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응에 힘 얻었죠."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은 스포츠인들의 호응이 좋아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 "호응에 힘 얻었죠."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은 스포츠인들의 호응이 좋아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 이호영



체육시민연대는 30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태평동 한국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한 스포츠인 1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체육시민연대는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에 가장 적극적인 시민단체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이병수 사무차장과 일문일답을 나눠봤다.

- 동대문운동장 철거 문제를 자세히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심지어는 이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도 이에 대해 명백하게 알고 있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보다 쉽고 상세한 설명을 하자면?
"동대문운동장은 축구장과 야구장으로 나뉘었는데 축구장은 청계천 복원으로 일터를 잃어버린 노점상을 옮겨왔다. 야구장은 최근까지도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를 펼치는 등 아마추어야구의 산실 역할을 담당해 왔다.

서울시는 이런 동대문운동장을 완전히 철거하고 공원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채결했다.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대신 7개의 대체구장을 지어주겠다는 내용이 여기에 담겨 있다.

하지만 동대문운동장은 야구계의 몇몇 실무자와 협의하고 철거해서는 안 된다. 기자회견에 나왔던 사람들은 과거 금메달의 주역들이다. 동대문운동장과 인생을 같이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사람들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어떻게 허물 수가 있나. 더구나 현재 대체구장 건립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400만 관중시대에 400석? 야구계도 동참해야

- 대체구장 건립에 따른 문제가 있나?

"야구계도 합류했으면…." 이병수 사무차장은 대체구장이 제대로 건립되지 않는 문제를 언급했다. 야구계와의 연대도 희망했다.

▲ "야구계도 합류했으면…." 이병수 사무차장은 대체구장이 제대로 건립되지 않는 문제를 언급했다. 야구계와의 연대도 희망했다. ⓒ 이호영


"꽤 심각하다. 대체구장 후보 중 한 곳인 구의 정수장은 등록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에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구의 정수장을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되 일부에 모래를 덮어서 보존을 하고 천연잔디를 깔아서 간이 야구장을 만들 계획이다.

쉽게 말해 고척동 하프돔 구장이 완공될 때까지 거기서 고교 야구대회를 하자는 식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과연 1~2개월 안에 가능할지 의문이다.

건립된 지 오래된 구의 정수장은 구조 안전 진단부터 받아야 하는 건물인데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진단을 1주일 안에 마치고 공사에 들어갔다. 구조 안전 진단 이후는 문화재위원회에 단계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아예 무시됐다.

다른 후보지인 한강 난지공원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천 점유용지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들어갔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1차로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으나 서울시는 야구계와의 약속인 간이 야구장 건립을 올해 내에 관리하려면 일단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잔디부터 깔았다.

일전에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문화재 위원 3명이서 동대문운동장을 보존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논의가 있었다. 그때 3명 중 2명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으나 반대한 1명의 의견만이 채택됐다.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되고 국가기관 명령도 무시, 스포츠인도 무시하며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구의 정수장 위에 건설된다는 간이 야구장의 규모가 400석이다. 경기가 있을 때 가족이 찾고 4강이나 결승 때는 꽤 많은 동문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현실적으로 400석 야구장은 응원하는 사람은 아예 오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아무리 고교야구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죽이는 방향으로 가서야 되나. 대안인 고척동 하프돔은 길면 3년까지도 내다봐야 한다. 서울시는 최신식으로 짓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구장에서 프로야구를 하려고 하지 과연 아마추어 야구대회에서 쓸 수 있도록 놔둘지도 장담할 수 있나. 3년 동안 고교야구는 죽어 있으란 얘기밖에 안 된다.

야구계는 아마추어야구 죽이고 프로야구 400만 관중이라고 좋아하고 있다. 400만 관중 시대에 400명 규모의 아마추어 구장이라니 이건 정말 4000만 국민이 반대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 야구계의 일방적 합의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7개의 대체구장을 지어준다니 '야구 인프라 확충'이라는 점에 솔깃해 성급하게 철거에 동의한 것이 문제다. 최근 계속 대체구장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지 않나. 야구계가 대체구장 건립의 현실성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구의 정수장을 가봤다면 그곳이 야구장이 들어서기에 왜 부적절한지(지하철, 버스 이용 어렵고 문화재까지 있다)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와 손을 잡고 동대문운동장 철거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했으면 한다.

만약 서울시의 대안이 보다 현실적이었다면 우리도 이렇게까지 반대는 안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도 서울시가 보다 더 심층적으로 분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인들도 할 말 있다. 스포츠인들은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 스포츠인들도 할 말 있다. 스포츠인들은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 이호영



-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원은 만들면 시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동대문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충분히 소통형 공원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 점을 고려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 유명 체육인들이 선언에 참여해 놀랐다.
"허정훈 사무총장께서 연락을 취하느라 굉장히 고생이 많았다. 섭외 과정에서 '노점상, 문화재 쪽에서는 반대를 외치는데 정작 스포츠인들은 뭐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사실 동대문운동장의 철거에 대해 모르는 스포츠인들이 많았다. 우리들은 직접 전화로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시더라.

특히 이번 100인 선언에 참여하신 분들 가운데는 한 시간이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1인 시위에 나서겠다는 분도 계셨다. 또한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우리를 후원하겠다고 밝혀 용기를 얻었다. 솔직히 예상외의 호응에 적잖은 감동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체육 문화는 문화가 아닌가?"

기자회견의 사회자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기자회견의 사회자를 맡았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인들의 섭외에도 앞장섰다.

▲ 기자회견의 사회자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기자회견의 사회자를 맡았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인들의 섭외에도 앞장섰다. ⓒ 이호영


- 스포츠 시설이 소외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됐는데.
"사실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충체육관을 공연장으로 만들고 남산 테니스장은 공연 연습장으로 만든다고 한다. 효창운동장도 백범 김구 선생 공원으로 바뀔 예정이다.

물론 공원을 만들고 문화시설 늘리는 것은 좋은데 왜 굳이 체육시설이 없어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건축시설이면 체육시설을 보존하는 가운데 얼마든지 공원이나 공연장을 만들 수 있다.

예전에 뚝섬 축구장은 동시에 몇 게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숲'을 만든다고 일순간 덮어버렸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공원, 문화시설 돌려주겠다고 말하는데 정작 체육시설은 문화시설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

최근 국가에서 체육 육성정책이 전무하다. 크게 잘못됐다. 처음에는 체육예산을 0.1%로 확보하겠다더니 오히려 0.02%로 훨씬 줄었다. 스포츠 시설이 변두리로 내몰리고 공원으로 뒤바뀌는데 여기에 문화재를 복원해야 한다고 헐리기까지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엘리트 체육'에 대한 문제는 있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을 누가 육성했나. 국가다. 사실 체육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를 했나. 월드컵 4위, WBC 4강, 올림픽 4위 결코 쉽지 않은 결과다. 근데 '어떤 대회를 나가도 10위는 하지 않나'며 안심하고 있다. 체육관련 부처도 아마추어 스포츠 시설이 어이없이 허물어진다는 데 주목받을 일이 아니라고 별 신경 쓰지 않는 세태가 안타깝다."

- 앞으로 시간이 얼마 없는데.
"체육시민연대가 역량이 있고 힘이 있으면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 희망을 많이 봤다. 진짜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인들이 나서지 않았나. 거기에 큰 의미가 있다. 저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시기로 했기에 계속 스포츠인에게 관심을 불어넣겠다.

아울러 시민들에게는 스포츠 시설이 철저히 무시 받는 세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체육시민연대 이병수 동대문운동장 대체구장 구의 정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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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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