭게 전개 될 것" 이라며 남북 축구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일본의 2010 월드컵 본선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마사토시는 "같은조(2조)의 태국, 오만, 바레인 모두 일본이 해볼 만한 국가다. 남아공 티켓이 무난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온갖 영어 단어를 조잡하게 섞어서 대화를 나눴던 일명 '토막 영어', 온 몸을 모두 동원한 '바디랭귀지' 비록 일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은 통했다.

 

마사토시와 나는 지속적인 이메일 교류, 서울-나고야 방문 약속을 전제로 한 '新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언젠가 마사토시와 함께 일본 열도를 "전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구석구석 여행하는 꿈을 꾸어본다.

 


태그:#한일친구만들기,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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