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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정문 앞. 이곳에서 한미안보협의회 반대 시위가 열렸다.

 

6일 오후 2시 30분경.

 

3시에 있을 '39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반대 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신라호텔 앞에 도착한 나를 10명 남짓의 전경이 "위협 느끼지 않게 너무 붙지마"라며 둘러쌌다. 움직일 수도 없었고,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길 맞은편에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 역시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3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풀려날 수 있었지만, 시위 내내 시위대와 전경들과의 거리는 불과 1m 남짓이었다.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거스르는 일


오후 3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제39차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반대하는 집회가 게이츠 장관이 묵을 숙소인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 열렸다. 게이츠 장관은 신라호텔에서 묵고, 7일 날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안보협의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한-미 방위비분담금 조정,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상황 평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사 확인 문제 등이 논의된다.

 

작전통제권 완전 환수! 지금의 작통권 환수는 기만이라 주장한 한미안보협의회 반대 시위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의 김종일 사무처장은 "군사주권을 되찾겠다고 하면서 공군의 작통권은 환수 계획조차 없다"며 "작통권 환수 이후에도 '군사협조기구'를 두어 미군이 사실상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핵은 보유용이 아닌 협상용', '미국의 압박이 북한 핵개발의 원인'등과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갖고 있는 대북선제 핵 공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6자회담은 올바르게 진행될 수 없다"고 덧붙여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NO! 한미안보협의회(SCM). 간섭하지 말고(Hands off) 떠나세요(Get out)! 게이츠 장관님.

 

평통사 사람들은 "작전통제권 환수 기만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대를 강요 말라", "이라크 파병 연장 계획을 중단하라", "북한에 대한 작전계획 5027을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참가자는 "한-미 안보협의회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군사적 패권을 강화시키기 위한 회의"라면서 "미국의 개입, 핵우산 등의 내용이 강화되는 한 한반도 평화통일은 발목을 잡힐 것"이라 말했다.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의 충돌, 경찰은 '모르쇠'


오후 3시 40분경, 일부 상인과 시위대 간에 마찰이 빚어졌다. 

 

상인 "주차장 영업 방해되니까 나가주세요."
시위대 "저희는 경찰이 여기에 있으라고 해서 있는 거예요."
상인 "이봐요! 당신들이 안 오면 경찰이 여기 있으라고도 안 했을테고 그럼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 아냐."
시위대  "우리한텐 나가라고 하지만 경찰한테는 나가라고 못 하지?"

 

상인과 시위대 간에 몸싸움이라도 벌어질 기미였다. 한 상인이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상인  "나 이거 돈 투자해서 주차장하는데, 이렇게 막고 있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상인1 "데모 때문에 손님들이 안 들어와. 앞을 이렇게 막고 있는데 안에 있는 상점으로 손님들이 들어오겠습니까?"
상인2  (시위대의 구호를 두고)"밥 좀 먹고 살게 조용히 좀 해!"

 

하지만 경찰은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차장 진입구를 트기는 했지만 시위대가 움직이려하면 오히려 이를 더욱 막았다. 경찰에게 별 말을 할 수 없었던 상인은 답답한 듯 담배를 물고 있을 뿐이었다.

 

게이츠 장관이 지나갈 무렵. 그들은 피켓을 더욱 높이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권력의 강제... "이럴 거라 예상 못한바는 아니지만"

 

오후 4시 20분경,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탄 차가 신라호텔 정문을 통과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둘러싸인 채 난관에 올라가 피켓을 흔들거나 구호를 외치며 게이츠 장관의 방한을 강하게 규탄했다. 하지만 겹겹이 둘러싼 전경들 때문에 시위대의 모습과 목소리는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들을 막기 위한 전경들에게만 그들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아이러니였다. 평통사의 주정숙 공동대표는 "이럴 것이라 예상 못한바 아니다"라며 "경찰 측이 헌법에도 명시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실"이라 말했다.

 

공권력의 강제에 둘러싸인 시위대.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전경 장벽의 너머에는? 장벽 밖에서 시위대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경찰과 시위대의 간격은 내내 불과 1M 남짓.

 

보도되지 않으면 없는 일? 모르쇠로 일관하는 언론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반대하는 1만 481명이 11월 5일자 <한겨레>에 '작전통제권 전면 환수, 유엔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 촉구 1만인 선언문'이라는 이름으로 시위, 기자회견, 집회 등의 일정표와 함께 전면광고를 실었다. 하지만 오후 6시가 되도록 그 어떤 기자도 오지 않았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김종일 사무처장. 그는 "전략적 유연성으로 재편되고 있는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종일 사무처장은 "작통권 환수, 유엔사 해산, 평화협정 체결 등의 내용이 국민 식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 말하면서도 "언론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의 폭발적 관심이 없다면 미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언론사들의 관례"라며 언론의 친미주의적 성향을 꼬집었다. 그는 또 "언론이 이를 다뤄주면 국민들이 가치판단을 할 텐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말그대로 '형식'적이다


무릇 언론이라 함은 '불편부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7일에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있은 후, 언론들은 이 협의의 성과를 보도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다. 하지만 언론이 이러한 목소리도 있었다는 것 역시 보도할까.

 

세상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한다. 다양성, 그것은 민주사회의 덕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왜?"라 묻고 그들 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오늘, 전경에게 둘러싸인 그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전경 울타리 밖에선 그들이 보이지 조차 않았기 때문이다. 합법적 시위조차 불법으로 강제하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우리 사회, 민주화 20여년이라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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