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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가 대전 산내 3지점에서 발굴한 유해들.
 진실화해위원회가 대전 산내 3지점에서 발굴한 유해들.
ⓒ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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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견된 1950년 대전 산내 학살 당시 사진.
 미국에서 발견된 1950년 대전 산내 학살 당시 사진.
ⓒ 이도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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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당시 대전교도소 재소자 및 보도연맹원 등 수천여명이 집단 학살되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어 오던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무더기로 유해가 발굴되어 집단 학살이 사실로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2일 오후 충남대 박물관에서 지난 6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진행한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결과에 대한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이번 발굴을 맡았던 충남대 박물관팀은 제 5지점에서 5구의 유해를, 제 3지점에서 29구의 유해를 확인하는 등 총 34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뿐만 아니라 3지점에서는 수갑과 신발·단추·숟가락 등을 발굴하여 당시 재소자 또는 예비검속자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5지점에서도 신발, 단추, 빗, 열쇠 등 일상용품이 나와 당시 주요 인사나 예비검속인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지점의 29구의 유해는 가로 1.7m와 세로 4m, 깊이 30㎝~1m 가량의 좁은 공간에 대부분의 유해가 거의 무릎을 꿇은 채 상채가 숙여진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7행 4열의 구조로 매우 정형적으로 매장됐다.

5지점의 경우에는 5구의 유해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성인 한 명이 묻힐 정도의 작은 구덩이인 가로 3m, 세로 1m 안에 겹겹이 층위를 이루어 매장됐으며, 바른 자세의 유해 1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엎어진 상태로 매장됐다.

5지점의 탄알과 탄피는 매장지 아래지점에서 발견돼 매장지 옆에서 학살된 후 매장지에 인위적으로 매장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3지점은 유해들에서 다량의 탄알과 탄피가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학살 당시, 좁은 공간에 민간인들을 몰아넣고 앉은 자세에서 총살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5지점에서 발견된 명찰은 '총무부O'라는 직함과 '남용O'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어 유해의 신분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3지점 유품 중에는 '中'자가 박힌 단추가 나와 희생자 중에 학생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3지점과 5지점의 각각 1구의 유해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만큼 타 유해들보다 뼈 발육상태가 작아 미성년자도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일 오후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매장지 발굴조사 보고회에서 박선주 조사단장이 유족들을 상대로 발굴 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일 오후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매장지 발굴조사 보고회에서 박선주 조사단장이 유족들을 상대로 발굴 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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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이번 유해발굴로 산내 골령골이 증언으로만 여겨졌던 민간인 집단 학살 매장지라는 정황을 단편적으로 나마 확인하게 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1000명 이상 대규모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1·2 매장지에 대한 유해발굴의 기대감을 한 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진실화해위원회는 집단희생지 중 가장 많은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1·2 지점을 발굴할 계획이었으나 교회 건축행위와 영농행위, 토지 소유주들의 비협조 등으로 발굴을 진행하지 못했다.

진실화해위원회 김동춘 상임위원은 "이번 유해발굴로 집단학살의 정황을 확인했지만 유해가 대량 매장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발굴하지 못해 아쉽다"며 "발굴과 관련 있는 행정기관과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설명회에는 진실화해위원회 김동춘 상임위원과 박선주 유해발굴조사단장, 산내희생자 유족, 시민단체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대전 산내 골령골은 1950년 7월 초 부터 중순경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과 대전 충남북 일원의 보도연맹원 등 최고 7000여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증언에 따르면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2지점의 경우 구덩이 길이만도 200여m(폭 4m, 깊이 2m)에 이르는 등 한국전쟁전후 남한 지역 내 단일지역 최대 학살지로 꼽히고 있다.

산내 3지점에서 발굴된 3-9 유해의 노출 모습.
 산내 3지점에서 발굴된 3-9 유해의 노출 모습.
ⓒ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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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들. 이번 발굴에서는 수갑 1개, '中'자가 박힌 단추, 숟가락 등의 특이한 유품들이 발견됐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들. 이번 발굴에서는 수갑 1개, '中'자가 박힌 단추, 숟가락 등의 특이한 유품들이 발견됐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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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품들. 이번 발굴에서는 열쇠 꾸러미나 빗, 철제통 등이 발견되어 교도소 내 재소자가 아닌 일반인이 희생됐다는 주장을 뒷받침 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품들. 이번 발굴에서는 열쇠 꾸러미나 빗, 철제통 등이 발견되어 교도소 내 재소자가 아닌 일반인이 희생됐다는 주장을 뒷받침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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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전산내,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 #집단희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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