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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얼굴의 입학생. 15살.
▲ 입학식 환한 얼굴의 입학생. 15살.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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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오전 11시. 단 3명의 아이들로 입학식을 치른 학교가 있었다. 버스가 하루에 네 번 들어오는 두메 산골. 온 세상을 학교삼고 온 사물을 스승삼아 스스로 익히고 배우며 자라가는 학교. '스스로세상학교'다.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 입학식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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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 이름은 '스스로 세상학교 하늘 모심식'. 교육철학과 대안교육경험의 본이 되는 강화도 마리학교의 교장선생님과 교사, 학부모도 오고 세 학생의 양 부모님과 입학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찾아 온 학생과 어머니 그리고 이 별난 소식을 듣고 서울과 대구에서 찾아 온 열성인 사람 둘.

입학식
▲ 입학식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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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쾅쾅 땅을 구르며 "나도 칸. 너도 칸. 우리는 모두가 칸이다"라고 외침을 했다. 스승과 제자는 맞절로 상대를 하늘로 모시기로 다짐했다. 모든 진행은 정해진 순서 없이 그 자리 흥에 따랐다.

학생이 만든 입학식 안내판. 하늘 모심식을 '모임식'이라고 썼다. 하늘을 모신다는 말이나 하늘이 모였다는 말이나 그게 그거다.
▲ 입학식 학생이 만든 입학식 안내판. 하늘 모심식을 '모임식'이라고 썼다. 하늘을 모신다는 말이나 하늘이 모였다는 말이나 그게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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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썼다.

스스로세상학교 하늘모심식에 붙여

얘들아. 오늘
하늘모심식 아이들아
화해를 청하는 손부터 내 밀어야겠구나
얘들아
지금 이 순간이 보이느냐
만져지느냐
너희들을 맞이하기 전에
내미는 손을 씻어야 겠구나

어제 읽었던 어느 시인은
가을이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
하늘 위도
물 속도
더 너희들 세상이구나

정의로운 사람보다 밝은 사람으로
살기를
능력 있는 사람보다 정신 맑은 사람으로
살기를
비상하는 독수리의 자유로움으로
힘차게 살기를

빈다.

빈 들판을
휘적휘적 거닐며
온 우주를 감싸 안을 수 있기를
정직한 노동 안에서
셈 없는 땀을 흘리며
텅 빈 충만을
네 것으로 삼거라

아직까지는
없구나
섬진강시인 지리산화가 모악산시인 백두산호랑이 등은 있어도
덕유산은 아직 없구나
너희들이 하거라
덕유산 이름 끼고 뭐든 하면 되겠구나

다람쥐처럼 오르내리고
쏠쏠이 굴밤처럼 맨얼굴로 햇살 받으며
그렇게 여물어지거라


태그:#대안학교, #스스로세상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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