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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 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그 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메가 살고 있는 곳


'제주도 푸른 밤'이라는 노래로 들국화 그룹의 멤버였던 최성원의 곡입니다. 유리상자와 성시경도 리메이크 했다고 합니다.

'제주도'하면 생각나는 것이 푸른 바다와 이국적인 풍경과 구멍 송송 뚫린 돌로 쌓은 돌담, 푸른 바다에서 자맥질하는 해녀와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노란 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 등 모든 것이 낭만적인 것만 떠오르게 됩니다.

예전에 제주도 하면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고 일평생 꼭 한번 신혼여행 때나 가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국외로 쏟아져 나가면서 제주도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정으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육지사람'입니다. 육지사람이 섬 처녀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처가가 제주도라면 모든 분들이 '부럽다'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 휴가 때 제주도에 가면 잠자리 걱정 안 하는 것도 복입니다. 귤이 나올 때는 남들이 겉모양만 예쁜 귤을 비싼 돈 주고 사먹지만 저희 집은 못생겼지만 장모님께서 속이 알차고 맛있는 귤을 보내주십니다. 육지 사람이 제주도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처가는 전형적인 제주도 집안이고 귤 농사를 짓습니다. 귤나무에 약 뿌리고 귤을 따는 시기에는 도와드리지는 못하고 얻어먹기만 합니다. 여름 휴가 때 잠깐 내려가서 부담만 지우고 올라오는 사위하고 딸이 못내 미우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름 휴가를 꼭 제주도의 처가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인어른의 제사가 여름에 있기 때문입니다. 명절 때는 본가에 가느라 늘 가보지 못하지만 여름 장인어른 제사 때는 꼭 내려갑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핑계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난해 11월에 마당 앞에 있는 귤을 따는 장모님!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화장실입니다.
ⓒ 이종일
처가는 예전에는 전형적인 제주도 시골집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단층 슬라브 집으로 현대화 공사를 해서 외관상으로는 아주 깔끔합니다. 돌담 안으로 들어가면 안채와 바깥채가 있고 마당이 있고 이와 함께 크지는 않지만 한 30∼40여 그루의 귤나무가 있는 귤밭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돌담 한울타리 안에 집이랑 귤밭이랑 같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귤밭은 낭만적일지 모르지만 귤나무 밭을 바로 옆에 두고 며칠을 묵어야 하는 사람은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뭐 때문인지 아십니까? 바로 '모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오죽 덥습니까? 제주도는 더 더운 것은 아시죠? 방충망을 하고 천장에서는 선풍기가 돌아가지만 그렇게 쉽게 더위를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제주도 푸른 밤의 모기는 얼마나 건강하고 얼마나 영리한지 방충망 사이로 조그만 틈만 보이면 집안으로 스며듭니다. 아마 맑은 공기의 청정지역에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도시에서는 그냥 약을 뿌리고 자면 되겠지만 시골모기는 약을 뿌려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기장을 칩니다. 여름에 손자 손녀와 아들 딸이 내려오면 안방 건넌방부터 시작해서 마루까지 온 가족이 집안에 가득합니다.

모기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모기장이 아니라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쳤던 그 파란색 모기장입니다. 문틈으로 줄을 길게 내어 묶고 못을 박아서 줄을 묶고 모기장이 5개 정도가 필요합니다. 처음 갔을 때는 그 옛날 쳤던 모기장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깐입니다.

모기장을 쳤다고 해서 다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꼭 가운데 재워야 합니다. 모기장 바로 옆에서 자거나 자다가 굴러서 모기장 근처로 갔다가는 아침에 일어나면 영락없이 울긋불긋 모기한테 물린 자국이 아름답고(?) 애처롭게 표시되기 때문입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자식 사랑이라고 기꺼이 모기의 밥이 되어줍니다. 신기하게도 장모님은 잘 안 물리는데 육지에서 간 우리는 잘 물립니다. 제주도 모기는 주인을 알아보나 봅니다. 아니면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우대를 해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워서 잠을 못 자고 잠시 마당에 돗자리 깔고 앉아 있을라치면 어느새 아주 우렁찬 앵∼하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옵니다. 어느 놈은 어느 틈엔가 소리도 없이 앉아 조용히 피를 빨고 있기도 합니다. 도망도 아주 잘 가는데 어쩌다 운 좋게 탁∼ 치면 뚱뚱한 모기 뱃속에 가득한 피가 팍! 하고 터지면서 켁! 하고 죽기도 합니다.

▲ 마당에 주렁 주렁 달려 있는 귤나무에서 폼 잡은 현수와 현경이지만 밤에는 모기와의 전쟁을 해야 합니다.
ⓒ 이종일
아파트 고층에 살아서 모기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아주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간 제주도에서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돈 적게 들이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 톡톡한 대가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즐겁게 제주도 푸른 밤에 저 멀리 육지에서 온 육지 사람의 피 맛을 보게 해줍니다.

이번 여름에도 제주도에 내려갑니다. 아마 지금 제주도 모기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옵니다. 이번 여름에도 그냥 육지 사람의 피 맛을 보게 해줄까요?

제주도의 시골 푸른 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태그:#모기, #제주도, #감귤, #모기장, #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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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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