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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4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송의달 홍콩 특파원의 칼럼.
ⓒ 조선일보 PDF
'싱가포르에 모기가 없는 것도 청렴한 관료 덕분'

지난 5월 14일 <조선일보>에 실린 특파원 칼럼 '싱가포르 공무원 왜 대접받나' 중 한 대목이다.

송의달 홍콩특파원은 이 칼럼에서 S건설 법인장의 말을 빌려 "공무원들이 업자들의 집요한 설계 구조 변경 로비와 뇌물 공세를 물리치고, 모든 하수구의 경사를 물이 괴지 않게끔 절묘하게 조절해 만들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모기가 없다고 썼다.

과연 그럴까?

6월 21일자 싱가포르 일간신문 < The Straits Times >의 기사(아래 사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싱가포르에는 <조선일보>의 기사와는 반대로 모기가 많다.

특히 올해는 모기로 인해 전염이 되는 '뎅기열 환자'가 크게 늘어 싱가포르 전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청렴한 관료 덕분에 모기가 없다?

▲ 6월 21일자 싱가포르 일간신문 < The Straits Times >에 실린 뎅기열 관련 기사. 올 해 뎅기열 발생이 유난히 더 심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 이봉렬
<조선일보>는 돈이 좀 들더라도 싱가포르 뉴스는 싱가포르에 특파원을 파견해서 쓰도록 했으면 한다. 그래야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오보를 피할 수 있다. 이참에 싱가포르가 벌이고 있는 모기와의 전쟁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싱가포르에서 모기가 문제가 되는 건 뎅기열이라는 전염병 때문이다. 뎅기열(Dengue Fever)이란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숲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데, 발열과 함께 심한 관절통증이 함께 하기 때문에 '관절을 부수는 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장출혈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뎅기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거다.

▲ 뎅기열 환자 현황표 - 다른 해 보다 일찍,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NEA
모기와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싱가포르 환경부(NEA : National Environment Agency)는 별도 제작한 '뎅기열 퇴치 캠페인' 홈페이지에 지난 3년간의 뎅기열 발생 현황을 매주 업데이트한다. 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뎅기열 환자는 286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보통 뎅기열 환자의 증가는 6월부터 시작되는 데, 올해는 4월 말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1만1000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한 2005년보다 더 나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싱가포르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이 높은 열대지방은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런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싱가포르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데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인접국가에 비해서는 모기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 클러스터 분포도 - 지정된 지역은 물론 기간, 횟수까지 따로 집계가 된다.
ⓒ NEA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를 지역단위로 나누고, 500개 이상의 뎅기 관리팀을 두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2주간 2명 이상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면 그 일대를 '클러스터(Cluster)'로 지정하여 특별 관리를 한다. 2주간 뎅기열 환자 발생이 없으면 클러스터를 해제하는데, 6월 16일 현재 싱가포르 전역에 77개의 클러스터가 지정된 상태다.

싱가포르의 보건요원은 가정과 직장 어느 곳이든 예고 없이 방문하여 모기가 번식할 만한 여건이 방치되어 있는지 조사한다. 화분 받침대에 물이 고여 있거나, 항아리에 물이 담긴 채 뚜껑이 열려 있으면 시정을 요구한다. 집 밖의 배수로가 막혀 있거나 화장실 변기 뚜껑이 열려 있는 것도 지적 사항 중 하나다.

보건요원의 점검결과에 따라서는 5만 달러의 벌금 또는 6개월의 징역에 처해 질 수도 있다.

돼지를 기르는 일이 모기번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서 싱가포르에서는 양돈이 법으로 금지되고, 고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고 하니 모기 퇴치를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뎅기열, 이건 약도 없다

▲ 할인점에 전시된 다양한 모기 퇴치 제품들.
ⓒ 이봉렬
정부의 방제노력과 더불어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모기에 대비한다. 가정마다 모기약이나 모기향을 비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야외로 나갈 때는 몸에 붙이는 모기약이 따로 있어서 모기의 접근을 막는다. 샤워할 때 몸 비누처럼 사용하면 모기의 접근을 막는 제품을 쓰기도 하고, 모기의 접근을 막아 준다는 '시트로넬라'라는 식물을 화분에 키우는 경우도 많다.

올여름 휴가를 동남아시아로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모기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다. 긴 팔 옷도 챙기고, 몸에 붙이는 모기약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다. <조선일보>를 읽고 싱가포르에는 모기가 없을 거라 믿었다간 큰 코 다친다. '뎅기열', 이건 약도 없다.

▲ "모기가 번식하면, 당신은 피를 흘리게 된다." 흔히 보게 되는 버스 광고판.
ⓒ 이봉렬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태그:#모기, #싱가포르, #뎅기열, #조선일보,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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