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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실은 있으나 치료해 줄 보건교사가 없다?

 

"선생님! 저 운동장에서 축구하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그래? 그럼 병원에 가봐."

 

학생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다쳤다는 말에 학교 교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인근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오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는 '양호실'이라 해서 다쳤거나 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치료를 받고 병실처럼 쉴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고, 학생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전문 양호선생님도 별도로 있었다. 각 학년마다 1반밖에 없고 전교생이라고 해 봤자 고작 150여 명 안팎밖에 되지 않는 시골학교였지만 말이다. 이는 아무리 작은 학교라고 해도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충남 계룡시 관내 일부 학교에는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자격을 지닌 보건교사가 없어 응급환자의 경우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인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건교사 배치는 권고사항? 

 

다음은 보건교사 배치에 관한 관련 법규정이다.

 

학교보건법 시행령[일부개정 2006.10.27 대통령령 제19718호]

제6조 (학교의사·학교약사 및 보건교사<개정 2005.3.31>) 법 제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에 다음과 같이 학교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학교약사 및 보건교사를 둔다.
1. 18학급이상의 초등학교에는 학교의사 1인, 학교약사 1인 및 보건교사 1인을 두고, 18학급미만의 초등학교에는 학교의사 또는 학교약사 중 1인을 두고, 보건교사 1인을 둘 수 있다.
2. 9학급이상인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학교의사 1인·학교약사 1인 및 보건교사 1인을 두고, 9학급미만인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학교의사 또는 학교약사 중 1인과 보건교사 1인을 둔다.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일부개정 2007. 6. 28 대통령령 제20116호]

제33조(초등학교 교원의 배치기준) 초등학교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교사 외에 보건교사·전문상담교사 및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 다만, 18학급이상의 초등학교에는 보건교사 1인을 두어야 한다. [개정 2004.2.17]
제34ㆍ35조 (중고등학교 교원의 배치기준) 중고등학교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교사외에 실기교사·보건교사·전문상담교사 및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 [개정 2004.2.17]

 

학교보건법상에는 학교 시설 내에 학교의사, 학교약사, 보건교사를 두게 되어 있으나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는 보건교사를 '둘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하나는 의무 규정이고 또 하나는 권고 규정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과목 교사가 겸임하는 학교 3곳

 

이렇듯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보건교사 정책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 수업 수요가 많은 교과목 교사를 우선 채용하고 보건교사는 뒷전으로 미뤄놓기 일쑤다.

 

계룡시 내에서는 현재 공사 중인 두마초등학교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교가 보건실을 별도로 구비하고 있지만 ㄱ학교를 포함한 3개 학교에 보건교사가 없고 ㄴ학교는 국어교사가 보건교사를 겸임하고 있다.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 중 하나인 ㄱ학교 관계자는 보건교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보건교사는 별도로 없고 일반 교사가 보건업무를 겸임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다치면 인근 병원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건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쉬고 간단한 치료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일반교사가 보건업무를 겸임하고 있지만 관련 업무만 보고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충청남도 교육청 보건담당 장학사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학교보건법'이 상위법이므로 '보건교사를 두는 것'이 옳으나 각 학교에서는 보건교사보다는 국영수 교사를 한 명이라도 더 두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보건교사를 두지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임수혁 사고 이후 경기장에 의료진 배치, 그런데 학교는?

 

프로야구 선수 임수혁씨(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00년 4월 경기 도중 쓰러졌으나 응급조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다. 이 사건 이후 모든 경기장에는 반드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을 배치하도록 했다.

 

이렇듯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에도 의료진이 있는데, 수백명의 어린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 보건교사가 없다는 것은 학교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보건교사 배치를 명확히 의무로 규정하고 관련법을 엄격히 시행하도록 교육부가 제도정비에 나서야 할 때다.


태그:#보건교사, #계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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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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