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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 선거를 20일 앞두고 있지만 대학가는 '대선 냉풍'이 불고 있다.

 

이는 대학들이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얼룩진 정치판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9일 대선을 앞두고 제주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교수 및 직원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지만 좀처럼 대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학생들은 취업과 시험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으며, 각종 비리와 싸움으로 가득 찬 대선 판에는 이미 실망한지 오랜 듯 했다. 또 일부에서는 정치에 무관심인 것은 국가의 선진화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학들 다음 주부터 시험 돌입, 대선은 관심 밖

 

제주대 교정에서 만난 경영학과 3학년 정미라 학생은 "대선에는 관심 없다"고 딱잘라 말하며 대학가의 대선 냉풍을 보여줬다.

 

정미라 학생은 "다음 주에 시험이 있어서 기말시험이 코 앞인데 시험이 중요하지 대선은 글쎄요"라고 말하며 대학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대 기말시험이 12월 7일부터 13일까지로 정해진 가운데 학생들은 대선보다는 코앞으로 다가온 기말시험이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김형남(제주대 기계공학과 3) 학생도 "이제 곧 4학년이라 솔직히 대선보다는 취업이 더 중요하다"며 "기말시험을 잘 봐야 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대선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주위 사람들 말 듣고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비리로 얼룩진 정치판 "질렸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강은정(제주대 식품영양학과 3) 학생은 "대선 판이 혼란스럽기만 해서 정 떨어졌다"며 대선 정치판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다.

 

강은정 학생은 "난생 처음 하는 대통령 선거라서 엄청나게 기대했지만 대선이 가까울수록 뉴스에서는 서로 비난하는 내용만 나와서 혼란스럽기만 하고 이제는 정떨어져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하며 "언론도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인 뉴스만 보도하고 후보도 너무 많아서 헛갈리다"고 말했다.

 

관광경영학과 4학년 오승미 학생도 "공약에 대한 정책 홍보가 잘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현실 가능한 공약도 별로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후보끼리 헐뜯기나 하고 비방하는 이런 정치판에 관심을 둘 수가 없다"며 투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제주대의 한 직원도 "대선에 관심도 없고, 1번부터 12번까지 이름을 도저히 못 외우겠다"며 "시끄러운 정치판을 볼 바에야 오늘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관심"이라고 말하며 대선에 대한 무관심을 내비쳤다.

 

대선에 관심 없는 것은 선진화된 사회 형태

 

대선에 관심이 없는 대학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1970~80년대 당시라면 정치권이 혼란스러울 때라서 학생들과 전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의 무관심은 선진화된 사회의 형태라는 것이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최낙진 교수는 "대학이 대선에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치에 온 국민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없고 대통령 이름 모른다고 어떠한가.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국민을 좌지우지 하는 세상은 끝났다는 얘기고 그것은 우리 사회가 선진화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훈(제주대 산학협력단)씨도 "지금의 학생들이 대선에 무관심한 것은 이해가 된다”며 “과거 정치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나도 부모와 친구들에게 모두 누구 찍으라며 대선에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한층 안정된 사회라서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한 마디 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장재철(제주대 기계공학과 3) 학생은 "취업도 어렵고 제주 경제도 어려운데 지금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은 경제회생"이라며 "대선이 누가 되느냐보다 누가 어떤 공약으로 국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강민수(제주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도 "교수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모두 주시하고 있다"며 "FTA가 1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잘 고려해서 중요성을 인식하여 제대로 된 공약을 내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17대 대선, #대선, #제주, #제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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