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의 10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선수 기용으로 유명하다.

팀 내 최고의 거포 이호준도 긴장을 늦추면 하위 타선으로 밀려 나기도 하고, 포수 부문 골든 글러브 3회 수상에 빛나는 박경완 역시 김성근 감독이 원하는 투수 리드를 하지 못하면 경기 중간에 까마득한 후배 정상호와 교체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변화무쌍한 포지션은 외야 세 자리다. 벌써 시즌 절반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세 명의 주전 선수를 꼽기가 힘들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된 5명의 선수들이 모두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은 매 경기 주전 라인업을 결정할 때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리틀 쿠바' 박재홍과 '국민 우익수' 이진영

▲ SK에서는 박재홍(왼쪽)과 이진영도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
ⓒ SK 와이번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자마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30홈런-30도루 클럽'을 개설했던 박재홍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비록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도 언제나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다.

전성기에 비하면 타격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올해도 10개의 홈런을 날리며 최정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주로 3번에 위치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1번 타자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주루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올해도 7개의 도루를 기록중이다.

WBC에서 멋진 다이빙캐치와 그림같은 홈 송구로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얻은 이진영은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손가락을 다치면서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부상 후유증 때문에 올 시즌 40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타율 .301 4홈런 21타점 3도루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특히 문학구장에 시즌 처음으로 만원 관중이 들어와 이만수 코치가 '팬티 퍼포먼스'를 펼쳤던 지난 5월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연타석 3점 홈런을 터트리며 SK의 간판스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재홍과 이진영은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물게 5툴(정교한 타격, 파워, 빠른 발, 넓은 수비 범위, 강한 어깨)을 모두 갖춘 외야수다.

박재홍과 이진영은 분명 어느 팀에서나 탐낼 만한 스타 선수들이지만 올해는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이 발표될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젊은 피' 3인방이 패기를 앞세워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동화-박재상-김강민, SK 외야의 '젊은 피' 3인방

▲ 조동화, 박재상, 김강민(왼쪽부터)은 SK 외야의 새로운 활력소다.
ⓒ SK 와이번스
2000년 입단 후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지난 2005년 타율 .263 74안타 19도루를 기록하며 주전 선수로 도약한 조동화는 지난해 타율 .201 28안타 8도루로 주춤하며 간신히 떼어 냈던 '조동찬(삼성 라이온즈)의 형'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붙여야 했다.

그러나 특유의 재치있는 플레이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올 시즌 다시 막강한 SK 외야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 이대형(LG 트윈스), 이종욱(두산 베어스), 이승화(롯데 자이언츠) 등 발빠르고 재치있는 좌타 외야수들이 기세를 높이고 있지만 조동화 역시 타율 .295 52안타 12타점 12도루로 이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을 하고 있다.

역시 2001년 입단 후 오래도록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 박재상도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시즌 초반에는 도루 1,2위를 다투더니, 최근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장타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과 28일 롯데전에서는 각각 1회에 결승 홈런을 때려내면서 SK의 연승 행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상대했던 투수는 롯데 선발 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다는 손민한과 최향남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김성근 감독의 무한 신뢰를 받으며 개막전 1번 타자로 출전했던 김강민은 올 시즌 타율 .232로 기대에 다소 못미치고 있지만 폭발적인 주루 플레이와 안정된 수비로 1군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강민은 올해 13개의 도루로 정근우와 함께 팀 내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와 빨랫줄 같은 송구를 자랑하는 강한 어깨는 박재홍과 이진영을 능가할 정도다.

저마다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다섯 명의 외야수. 외야 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주전 경쟁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고,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이어 갈수록 '비룡 군단'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 SK의 외야 5인방 시즌 성적 (7월3일 현재)
ⓒ 양형석
2007-07-03 09:16 ⓒ 2007 OhmyNews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성근 이진영 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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