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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의원에게 매달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이 지급된 것은 작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회기수당 명목으로 소액의 활동비를 받을 뿐이었다. 지방의원의 전문성 제고, 생활보장, 겸직자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시행된 유급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이 1년 만에 다시 ‘의정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방의원 측은 “실제 의정활동에 필요한 만큼은 지불해줘야 한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의정비 산정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와 학계는 “의정비 인상에 앞서 겸직행위 금지, 의정활동의 평가 등이 필요하다”, “지역민의 정서를 고려해 지나친 인상폭은 자제해야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우리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이런 논란에 국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미YMCA 설문에 따르면 응답한 시민의 80%가 의정비 인상에 ‘적극 반대한다'고 답했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유급제 시행 이후 지방자치 활동에 대해 “별 차이없다” 혹은 “나빠졌다”라는 부정적 의견이 각각 응답자의 81.6%와 6.5%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전주시의회 회의실에서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주최한 ‘2008년 의정비 책정도민공청회'가 열렸다. “의정비 인상에 대한 공론화”를 위해 열린 이번 공청회에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지방의원들과 시민단체, 학계 인사들이 참가했다. 공청회 현장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번 공청회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박종훈 공동대표의 사회로 지방의회 측에서는 전북도의회 김연근 의원, 오은미 의원, 전북교육위원회 김규령 위원, 전주시의회 김명지 의원이 발제자로 나섰고, 시민단체와 학계 측에서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영기 사무처장과 전주대학교 임성진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시·도의원들 “생활하기 어렵다”

 

지방의원들은 의정비 인상의 근거로 현 활동비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점, 타지역에 비해 의정비가 현실적이지 못한 점 등을 들며 의정비 인상을 주장했다.

 

김연근 도의원은 “의원생활을 하다보니 억울한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광역의원 중 가장 많이 받는 서울시의회와 가장 적게 받는 전남은 2천844만원이 차이가 난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산정 기준을 지방공무원의 적정 직급 또는 직위에 상응하는 보수수준으로 책정하여 전국적 통일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정비가 현실화되면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발제문에 포함된 국회의원, 장관의 연봉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의원에게 지급되는 돈은 활동비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가 포함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을 대표해 나온 오은미 도의원은 “적정한 의정비 인상은 타당하다. 또 지역간 편차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인상에 동의한 뒤 “하지만 의정비 기준을 공무원의 직급에 맞추는 것은 시민의 대표성을 망각한 관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의원은 “의정비를 의정활동수당, 소득수당, 예산수당, 인구수당으로 나누어 적절한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전북도의회의 2008년도 추계 의정비는 5천219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아울러 의정비 인상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적 반응은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 것이므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주시의회 김명지 의원은 “어제 보수명세서가 나왔다. 솔직히 보여주겠다”며 월 의정비를 공개했다. 김의원은 “의정활동비는 110만원이고 월정수당은 176만원 중 세금 빼고 160만원 수령한다. 의정활동비로 110만원을 쓰고 160만원으로 4인가족 기준으로 생활비를 써야한다. 생활이 힘들다. 유급제로 시·도의원의 생계수단을 보장해주자는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민사회·학계 “의정활동 평가가 우선”

 

시민단체와 학계는 의정비 인상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영기 사무처장은 “처음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시민단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액을 줘야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전주시의회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최고비를 주자고 했던 것을 후회될 때가 있다”며 “의정비 인상에 있어 의정활동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양적으로 보면 회기 및 특별위원회 등 활동일수가 1년을 거의 채운다.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양적 평가일 뿐이고 질적평가가 중요하다. 질적인 평가 틀이 필요하다. (의정활동에 대한)평가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정비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의정평가를 내세웠다.

 

  인상폭에 대해서도 “급여수준 이야기를 하자면 인상은 계속된다. 내년에 또 하고 내후년에 또 한다. 시민들의 반발을 생각해서 10% 이내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정비의 지역별 편차에 대해서는 “익산지역의원이 완주지역의원보다 의정비를 덜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비합리적이다”며 현실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학계 대표로 나선 전주대 임성진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의정비 인상에 반대한다. 분노수준이다. 유급제는 국민들이 세금을 통해 기초의원들에게 투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한 논의가 없다. 아쉽다. 저도 처음 유급제 도입을 주장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상을 논의하려면 기존에 투자된 것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의정평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또한 “여전히 50%이상의 지방의원이 겸직을 하고 있다. 무급제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만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라며 “올리냐 내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신 “의정비 성과에 대해 의정비를 지급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일정 부분 의정비는 정해놓고 성과나 사업에 따라 의정비를 추가 지급하는 것이 어떤가”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좌중 분위기 ‘썰렁' 누구를 위한 공청회인가

 

발제자들의 열띤 토론과는 달리 공청회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에서 마무리됐다. 공청회를 관전한 전주시의회 조지훈 의원은 “끝장토론한다더니 이게 무슨 끝장토론이냐”고 말하며 공청회의 내용적 부실을 지적했다.

 

“도민과 대화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객석도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공청회에는 20여명이 참석했지만 대부분 참석자가 언론사 관계자, 도교육청·도청공무원들이어서 ‘도민공청회'라는 말이 무색했다. 같은 건물 3층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 서윤근 시의원도 “열리는지 몰랐다”고 할 정도로 홍보가 부족했다. 발제 후 이어진 도민들과의 토론 시간에 전북 도민으로서 질문한 사람은 최기철(51·효자동)씨 한 명뿐이었다. ‘도민공청회'속에 ‘도민'은 없었다.

 

공청회에서 쏟아진 말·말·말

#1.각 발제자들에게 질문
“그럼 얼마를 원하시는 건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박종훈 공동대표)


“확실하게 주고 확실하게 부려 달라. 광역의원과 같이 책정되었으면 바람직하겠다.” (도교육위 김규령 위원)


“민주노동당에서 책정한 바로는 도의원 기준으로 5219만원이다.” (전라북도의회 오은미 의원)


“전주시의회 입장에서 보면 최소 6천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 (전주시의회 김명지 의원)

 

#2.
“빚이 얼마나 있나? 의원님들 빚이 많다고들 하는데 망한 사람은 하나도 못 봤다. 하하”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박종훈 공동대표)


“3달에 한 번씩 신고를 하는데 지난번엔 마이너스 2천만원, 이번엔 집을 사서 플러스 3천만원 정도 될 것이다.” (전주시의회 김명지 시의원)


“저보다 적다. 저는 마이너스 5천만원정도 되는데. 하하”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박종훈 공동대표)

 

#3.
“제가 3선인데 지난번엔 떨어질 뻔 했다. 경조사를 안 찾아다녔더니 그렇다. 왠줄 아나? 돈이 없어서다.” (전주시의회 조지훈 의원. -의정비가 적어 활동하기가 어렵다며)

 

#4.
“제 주변에서는 ‘무보수 명예직 하던 때가 좋았다. 무보수면 주민들한테 수고한다는 얘기라도 듣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라북도 오은미 도의원)

 

#5.
"겸직금지의 문제가 있다. 도의원들 보면 겸직하는 사람이 많다. 돈 걱정이 없다. 건설이나 사학재단 이사장 등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이 없다. 오히려 시의원 같은 기초 의원들이 힘들어한다. 도의원들은 폼 잡는데 열중하고 있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유급제 시행과 관련하여)

 

“왜 지방의원들이 정수기 팔던 사람이 의원되면 지역구 관공서 정수기가 다 바뀌고, 유선방송하던 사람이 의원되면 지역구 유선방송이 다 바뀌나?”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겸직 금지의 문제를 지적하며)

 

#6.
“의정비는 해당 지역의 수준에 맞게 책정된 것 같다. 지방의원들 의정비를 인상해도 예산에서 감당이 되면 상관없지만 예산이 부족한 경우 무리하게 의정비 올려주면서까지 지역 재정을 축내는 것은 옳지 않다.” (공청회에 도민자격으로 발언한 최기철(51·효자동)씨)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shine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의정비, #전주시, #시의원, #전라북도,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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