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LK이뱅크 자본금이 2000~2001년 MAF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데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후보가 MAF의 경영권 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이 후보는 "(MAF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혜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LK이뱅크가 2001년 2월 MAF의 전환사채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이 후보 측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기록에 나온다"며 이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LK이뱅크는 김경준의 권유로 회사 자본금을 MAF에 '가입'했을 뿐"이라는 한나라당의 해명과는 달리 이 후보가 나중에 MAF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 매입에 열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서 의원은 "2000년 12월 MAF의 홍보 브로슈어에도 이 후보가 회장(Chairman)으로 되어 있다"며 "이 후보가 MAF의 회장이자 실제 소유자라는 증거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24일 국회 브리핑에서 "MAF는 김경준이 운용하던 약 600억 규모의 펀드이고, LK이뱅크는 수많은 펀드 가입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가 자산 증식을 위해 MAF에 자본금을 예치했을 뿐이지, CB를 구입해 MAF의 경영권을 지배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는 얘기다.

 

박 대변인은 이튿날 오전 MBC 라디오토크쇼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이 후보 측 변호인단의) 5번째 소장의 전문을 판독해봤다.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김경준이가 (LK이뱅크 자본금으로) 마치 전환사채를 산 것으로 얘기하는데 소장 내에서도 전환사채의 근거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의 미국 변호인단이 2007년 1월과 4월 현지 법원에 잇달아 제출한 소장에는 이 후보가 MAF의 전환사채를 구입한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박영선 신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1월에 낸 소장에는 "김경준이 2000년 8월31일과 2001년 2월27일 MAF의 전환사채를 구입하기 위해 각각 38억원과 13억원의 LK이뱅크 자본금을 움직였다"고 되어있고, 4월에 낸 소장에도 "2001년 2월 LK이뱅크 자본금 450만달러(약 51억원 = 38+13)가 MAF의 전환사채에 투자됐다"고 적혀있다.

 

이 후보의 미국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의 내용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경준이 제 멋대로 LK이뱅크 투자금으로 MAF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논리를 제시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 회의장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LK이뱅크가 MAF의 전환사채와 주식을 사들였음을 보여주는 도표가 실려있다. 그러나 차 의원은 "LK이뱅크가 MAF의 주식을 다량 소유했다고 해서 (이 후보가) MAF를 사실상 지배했다는 것은 운영자가 펀드 운영권을 가지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진수희 의원도 "지금까지 드러난 LK이뱅크의 MAF 투자금은 600억(또는 1200억)원중 51억원에 불과한데, 이 정도의 돈으로 어떻게 MAF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도 뒤늦게 "이 후보는 LK이뱅크 투자금이 어떻게 쓰일 줄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MAF가 최소 연 2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는 김경준의 말을 듣고 MAF에 투자했는데 김경준은 이 돈으로 MAF의 전환사채를 샀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MAF의 전환사채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이 후보가 최소 51억 원의 투자금을 MAF에 보내면서도 계약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는 동업자(김경준)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돈을 주기로 구두 약속을 했을 뿐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이 후보가 우리 말도 제대로 못하는 동포사업가의 말만 듣고 거액의 투자금을 선뜻 넘겨준 것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신당 공보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국제사기꾼에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국제사기꾼과 동업한 건 뭐냐? 만일 이 후보의 주장대로 사기를 당했다면 그야말로 경제적 감각조차 없는 경제 지진아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지역 선대위 발대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MAF 회장을 맡았다는 의혹에 대해 "(MAF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같은 당 김영주 의원은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이 후보의 셋째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이 "현대그룹 관련인사들이 현대상선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진행중인데, 조사 대상에 조 부사장이 소유한 투자자문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조현범씨가 이 후보의 부인에게 1200만원짜리 핸드백을 선물해 줬는데, 주가조작으로 번 돈이 핸드백 사는 데 쓰인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후보 일가의 '귀족'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조현범 부사장은 투자자문사에 투자금을 일임해 자문사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 수 없다. 이명박 후보의 사위가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됐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고,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상선 주가조작 건은 민원을 받아서 조사중인 사안이므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태그:#김경준, #박영선,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