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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
ⓒ 살림
"미술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기술 습득을 위한 과목으로 규정될 수 없는 독특한 과목입니다. 아이들은 마치 말문을 트듯이 종이에 낙서를 시작하고, 알 수 없는 힘으로 그 낙서들 사이에서 질서를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보는 세상을 도화지에 담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은 건축의 바탕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한 시기에 자기를 표현하는 미술 활동은 섬세한 감수성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언제부터 '그림'이란 것에 손 놓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미술 시간을 끝으로 붓과 물감으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에서 막상 아이에게 미술 교육을 하려면 '대략 난감'하다. 엄마에게 크레파스를 들고 와서는 이것저것 그려 달라고 하고 자기도 나름대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딸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는 이처럼 아이의 미술 활동에 고민이 생기는 부모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바탕소미술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아동미술에 대해 발전적 방향을 찾아가는 세 명의 미술 교육가들이다. 이들이 처음 이런 방식을 시도하게 된 데에는 우리 미술 교육이 너무 입시 위주로만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작용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게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 방식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박탈했다. 열 살짜리 아이에게 자기 얼굴을 관찰하여 그리라고 하면 의외로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진단하며 많은 금기와 제약들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을 억눌러 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느낌이나 가치에 대해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느낌이나 경험을 섬세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자아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자기와 세계의 소통을 열어주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미술은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책의 저자들이 본 결과에 의하면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나 학교 교육의 획일성 등으로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약받는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그림을 그려보자는 말에 아주 소극적으로 움츠러드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알면서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특정한 목적이나 결과를 강요하다 보면 아이들이 자신의 리듬을 발견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자아 존중감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상처받은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은 전략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다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런 전략이 계속되면 점차 굳어져서 바꾸기 힘든 성격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떤 미술 교육을 해주면 좋을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커다란 전지 위에 누워 있으면 옆에 있는 친구가 몸을 따라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자라서 되고 싶은 사람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런 표현 기법을 바디트레이싱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인체 비례에 대한 감각을 형성할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을 그려보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 인체 내부를 상상해 그려 넣도록 한다든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 속 주인공을 그려 보도록 하는 것,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등은 상상력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여러 감각을 길러주는 데에는 만들기 놀이도 매우 효과가 있다. 쌓여 있는 나무 조각을 갖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은 공간 지각력을 기르는데 좋다.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나무 조각을 고르는 과정은 형상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저절로 길러 준다.

엄마와 함께 하는 '주변 환경' 프로젝트도 재미있다. 우리 집과 마을 등의 주거와 도시 환경을 이해하도록 돕는 이 활동은 아이들에게 거시적인 관점을 키워 준다. 나무 블록으로 마을을 꾸미면서 우리집, 이웃집, 공원, 병원 등을 꾸미면서 아이들은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와 개념을 습득할 수 있다.

지금 세 살인 우리 아이가 최근 들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도 바로 이 '공간 꾸미기'다. 여러 형태의 나무 블록을 가지고서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 등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참 해맑다. 아직은 소근육 감각이 부족하여 엄마 힘에 의존해 놀이터를 만들지만 좀 더 크면 자기가 이것저것 만들기 놀이를 하며 세상과 소통할 것이 기대된다.

이 책에 따르면 유년 시절에 마음에 품은 인상들은 나중에 수학이나 과학, 인문학과 같은 지적인 작업을 할 때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아무리 순수한 이론적 작업이라고 해도 그 이론의 토대가 되는 기본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 작업은 어린 시절의 강렬한 체험을 기초로 하여 본격적인 구체성을 확보해 간다.

최근 중등 교육의 양상을 보면 예체능 과목의 경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체능 과목의 성적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과목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는 학생들과 부모, 교사들. 이런 현상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과연 예체능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무시해도 되는,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과목일까? 전인적 인간상을 구현한다는 현대 교육의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학습만 잘하는 기계적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미술 교육 또한 아이들의 풍부한 감성과 지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다.

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

강성일.이광서.이준호 지음, 살림(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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