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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7일 밤 9시]
 
▲ 이해찬 "진실이 없고 요괴가 판 친다" 7일 이해찬 후보측 주최로 열린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토론회'에서 참여정부평가포럼, 국민의 힘, 알럽찬, 시민광장, 노사모 등 지지자모임 회원 500여명은 '레드카드'를 들어올리며 '정동영 사퇴'를 외쳤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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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대선 예비후보 캠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친노 대 비노' 싸움으로 진화하면서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당 안팎에서는 경선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동영 후보측은 '경찰의 선거캠프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는 정당사상 유례없는 사태를 두고 "'친노세력'의 공권력을 동원한 '정동영 후보 죽이기'이며 후보 찬탈 음모"라고 규정했다. 이해찬 후보측도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경선 일정 불참' 카드도 꺼내 들었다.
 
반면 손학규 후보측은 불법.부정 선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치책 마련을 촉구하면서도 정 후보측의 '압부수색 거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등 이해찬 후보측의 강경 분위기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해찬 후보측 "압수수색 거부? 중대한 자기 과오!"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해찬 후보측 주최로 열린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토론회'는 정동영 후보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무대 한 가운데는 '원칙이 승리하고 반칙이 패배하는 역사를 만듭시다'는 구호가 내걸렸다. 참여정부평가포럼, 국민의 힘, 알럽찬, 시민광장, 노사모 등 지지자모임 회원 700여명은 '레드카드'를 들어올리며 '정동영 사퇴'를 외쳤다.
 
이해찬 후보는 "법원에 의해서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거부하는 그런 행위를 우리당 대선후보 캠프가 저질렀다는 것은 이제 그 누구에게도 법치주의를 얘기할 수 없는 중대한 자기 과오"라며 정동영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이어 "법치주의를 스스로 거부하고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그 얼굴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느끼겠느냐"며 "'내가 몸 담았던 정부가 대선에 와서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그 (후보)진영에 대해 국민들은 뭐라고 얘기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후보는 "무도한 저 불법 세력에게 이 경선을 내주고 만다면, 더러워서 피하고 외면한다면, 진실이 없는 곳에 요괴가 판을 치게 만든다면, 우리는 비겁한 사람"이라며 "승부를 떠나 모든 것을 다 걸고, 당당하게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공동선대위원장도 "정 후보처럼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오로지 불법을 동원해서 하는 분은 국가를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가세했다.
 
유 위원장은 "정체성과 노선을 지키면서 대선을 치르고, 대선 이후에 한국 정치를 끌어나갈 기반은 이해찬 후보 외에 없다"며 "이해찬 캠프는 수구보수 세력의 대 홍수를 건너서 민주개혁 세력의 종자를 보존할 수 있는 '노아의 방주'와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 위원장은 정동영 후보측이 제기한 '친노세력의 후보찬탈 음모' 주장과 관련 "정동영씨가 이미 후보 됐느냐"고 꼬집은 뒤, "참여정부의 황태자인 정 후보가 '정치탄압'이라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유 위원장은 "지난 2003년 1월 전당대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대권후보로는 정동영 의원이 제일 유력하다, 도와주라'고 해서 (내가) 도왔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해찬 후보캠프 일각에서는 정동영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한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선관위와 당이 각각 관리하는 선거인단 명부 가운데 전북 지역에서만 16500여명의 선거인단이 중복됐다"고 주장한 유시민 위원장도 "선거인단 구성의 근본 문제가 해소되기 전에는 일정이 확정 될수도 없고, 확정 지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그냥 묻어두고 지나간다면 누가 후보가 되도 정당성과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 위원장은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10월 14일 경선이 예정대로 원샷으로 있을 지 없을 지 모르겠지만, 10월 어느 날엔가 후보는 뽑아야 되고, 우리는 승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남은 8개지역 순회경선을 취소하고 오는 14일 '원샷'으로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원샷 경선' 일정조차 불투명한 셈이어서 신당 경선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동영 후보측 "친노의 '정동영 죽이기'에 경악"
 
정동영 후보측은 불법.부정선거 의혹 공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해찬 후보측과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무관치 않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선대위 이강래, 박명광, 문학진 선대본부장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정치개혁을 최고의 가치로 출범한 참여정부 총리 출신인 이해찬 후보와 맞물려 진행된 것에 대해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구속조치까지 진행된 사안을 내세우며 신청 후 20분도 안돼 영장이 처리되고 신속히 집행까지 이뤄진 것은 이번 조사가 권력의 입김에 영향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선거를 일주일 남긴 상황에서 선거를 포기시키려는 노골적 시도이고 선거업무 마비를 통해 후보를 찬탈하려는 음모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이런 시도가 좌절된다면 이들은 최근 이해찬 후보 대선조직인 참여정부평가포럼의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 당을 깨고 새로운 친노 신당을 창당하려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경선불복정치, 반칙정치의 종합판"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정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도 이번 사태를 "공권력에 의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면서 특히 "사실상 이해찬 후보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이해찬 후보측과 경찰이 교감하고 은밀히 내통하고 있는데 대해 대단히 분노를 느낀다"며 "경찰이 오후 4시 30분께 캠프 사무실에 들이닥쳤을 때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인사 30-40명이 함께 와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지금 수사당국의 총 책임자인 이택순 경찰청장이 바로 이 후보가 총리시절 임명한 분이자 사적관계(용산고 출신)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이 후보측과 경찰은 수사동맹 관계이며 경찰은 특정캠프의 지휘아래 있다"고 맹비판했다.
 
정기남 공보실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후보를 비롯해 친노세력은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정동영 후보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친노세력이 자행하고 있는 '정동영 죽이기'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측이 이번 사태를 '정치탄압'이라고까지 규정한 이면에는 이해찬 후보측의 최종 배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노 대통령이 향후 신당 경선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이라고 보고, 사태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정 후보측은 또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유효기간이 오는 13일까지라는 점을 감안, 향후 경찰의 2차 압수수색 집행에 대비해 비상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처 방안을 숙의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측, "판 깨질라" 노심초사?
 
이해찬-정동영 후보측이 '벼랑 끝' 대치 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후보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춤을 추며 휴대전화 투표 캠페인을 벌였다.
 
손학규 후보는 정동영 후보측의 '정치탄압' 주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만을 촉구할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경선 일정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불법과 타락으로 얼룩진 국민경선을 제자리에 올려놓아야 국민의 사랑을 받고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다만 정 후보측에서 제기한 이재정 통일부장관 등의 명의도용 의혹에 대해선 "물타기로 문제의 핵심을 흐트리면 안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해찬 후보측과 달리 손학규 후보측이 이번 '압수수색 파문'에 직접 개입하려 들지 않는 것은, 손에 직접 흙을 묻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있는 손 후보로서는 경선 판을 깨려는 주역으로 몰리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있다.
 
한편으론 '이해찬-정동영' 싸움에 끼지 않으면서 '어부지리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칫 경선 판이 깨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손 후보측은 오는 14일 '원샷 경선'마저 성사가 안돼, 경선 일정이 흐트러질 경우 이해찬 후보측과는 달리 정치적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상호 대변인이 이날 당 지도부를 향해 "경선을 조속히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태그:#정동영, #이해찬, #압수수색, #친노,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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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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