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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 의원은 지난 2월 이계안 의원 등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민생정치준비모임을 이끌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마도 인권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주도, 3선 국회의원, 전 법무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과의 끊을 수 없는 애증(愛憎), 최근 한미FTA반대 단식투쟁 등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깔끔하고 화려한 경력과 함께 개혁적인 이미지로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천정배 의원 소개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이제 그가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정책은 어떠한지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기하기 위해 의원실에 부동산정책에 대한 자료를 문의해 보았으나, 의원실의 대답은 "부동산정책 준비는 하고 있으나 부동산정책 자료를 따로 만들어 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과 천정배 의원이 했던 부동산대책 토론회 등이 전부라는 대답이었다.

대선이 올 12월로 코앞인데, 아직도 이렇다 할 부동산정책 자료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로드맵, 정책방향 및 구체적인 정책수단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과 함께 천 의원이 개최했던 부동산대책 토론회, 그가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에서 발표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그의 부동산 해법을 평가해보기로 한다.

'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 확대 통한 주거복지'에 방점

천정배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정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천 의원은 자신이 속한 열린우리당 탈당파 모임인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한)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확대 등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즉,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공공주택을 확대하여 서민주거복지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그가 한 발언들을 살펴보면, 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 확대 이외에도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인하, 주택소유의 제한, 주택담보대출제한 등 다양한 정책들을 주장하면서 마치 온갖 부동산정책이 모두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좋다 하는 부동산정책은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조금씩 손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봐서는 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 확대에 부동산정책의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의원이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이 지난 3월 22일 부산에서 개최한 제3차 정치토론회 자료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천 의원은 이 토론회 자료 가운데 '민생평화개혁을 위한 비전과 정책, 대통합신당의 추진방향'이라는 글에서 '사회적 대연대를 통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부동산 부문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면, 천정배 의원은 "보편적 복지로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며 수행과제로 '공공주택의 공급확대와 집값 안정 등으로 주거복지를 확립'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 확대 등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국회 앞에서 열린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의 연내입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11.15대책이 나온 다음날 천정배 의원이 개최한 부동산대책 토론회 인사말에도 "당장의 근시안적인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으로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실질적인 서민주거복지 확립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언론에 보도된 천 의원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1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천 의원은 "우리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보수세력의 비판에 부딪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집값은 폭등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헌법 제122조는 토지공개념을 표현하고 있으며 헌법 제35조 제3항은 주거복지의 취지를 담고 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가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편 외국의 사례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뒤늦게 헌법정신과 외국의 사례를 깨닫고, 최근에야 1.11 조치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일부 도입하였지만, 너무도 때늦은 감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천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해 그 결과로 집값이 폭등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헌법에서 토지공개념과 주거복지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국가가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펴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다.

초점이 빗나간 부동산 문제 원인 파악

집값 폭등 원인을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천 의원의 현실인식은 초점에서 조금 빗나간 듯하다. 그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불로소득과 건설 산업의 부조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깝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 산업의 부조리를 어느 정도 개선하는 것이고, 분양가상한제는 신규분양주택에 한해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하지 않아서 부동산문제가 발생했다는 천정배 의원의 인식은 부분적으로 진실이기는 하지만 전체를 모두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하면 부동산문제가 지금보다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문제의 원죄(原罪) 역할을 하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이를 두고 벌어지는 각종 사회악, 부동산투기는 제거할 수 없다. 또한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해 왜곡된 건설 산업의 부조리와 잘못된 관행을 말끔히 없앨 수는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부동산문제라고 하면 아파트와 같은 '건물'이나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천정배 의원도 마찬가지로 부동산문제의 원인을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라는 가격의 문제에서만 찾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쫓아다녀서는 부동산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원인을 먼저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지으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발생시키는 것은 '위치'와 '공간'을 제공하는 '땅'에 있다. 건물도 나름대로 공간을 제공한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땅이 없는 건물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에나 나오는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천공(天空)의 성(城) 라퓨타(Laputa)'나 비행기 정도밖에는 없을 것이다.

▲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한 우리나라 헌법이 토지공개념을 지지하고 있다는 천정배 의원의 말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조금 안일한 생각이다. 우리나라 헌법의 토지공개념 표현은 사실상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형식적인 선언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리를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기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강자와 부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기 나름인 현재와 같은 헌법 아래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만들어도 언젠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 기득권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는 위헌논란과 이데올로기 공세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세금폭탄'이라고 부르는 종합부동산세의 예를 보라.) 또한 헌법재판소가 내린 행정수도이전 위헌 판결의 뼈아픈 경험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부동산이 뿌리박고 있는 '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거나 아니면 사후에 환수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투기를 제거하고,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면서 하향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와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을 동시에 감면해 준다면 경제도 더불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토지의 공공성을 계속 확대해 가는 동시에, 부동산을 '소유'와 '재테크'가 아닌 '이용'과 '주거'의 차원으로 바꾸어가며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집을 도저히 살 수 없는 취약한 빈곤계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정배 의원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정책 종합선물세트'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을 준비하기 바란다. 올해 대권을 잡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부동산을 잡아라! 이러한 당부는 비단 천정배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선주자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정책부장이며,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www.land.kimc.net) 전임간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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