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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참 넓다. 진도대교를 건너는 순간 이곳이 섬이라는 생각을 잊게 한다. 차로 한참을 달려도 쉬 둘러보지 못할 정도다. 진도읍에서 바다를 보러 나가려고 해도 30분은 족히 달려야 한다. 농업이 주된 곳이라 섬인데도 그 흔한 횟집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섬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한없이 이어진다. 
 
문화예술의 고장 진도에서 문화예술을 찾아보기 이전에 먼저 진도를 느껴보자. 문화예술이 꽃피게 된 연유를 알아야 진도의 아름다움에 녹아들게 된다. 제법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절인데도 운림산방의 위세에 눌려서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찰 첨찰산 쌍계사에 가보자. 운림산방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사찰이다.

 

사명대사가 도를 닦은 유일한 명산

 

쌍계사 들어오는 길목에는 오랑국(삼별초난때 진도에 세워졌던 국가의 명칭)을 세웠던 왕온의 무덤과 왕온이 탔던 말무덤이 있다. 진도의 명산인 첨찰산은 옛날 유일한 통신수단이였던 산봉에 100여 평의 봉화대가 있어 일명 봉화산이라고도 부른다.

 

이 봉화산은 조선시대 유명한 사명대사가 도를 닦은 유일한 명산이다. 또한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켜 왜병과 싸운 곳이다. 유정은 묘향산 금강산, 팔공산, 청량산. 태백산 등 명산을 찾아다니며 고행과 수행을 하다가 진도 첨찰산 상봉 동암에 머물렀다.

 

당시 사명대사가 첨찰산에 온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사람들이 도를 배우러 사방에서 구름같이 첨찰산에 모여 들었다. 모여든 제자들에게 사명대사는 말했다.

 

“어제 피었던 꽃이 오늘은 시들어지고 가지가지 허망할 뿐이다. 꼭 이와 같은 덧없는 하루살이와 같은 것이 인생이다. 너희들도 아까운 세월만 헛되이 보내지 말고 인간 진리를 깨달아라. 석가여래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사람의 배꼽 속에 있는 것인데, 왜 다른 데서만 구하려고 애를 쓰며 세월만 보낸단 말이냐.”

 

사명대사는 정원에 꽃잎 떨어지는 것을 비유하면서 불교의 최고진리를 설명하였다 한다. 이리하여 제자들은 크게 깨닫고 모두 흩어지고 유정만이 좌선에 들어가 무아의 경지에 올라 도를 통하였다 전해진다.

 

 

절 양쪽으로 계곡이 흐르는 절 쌍계사

 

난생 처음 찾아간 곳 진도. 실은 진도를 찾기 전에는 나 역시도 쌍계사를 알지 못했다. 소포리 검정쌀 마을에서 이틀을 묵은 뒤 운림산방을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진도에서 가장 오래된 절 쌍계사는 의신면 사천리 해발 485m 첨찰산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쌍계사 옆을 흐르는 개천 양쪽을 뒤덮고 있는 상록수림에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모새나무, 메밀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뒤섞여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고즈넉하고 아담한 고찰의 동백나무는 10월말부터 붉은 동백꽃이 피어난다.

 

쌍계사 뒤편으로 올라가면 첨찰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정상까지 2시간여가 소요되는 등산로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윽한 국화향을 맡으며 해탈문을 들어섰다. 오른편에는 4기의 기념비가 있다. 경내는 산새소리 가득하다. 말라죽어가는 느티나무 고목 뿌리에서 새 생명이 움터 자라고 있다. 어린 느티나무도 가을빛이다. 단풍나무도 붉게 물들어간다. 사찰의 규모는 작지만 잘 관리되어서인지 마음을 끄는 매력과 운치가 있다.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쌍계사의 대웅전은 신라 문성왕 도선국사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형태를 갖추고 있다. 빗살무늬의 중앙문과 띠살무늬 양측면의 문은 고풍스런 느낌이다.

 

오른편에 우화루, 왼편에는 종각이 있다. 대웅전 앞에는 노란 국화꽃이 만발했다. 대웅전 좌우로 원통전과 시왕전이 있다. 뒤편 용왕당에는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어간다. 경내에는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기와를 쌓아둔 담장 주변에는 뚝뚝 떨어진 붉은 꽃잎 수북하고 건너 대숲에는 댓바람이 인다.

 

[찾아가는 길]
진도대교-18번국도 진도읍 -진도읍 우회도로 두 번째 사거리에서 의신면 방향 좌회전 -쌍계사 (바로 곁에 운림산방)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계사, #국화향, #소포리, #첨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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