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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초 CPE(최초고용법)에 반대해 거리로 쏟아져나온 파리 시민들.
ⓒ 조영표

5년 전 대선의 연장선?

4주 후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은 이제껏 치러온 다른 대선보다는 상당히 특별한 성격을 갖는다.

우선 현재의 대선상황을 이해하려면 5년 전의 대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파의 현직 대통령 출신인 자크 시라크와 극우파의 장-마리 르 펜이 2차 투표에 올라옴으로써 역사상 보기 힘든 광경을 연출했던 사건은 프랑스인의 머리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1차 선거에서 자크 시라크가 얻은 투표율은 20%, 르 펜의 투표율은 17%가 못됐다. 1차 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무참하게 탈락되자 좌파는 극우파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라크를 지지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시라크는 82%라는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의 자유민주진영에서는 보기 힘든 고투표율을 얻게 되었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이 투표율은 시라크와 시라크의 진영에 동조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었고 단지 극우파를 막기 위한 편법에 불과했는데 1차 선거와 2차 선거 사이에 수백만의 프랑스인이 거리로 내려와 극우파 반대 데모를 벌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차 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탈락한 이변이 연출된 것은 리오넬 조스팽을 선두로 한 5년간의 좌파 정치에 실망한 좌파 유권자들의 반란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당시 시라크에게 가지 않은 일부 표는 극좌파로 몰리기도 했는데 여러 극좌파가 얻은 총 투표율이 10% 이상이나 되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시라크, 당선되자 급진자유주의 정책 올인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대선에 당선되었는지 잊어버린 시라크는 내각을 구성해 급진자유주의 정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는 프랑스인들이 이미 얻었던 사회적 권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중요한 갈등은 2003년 봄에 시작되었는데 시라크는 100% 퇴직연금을 타기 위해서 37.5년을 근무해야 하던 것에서 40년 근무로 연장하는 정책을 세웠고 이것이 몇년 후에는 다시 42년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또한 국가공무원이었던 교육부의 일부 인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전락시키기도 했는데 그 결과 파업과 데모가 끊이지 않았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데모를 했건만 정부는 자신의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수만 명의 고등학생들이 불평등을 강화하는 교육부의 개정안인 '피옹 초안'에 반대하는 데모를 벌이기도 했는데 경찰과 심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결국은 2005년의 파리 근교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6년 봄에는 대학생들이 젊은 근로자들의 불안정한 생활을 강화시키는 CPE(최초고용법)에 반대하는 데모를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수백만 명이 참가한 이 데모에서 경찰과 과격한 충돌이 수없이 벌어졌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젊은이들이 강하게 저항하자 결국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CPE를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CPE 철회를 얻어내긴 했어도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질이 점점 저하되고 지금껏 얻어왔던 사회적 권리가 점점 불투명해 지는 것을 뚜렷이 경험해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일반화된 프랑스인의 불만족이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표출될 것이냐이다.

좌파 "이번에는 바꿔야"... 그러나 믿음 못주는 루아얄

우파 대중운동연합 사르코지 후보와 좌파 사회당 루아얄 후보
ⓒ AP, 로이터=연합뉴스
사회당 후보 세골렌 루아얄의 발언과 일부 제시 정책이 때로 우파쪽으로 기울고 있어 좌파 유권자의 불만족을 자아내고 있는데 초기에 강세를 보이며 상승세를 탔던 루아얄은 현재 1차 선거에서 항상 니콜라 사르코지에 처지는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루아얄이 2차 선거에 올라올 경우에도 사르코지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전망이다.

사회당은 1차 선거에서 사회당 후보가 탈락되었던 2002년의 쓰라린 경험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반급진주의 좌파에서부터 환경당에까지 이르는 모든 극좌파에게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고 이 표를 사회당으로 몰리게 하려는 정책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좌파 유권자들에게는 단지 사회당 후보의 1차 선거의 탈락을 피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2차 선거에서 좌파가 승리하는 것을 최후 목표로 삼는다.

현재 여론조사 3위에 올라와 있는 프랑수아 바이루만이 2차 선거에서 사르코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문제는 바이루가 2차 선거에 올라와야 이 가정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복잡해지고 좌파 유권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일부 좌파 유권자들은 2차 선거에 장-마리 르 펜이 올라오는 것을 막고 2차 선거에서 사르코지의 승리를 막기 위해선 결국 바이루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실질적이지 않느냐는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다. 더욱이 세골렌 루아얄이 내세운 일부 정책은 교사집단과 같이 전통적으로 좌파인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태는 심각한 양상을 더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사르코지라는 인물 자체에 있는데 현재 사르코지의 반대세력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실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시라크 5년 임기동안 두 번에 걸쳐 내무부장관을 역임하였는데 대선후보로 활약하고 있는 동안에도 장관자리를 내놓고 있지 않다가 결국 3월 26일부터야 장관직을 내놓았다.

사르코지의 정치활동은 점점 더 심한 억압정치 실행의 연속이었다. 그는 특히 '관용 제로'라는 개념을 도입시킨 장본인인데 이것은 미국에서 차입한 개념이다. 사르코지가 내무부장관이 된 2002년 이후 감옥인구가 몰라보게 증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프랑스의 수감자수 추이를 나타내는 도표. 사르코지가 내무장관이 된 2002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 프랑스 인간권리동맹
2002년과 2003년 사이에 프랑스의 수감자수는 4만 8594명에서 5만 5407명으로 늘어나 14%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2004년에는 다시 5만 9246명으로 증가하여 6.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툴롱 인간권리동맹 2006. 7. 14일자 통계자료)

사르코지는 불법이민을 강경하게 단속하면서 종종 프랑스인의 감정을 자극했다. 경찰에 둘러싸여 강제로 추방당하는 이민자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로 일부 프랑스인들은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기도 했고 한 비행조종사는 이륙을 거부하기도 했다.

신분증이 없어 본국으로 추방당할 위협이 있는 학생들과 연대의식을 같이 하기 위해 중등학교에서는 수많은 데모가 일어나기도 했다. 프랑스인들의 저항 앞에서 경찰의 기습작전은 점점 더 잦아졌고 3월 20일 파리 19구의 한 유치원 앞에서 방과 후 손녀를 찾으러 왔던 선량한 중국인 할아버지를 경찰이 기습 체포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에 반감을 가진 다른 학부형들이 저항하자 경찰은 이들에게 곤봉세례를 퍼붓고 가스탄을 퍼붓는 등 상상 못할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 학교의 교장을 연행하여 6시간동안 가두어 두기까지 했다. 결국 이 사건은 정가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는데 루아얄과 바이루를 비롯한 모든 대선 후보자들이 이 사건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사르코지 "당선되면 국가적 아이덴티티부 만들겠다"

극우 국민전선 르펜 후보
ⓒ AP=연합뉴스
최근에 사르코지는 또한 본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민과 국가적 아이덴티티 부'를 새로 창설하겠다고 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프랑소와 바이루는 "이민과 국가적 아이덴티티를 같은 문장에 묶음으로써 사르코지가 넘지말아야 할 경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공산당 후보인 마리-조르주 뷔페도 "가면이 벗겨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가치를 저해하는 위험한 인물이다. (...) 이민과 국가적인 아이덴티를 같은 선에 넣음으로써 그는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대의 에피소드를 연상시킨다"라고 발언했다.

이것은 비시정부 시절에 국가적 아이덴티티라는 이유로 유대인들을 잡아내 독일군에게 넘겼던 사실을 암시하는 말이다. 사회당 당수이며 루아얄의 동반자인 프랑수아 올랑드도 "이번 대선에서 사르코지가 장-마리 르 펜의 극우파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우려된다"고 말하였다.

이건에 대해서 르 펜은 사르코지의 이민부 창설에 찬성한다고 말했는데 결국 이것은 극우파의 아이디어를 채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의 이런 강압적인 정치활동은 2002년 시라크의 우파 대선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대선정책의 주요 안건이었던 '사회 불안전'과의 싸움은 결국 우파와 극우파에 우호적인 안건인데 사르코지가 현재 강력한 강압정책을 쓰고 있는 것은 르 펜의 유권자들을 계산에 넣고 있는 전략인 듯이 보인다.

사르코지는 이렇게 한편으로는 극우파의 표를 몰고 오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당인 대중운동연합의 일부 유권자들이 바이루에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안은 바이루밖에 없다?

중도 프랑스민주연합 바이루 후보
ⓒ AP=연합뉴스
결국 이유야 수만가지이겠지만 사회당과 대중운동연합의 두 대형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를 주저하는 유권자들이 표를 던질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바이루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투명하지 않은 바이루의 정책 프로그램과 대다수 국민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그의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대선당선이 보장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오는 4월 22일 프랑스 유권자들은 한편으로는 사회불안정과 이민에 대한 위험을 막기위해, 또 한편으로는 기존에 얻은 사회적 권리를 갉아먹으려 하는 강압적인 정권이 들어설 위험을 막기 위해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질의 향상은 그 이후의 일이다.

'제3후보' 바이루 돌풍도 꺼지나

ⓒ 오마이뉴스 한은희
한때 사르코지와 루아얄 후보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이들의 대안인 '제3후보'로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민주연합(UDF) 바이루 후보의 지지도가 최근 급격히 빠지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루는 1차 투표에서 19%를 얻는데 그쳤다. 지난 14일 23%, 17일 21%에 이어 계속 떨어지는 모습이다.

여당의 사르코지가 30%, 루아얄은 25..5%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불과 열흘전인 14일 조사때 루아얄에게 1%P까지 뒤쫓았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하락세이다. 위협을 느낀 사르코지와 루아얄의 좌우협공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바이루는 결선에 진출할 경우 53%를 얻어 47%를 얻은 사르코지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루아얄은 거꾸로 47%를 얻는데 그쳐 53%를 얻은 사르코지에 고배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프랑스 좌파 유권자들의 고민이 있다. / 김경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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