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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인간극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마치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그들의 삶은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간극장>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은 무엇일까.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 혹은 '우리 엄마'의 이야기는 <인간극장> 속 '인간'의 범주엔 속하지 않는 것일까.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 KBS 1TV <다큐멘터리 3일>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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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공간 속 3일 그리고 보통사람들

KBS 1TV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다. 11월 15일에 방송된 '종로 포장마차 골목의 민심 기행' 편에는 친구와 함께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 잔을 기울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있었고, 11월 22일에 방송된 '수능의 모정-대구 팔공산 갓바위 3일'편에는 딸이 두 번이나 수능을 보는 동안 딸 걱정에 마음 졸이던 우리 엄마의 모습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특정한 공간 속 3일'을 보여주는데, 그 공간은 때로는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공간(불꽃축제, 대통령 후보 경선, 부부관계 회복 캠프 현장)일 때도 있고,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전혀 특별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공간(종로 포장마차, 남산, 야구장, 분만실 등), 또는 우리들 삶 속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공간(서울 이슬람 사원, '바다위의 병원' 전남 512호, 스리랑카 사찰 등)일 때도 있다.

이러한 특정한 공간 속 3일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길을 가다 마주칠 것 같은, 옆집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이웃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연 속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그들은 <인간극장>의 주인공들처럼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과 비슷하기에 더욱더 공감할 수 있고 또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

익숙한 혹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 속 '사람사는 이야기'

우리는 <다큐 3일>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너무도 익숙한 공간 속 3일을 지켜보면서 '특별함'을 발견한다. 종로 포장마차의 경우, 왔다갔다 하면서 수없이 보았던 곳이었지만 단 한 번도 그 곳에 어떤 사람들이 있으며 어떤 사연들이 있을지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 않았다.

일상적인 공간 속 평범한 사람들
▲ 종로 포장마차 일상적인 공간 속 평범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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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일상적 공간이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 공간은 '의미'를 갖게 된다. 그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그리고 관계 속에서 너무도 일상적이었던 공간은 특별함을 갖게 된다.

그 곳에는, 때로는 돈 때문에 사랑 때문에 눈물짓는 사람들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기에 친구가 있기에 행복한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종로 포장마차를 터전으로 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있었다. 이 모든 사연들은 종로 포장마차라는 공간과 함께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의미'가 될 것이다.

때로는 가보지 못했던 공간 속 3일을 지켜보면서 '익숙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전에 뉴스에서 자식들 수능 잘 보게 해달라고 108배를 드리는 엄마들을 봤을 땐 단순히 '극성맞은 엄마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수능이 있기 전 이틀과 수능 날의 모습을 담은 '대구 팔공산 갓바위3일' 편을 보면서 그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식을 위해 기도드리는 어머니
▲ 대구 팔공산 갓바위 자식을 위해 기도드리는 어머니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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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눈물 흘리고 기도드리는 부모님이 있었다. 어떤 기적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입시제도 속에서, 학벌지상주의 사회 속에서 힘들어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 '부모님의 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우리 엄마의, 우리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너무도 익숙해서 혹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속 사람들의 모습을 3일 동안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공간과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나 일상적인, 너무나 특별한 '우리들의 삶'

TV를 보면 정치인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혹은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나 끼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남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속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는 설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큐 3일>은 너무 평범해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에 귀 기울인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물론,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특정한 공간 속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다보니 깊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된다. 또한 그러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3일이라는 시간은, 지금까지 어떠한 방송에서 할애했던 시간보다도 긴 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결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3일이라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그저 담담히 그들의 삶 속의 짧은 순간을 포착할 뿐이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평범한 삶도 충분히 들여다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작성기사



태그:#다큐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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