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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 하여 이름 지어진 운림산방. 정통 남화의 성지로 일컫는 운림산방은 첨찰산 아래 쌍계사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1808~1893, 허련)가 만년에 기거하던 호실의 당호를 말한다.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의 운림산방은 남도 최고의 절승과 동양화의 한 획을 그은 남종화의 맥을 이은 우리의 보물이다. 전라남도 지정 기념물 51호인 운림산방의 주변 경관은 정말 아름답다. 과연 소치 허련 선생을 비롯해 남종문인화의 4대 가문을 이어온 보고답다.

 

 

잔디밭에 놓여 있는 마차가 눈길을 붙잡는다. 마른 잎이 바람에 날린다.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노랗게 익어간다. 노란 빛깔로 채색되어가는 잔디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한 소치 선생의 생가에는 자연미 물씬 풍기는 연못과 하늘 높이 치솟은 노송 한 그루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놓여 있다.

 

운림지 한가운데에 조그마한 섬에는 토종백일홍이 나목으로 서서 물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소치 선생이 직접 심은 이 백일홍은 150년이나 됐다고 한다.

 

운림지는 최근 영화 <스캔들>의 촬영지로 제법 유명세를 얻었다. 연잎 가득한 연못에는 잉어가 무리지어 오간다. 잉어들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길들어졌음인지 연못에 무얼 던지기만 하면 잽싸게 몰려들곤 한다.

 

 

숲이 울창하다. 맷돌 사이로 쫄쫄거리는 약수 한잔에 목을 축이니 가슴이 다 시원하다. 약수터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하다. 빛바랜 초옥 처마 밑에는 화살나무의 단풍잎이 곱게 물들었다. 맥문동의 까만 열매도 익어간다.

 

휴일(월요일)이라 굳게 잠긴 건물은 '운림산방'이라 쓰인 편액이 지키고 있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쉬 떨어지질 않는다. 산방 앞의 석탑도 아무 말이 없다. 석탑 속에 놓인 불상은 신기하게도 허공에 떠 있다. 세월 탓일까. 아니면 오랜 세월 수도생활로 경지에라도 오른 걸까.

 

 

수양버드나무의 가냘픈 가지만이 이따금 갈바람에 흔들린다. 느티나무 단풍잎 너머로 세월이 깃든 기와집이 언뜻 보인다. ‘소치기념관’ 화단에 소치선생이 손수 심었다는 일지매의 잎은 아직 푸른빛이다. 기와지붕 위에 무심히 솟아난 잡초가 가을을 붙들고 있다.

 

초가집 안마당의 절구통에는 흙먼지만이 수북하다. 처마 밑의 제비둥지도 텅 비어 있다. 툇마루에 잠시 걸터앉았다. 시렁 위의 소쿠리에도 세월이 가득 담겨 있다. 초가집의 모과는 노란빛으로 변해가고 단풍잎도 덩달아 노랗게 물들어간다.

덧붙이는 글 | * 지난 5일에 다녀왔습니다.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운림산방, #소치, #운림지, #첨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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