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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5일까지 EU 의회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결의안을 채택시키기 위한 활동이 국제앰네스티와 한국, 네덜란드, 필리핀의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캠페인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 영국을 순회하며 정부관계자들과 의원들을 면담하고 의회를 방문하여 각 나라 의회에서 일본군성노예제와 관련한 결의안을 채택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동시에 EU 의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는 등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하는 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언론 방송매체와의 인터뷰로 유럽나라들에 여론을 형성하며,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정치권에 결의안 채택을 위한 로비활동을 펼쳐줄 것을 호소하는 등의 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캠페인에는 한국에서는 길원옥 할머니(80세)가 참여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피해자 앨렌 할머니(Ellen van Ploeg, 85세), 필리핀 피해자 메넨 할머니(Menen Castillo, 78세)가 함께 하고 있다. 생존자들 외에도 한국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와 필리핀에서 캄빠니아와 네덜란드 전쟁피해자 단체 활동가가 각각 참여하여 결의안 채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네덜란드 앰네스티와 캠페인 참가자들은 네덜란드 인권대사를 비롯해 의회에서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의원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일본정부가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고 이 문제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도록 하는 결의안을 네덜란드 의회에서 채택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하였다.

뿐만 아니라 의회에서의 기자회견, 의회 의원들에게 서명전달,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집회와 서한 전달 등의 일정을 통해 네덜란드에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왜 지금 네덜란드 의회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논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론형성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였다.

EU 연합 집행위원들, 적극 노력 약속

11월 5일에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로 이동하여 5일과 6일 양일동안 EU 연합의 집행위원 면담, 언론 방송과의 인터뷰, EU 의회에서의 공청회(Public hearing) 등의 활동을 전개하였다.

특히, 11월 5일에는 EU 연합을 방문하여 집행위원회의 토비아스 킹(인권총국) 집행위원 등세 명의 집행위원을 면담하여 11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 EU와 일본정부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넣어 줄 것을 요구하였다.

특히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본군 성노예로서의 경험을 절절하게 증언하였고,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우리가 죽기 전에 정의가 회복되는 것을 보기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유럽과 상관없는 아시아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사회 전체가 관심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호소하였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이 유럽연합의 토비아스 킹 집행위원 등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이 유럽연합의 토비아스 킹 집행위원 등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있다
ⓒ 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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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의 증언과 요구를 들은 킹 집행위원은 “유럽집행위원회 결정을 위해서는 27개 회원국과의 상의가 있어야 하고, 집행위의 결정이 나더라도 27개 회원국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여성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로비까지 배웅을 나오면서 할머니들에게 “여러 가지로 힘든 가운데서도 여기까지 오셔서 우리들에게 용기 있게 증언을 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는 인사를 전하였다.

EU 의회에서의 공청회, 주요의제 선정 결정

이러한 활동의 가장 중심에 6일, 벨기에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 EU 의회에서 공청회(Public Hearing)가 개최되었다. 공청회는 진 램버트 의원이 주최하였고, 공청회가 열린 의회 1C47 호에는 의회 직원들을 포함하여 의회 의원들, 언론 방송관계자들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EU 의회 결의안 채택에 대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유럽의회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는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는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 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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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램버트 의원의 인사말과 공청회 배경 취지 등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에 국제 앰네스티의 유럽캠페인에 대한 설명과 생존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 바로 생존자들의 증언이 시작되었다.

먼저, 증언을 시작한 네덜란드 피해자 앨렌 할머니는 ‘일본군은 정말로 아름다운 이름을 우리에게 붙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위안부가 아니라 성노예’였으며, 일본정부가 여성들에게 위안부라 붙인 것을 규탄하였다. 그녀는 17살에 강제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일본군이 소녀들을 뽑아 일본군의 성노예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도 끌려가 3개월 동안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밝혔다.

정말로 하루하루가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며 이렇게 일본군이 우리에게 범죄를 저질러 놓고 ‘캠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음식도 풍부했고, 모든 것이 좋았다’고 진실을 왜곡해 온 일본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정의다!”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두 번째로 증언에 나선 길원옥 할머니는 “나는 한국에서 온 길원옥입니다”라고 인사를 한 후 ‘열세 살에 공장에서 기술 가르쳐 주고, 돈 벌게 해준다고 꾀어 끌고 가서는 공장은커녕 작은 다다미방에 나를 집어넣고 “떠들면 안돼! 반항하면 죽어!” 라고 윽박질렀다. 무서워 울면 “울면 맞아서 죽을 줄 알아!” 하고는 바로 방문 앞에 군인들을 줄을 세워 들여보냈다’고 시작부터 꺼내기 힘든 증언을 토해냈다.

어린 나이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울고 소리 지르면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볼을 치고, 발로 발가락을 밟아서 돌려 아프게 하고, 그래도 소리치고 우니 그보다 더 작은 방에 가두고는 벌을 주고, 다시 다다미방에 보내서 군인들을 받게 하는 등 일상이 너무나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다고 말을 이었다.

생리를 하는 중에도 상관없이 군인들은 들어왔고 밑을 씻을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며 “상상을 해보십시오. 우리의 삶이 어떠했는가…” 라고 말끝을 흐렸다. 결국 그녀의 눈동자는 눈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참느라 붉게 변했고,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였다. 그렇게 그녀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자신의 역사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통역자조차도 울음을 삼키고 냉정하게 통역을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길원옥 할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전쟁 때문에 이렇게 내 몸이 망가진 것이다, 전쟁이 없었으면 내가 왜 이런 고초를 겪었겠느냐. 이 문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후세들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정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 힘든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그 일을 위해서는 힘들지만, 내 이야기를 알려야 하고, 일본이 어떤 일을 했고,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여러분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여러분들이 힘을 합해서 이 문제를 일본정부가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고 호소하였다.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이 끝난 후 청중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사회자조차도 다음 순서를 진행해야 하는데 첫말을 꺼내기 힘들어할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증언에 나선 필리핀의 메넨 할머니는 열세 살 때 일본군인 두 명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자기를 끌고 갔으며 낮에는 빨래와 청소, 요리를 해야 했고 저녁에는 일본군인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거부하자 칼로 턱밑에 상처를 내고, 담뱃불로 어깨를 지지는 등 고문을 가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3개월 동안 그렇게 일본 군인에게 고초를 겪었는데, 몸이 너무 약해 더 이상 당할 수조차 없게 되었을 때 자신의 엄마에 의해서 풀려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메넨 할머니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일본정부로부터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이라며, 그것을 일본정부가 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럽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
왼쪽부터 메넨(필리핀,78세), 엘렌(네덜란드,85세), 길원옥(한국,80세) 할머니
 유럽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 왼쪽부터 메넨(필리핀,78세), 엘렌(네덜란드,85세), 길원옥(한국,80세) 할머니
ⓒ 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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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성의 호소력 짙은 증언을 들은 후, 결의안 채택의 가능성에 대해 묻는 로이타 통신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한 의원이 “채택이 되려면 회원국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내일 회의에서 의논할 것”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강한 의견을 전달했다. 또한 자신들도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엠네스티 등의 단체에서도 정치권이 움직이도록 활동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공청회가 끝난 후 앰네스티에서 벨기에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린씨는 “EU 의회는 매월 긴급 의제 세 가지를 정하여 논의를 한다. 그동안 앰네스티에서 그 긴급 의제에 계속 일본군 성노예제 관련 결의안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의회는 긴급의제들이 그것 말고도 너무나 많다며 ‘위안부’ 문제는 긴급의제로 올리기 힘들다는 답변을 해왔었다.

그러나 오늘 특별히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을 들은 의원들이 이 사안은 급하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긴급의제의 하나로 포함시키겠다고 의견을 전해왔다”며, 세 분 생존자들이 EU 의회의 역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치하했다.

캠페인은 이후 7일부터 15일까지 독일과 영국 방문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의회 의원들을 면담하고, 일본대사관을 방문하여 일본정부가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범죄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아울러 유럽사회에 일본군성노예 문제가 비단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인권문제이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려나갈 것이다.

캠페인의 주인공인 세 명의 생존자들은 나치로부터 인권유린을 당한 경험을 가진 유럽사회가 자신들의 증언을 듣고, 일본정부가 마침내 모든 진실을 밝히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도와 마침내 정의가 실현될 수만 있다면 몸이 부서질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의 후세에는 우리 같은 이런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유럽에 와 있습니다.”

길원옥 할머니는 누구든지 유럽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 호소를 한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 그것이 최고가 되는 세상을 맛보고 싶어요. 가능하겠죠?” 라고 묻는다.


태그:#위안부, #EU, #유럽, #공청회,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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