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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강변에 비둘기 한 쌍 물 콩 하나를 물어다 놓고
암놈이 물어서 수놈을 주고 수놈이 물어서 암놈을 주고
암놈 수놈 어우는 소리에 동네 청춘 과부가 기둥만 잡고서 돈다"

 

이 노래는 여성민요단 아리수 음반 1집에 오른 민요로 진도 명창 조공례 할머니가 부르던 방아타령이다. 일부 노랫말을 고친 것으로 성(性)을 해학적이고, 은유적으로 묘사한 노랫말이 재미있다.

 

민요(民謠)는 한 민족이 살아온 삶의 모습과 과정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노래의 형태로 나타나 정착되었다. 그래서 민요에는 민중이나 생활 공동체의 아름다움과 정서가 자연스레 담긴다. 또 일정한 형식이나 악보 없이 전승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따른다.

 

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전승해온 민요는 이제 우리 곁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서양 음악에 푹 빠진 민중들 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민요가 다시 민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하는 사람들이 있다. 8명의 여성이 모여 꾸린 '아리수'도 그 중 하나다. 그들은 이번에 신나라(회장 김기순)를 통해 음반 '아리랑 나무를 심다'를 내놓았다.

 

원래 '아리수'는 한강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들은 '아리[아리랑]+수[樹]=아리랑 나무'를 생각하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아리랑을 뿌리 삼아 토속민요를 꽃 피우는 나무, 이 시대에 창작된 민요를 열매 맺는 나무, 아리수는 그렇게 자랄 것을 꿈꾸고 있다.

 

민요는 보통 지역적 특성에 따라 경기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서도민요, 제주민요 따위로 나눈다. 하지만 아리수는 우리 겨레의 민요라는 큰 틀에서 담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아리수 1집은 다양한 민요들을 아리수만의 색깔을 가진 노랫말을 고치고, 민요와 아카펠라, 민요와 서양 악기와의 만남으로 만들었다. 특히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는 노랫말을 추구하는 가운데, 어려운 말들은 쉽게 풀어내고, 흥겨운 노랫말로 고치는 등의 노력이 돋보인다.

 

아리수는 지난 8월 11일 경기도국악당에서 1집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음반을 넣자 전남 신안군의 '장산도 질꼬내기'의 뒷소리에서 소재를 얻어 새롭게 만든 첫 음악(intro) '사람아!'가 흐른다. 원래 빠른 장단의 노래인데 편곡을 하면서 느린 소리가 되었단다. 잔잔하면서도 뭔가 생각하게 하는 명상음악이란 느낌을 받는다. 아름답다. 노랫말은 '에 사람아! 그리운 사람아'만 반복한다. 소리를 들어줄 은인 같은 아름다운 이들을 위한 소리일까?

 

그밖에 전남 여천 지방의 조왕굿 액맥이와 신민요액맥이타령을 엮은 '액맥이', 진도 민요 '방아타령', 전북 익산 민요인 '도의가'를 개사한 '통일가', 전남 해남과 진도의 '둥덩애타령' 등의 남도 민요가 있다.

 

또 제주도 여인들이 즐겨 부르는 일명 '제주도타령인'인 '너영나영', 새벽에 멸치그물을 당기면서 남녀가 함께 부르는 노래 제주도 민요 '서우젯소리', 경북 상주 민요 '상주 모심기'를 고쳐 만든 '상주회상가', 신민요 '사랑가', 연평도 아낙들이 고기잡이 나간 낭군을 기다리며 부르던 '연평도 난봉가', 경상도 민요 '쾌지나칭칭'을 아리수의 희망가로 바꾼 '쾌지나칭칭' 등을 실었다.

 

소리꾼들은 경기소리 이수자가 경기소리를, 판소리 이수자가 남도소리를 나눠 불러 색깔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민요가 그렇게 단순한 노래가 아님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어떤 것은 한과 정을 듬뿍 담아내며, 어떤 것은 흥을 한껏 돋운다. 신나라 김기순 회장의 말처럼 '해원과 상생'의 노래를 그들은 하고 있는가? 처음 민요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아주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서양 음악에만 파묻혀 허우적거린다. 물론 서양음악도 아름다운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한 우리의 전통가요 민요를 외면하면서 서양음악에 파묻히는 것은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 아닐까? 올가을은 우리의 아름다운 민요와 함께 하면 좋을 일이다.

 


 "퓨전음악에서 국악이 곁방살이를 해서는 안 될 것"
 
[대담] 여성민요단 '아리수' 조미정 대표


- 아리수를 어떻게 창단하게 되었나? 또 굳이 아리수라고 이름을 붙인 까닭은?
"민족음악인협회가 2004년 사람을 모아서 공연을 했다. 이후 공연자들이 같이 활동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그 뒤 첫 음반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뭔가 새롭게 해서 가보자고 했고, 이름도 색다르게 짓자고 했다. 그래서 생각한 이름이 '아리수'인데 '아리랑의 나무'란 뜻으로 '해원과 상생의 노래', '우리 겨레 모두가 부르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있다."

 

- 퓨전을 표방했다. 하지만, 퓨전은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니란 혹평을 받기도 한다. 퓨전 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동안 퓨전음악은 주로 실내악이었는데 서양음악을 우리 악기로 연주하는 게 대다수였다. 하지만, 많은 퓨전음악은 서양음악이 주인이 되고 우리 악기는 곁방살이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어 비판을 받았다. 대중을 위해 퓨전음악을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우리 음악이 안방을 내주면 결국 우리 음악은 존재 가치가 없어져 버린다. 음악에서의 정체성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이다."

 

- 국악을 공연할 때 서양식의 연주복을 입는 연주자들을 본다. 이에 대한 생각은?
"자칫 공연복을 쉽게 생각하여 격에 맞지 않거나 서양음악 연주자처럼 입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스스로 비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한복을 그대로 입거나 품위가 떨어지는 생활한복을 입는 것은 공연의 성격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예산이 따라준다면 무대에 맞도록 약간 디자인 변경을 한 한복이 좋다는 생각이다."

 

- 국악이 좀 더 대중의 사랑을 받고, 발전할 방법이 있을까?
"이 음반은 원래의 노랫말을 많이 고쳤다. 상주회상가도 상주모심기를 제목과 노랫말을 모두 바꿨다. 역시 도의가도 통일가로 바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문맥으로 보아도 뜻을 알 수 없는 어려운 말은 듣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민요를 즐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노랫말 하나라도 쉽게 고치는 노력이 대중의 사람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다."

 

조미정 대표는 순수한 국악인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끌 하나 없는 그의 모습에서 그런 아름다운 민요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역시 그가 이끄는 아리수 단원도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들의 염원이 열매를 맺어 민요가 우리 겨레 모두 함께 부르는 노래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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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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