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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어설픈 타협'"이라는 반론글에 대한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재반론입니다. <편집자주>
토지정의시민연대(아래 토지정의)의 남기업 협동사무처장이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 대통령 예비후보로 출마한 노회찬 의원의 부동산 정책을 "짝퉁 토지공개념"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 정책위가 토지정의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노 의원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민주노동당 정책위가 대응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토지정의는 지난번 글에 나타난 민주노동당 부동산 정책을 다시 한 번 아래와 같이 비판하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민주노동당의 부동산 정책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겨냥하지 않은 채 증상만 쫓아다니는 대증요법식, 나열식 정책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철저하지 못한 민주노동당의 원인 진단

▲ 토지정의시민연대는 부동산값 폭등 대안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하자고 주장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열린 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 정책 토론
ⓒ 오마이뉴스 김시연
민노당은 "부동산 문제의 본질이, 100%가 넘는 주택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전체 세대의 절반이 집 없는 세입자인 편중된 소유구조와 주택을 단지 시장의 상품으로만 여기는 민간 중심의 왜곡된 공급체계, 불합리한 세제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인식하에, 민노당은 "2주택 보유가 꼭 필요한 실수요자 이외의 '1가구 1주택 소유상한'과 과도한 택지 보유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의 원칙"과, "수많은 주거한계계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개혁하여, 국민들 대부분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양질의 장기임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공공주택 정책 시행"을 정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원인진단과 정책이 수미일관된 체계를 이룬 것 같지만 조금만 검토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민노당은 편중된 소유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소유상한을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질문해 보겠습니다. 왜 1가구 다주택자들이 많은 걸까요? 그냥 인간의 탐욕 때문일까요? 아니면 시장이 원래 그래서 그런 건가요?

잘 아시듯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불로소득이 생기기 때문이죠.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 주택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이익이 생기는데 소유제한을 한다고 될까요? 그리고 2주택 보유가 꼭 필요한 사람을 판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핵심은 불로소득입니다. 돈이 안 되면, 기껏해야 은행이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앞으로도 그럴 것이 뻔하다면, 주택은 거주 목적으로 소유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이 안 되는데도 소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토지정의는 민노당의 정책이 썩은 음식물을 치우면 되는데 파리채 들고 파리를 쫓아다니는 것과 같다고 한 겁니다. 파리 잡으려고 파리채를 사정없이 휘두르다가는 값비싼 그릇을 깰 수 있고, 잡았다 하더라도 벽이 얼룩지게 됩니다. 그리고 파리는 파리채를 휘두를 때는 없어진 듯하다가 잠잠하면 또다시 나타나게 되죠.

그러면 민노당은 왜 이런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발생합니다. 토지가치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만드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인데, 그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면 투기가 발생하고 그러면 불로소득의 규모는 더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정의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그것은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과 마주하지 않으면 대중영합주의(populism)에 빠지기 쉽습니다. '1가구 1주택을 초과하는 주택 소유 제한', 화끈한 것 같지만 병의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요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근본적 원인과 마주하지 않아서 초래되는 심각한 문제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부동산의 문제를 주로 주택에 한정해서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주택에서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만, 사실 더 큰 규모의 불로소득은 상가, 공장용지, 나대지, 농지, 임야 등에서 발생합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입니다. 만약 토지를 중심으로 생각했다면 주택, 상가, 공장용지, 농지, 임야 등 부동산 일반에 적용할 대안을 내 놓았을 텐데, 민노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민노당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주택에 적용했던 것처럼 상가에도, 공장용지에도, 모든 토지에도 동일하게 소유를 제한하시겠습니까?

토지정의가 제안하는 '토지불로소득 환수'는 모든 부동산에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택도 실거주 목적으로 전환되고, 상가, 공장용지를 비롯해서 모든 부동산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모든 부동산은 필요하지 않으면 소유하지 않게 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소유된 토지는 알뜰하게(economically) 이용됩니다.

입체적 분석 없이 내놓은 나열식 대책

민노당은 "수많은 주거한계계층"을 위해 양질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주거한계계층은 왜 그렇게 많이 생기는 것일까요? 집값이 너무 비싸고 부동산 부자들이 투기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주택가격을 경향적으로 저하시켜 주거한계계층의 숫자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면 투기목적으로 사 놓은 주택이 시장에 나옵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투기목적으로 시장에서 퇴장해 있던 도시 내 유휴지에 집이 지어져 공급됩니다. 환경파괴를 수반한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아도 공급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거품이 빠지고 가격은 경향적으로 저하됩니다.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대폭 확대된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주거한계계층의 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관리하기 힘든 장기임대주택을 지을 필요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국민들도 임대주택보다 내 집을 원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되는 장기임대주택은 시장을 통해서 집을 구입할 수 없는 계층에 한정해서 공급하면 됩니다. 그런데 민노당이 내놓은 정책은 이런 입체적 분석에 근거한 대책이 아닌 듯합니다.

또한 민노당은 "2005년 8월에 불로소득의 근절을 위해 토지공개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1가구 1주택 초과소유 제한, 택지 과다 소유제한 등"을 제시했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에서 우리는 민노당이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로소득 근절은 주택초과소유 제한이나 택지 과다 소유제한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민노당이 좀 더 책임 있는 정당이 되려면 부동산 문제의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무엇이 제1원인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잠정적인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리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이런 수미일관된 논리체계 속에서 대책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민노당 정책에서 그런 것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들만 쫓아서 정책을 열거해 놓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철저히 오해한 민주노동당

민노당은 "'시장친화형 토지공개념'이라는 개념은 역사적·정책적 연원도 없고, 말 그 자체로도 성립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하면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위한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와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제가 위헌 판결 받은 이후 다시 토지공개념 도입 요구가 거세지자 보수정치권 일각이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말"이라고 평가 절하하였습니다.

상대방을 비판하려면 그 주장의 철학과 논거, 그리고 그에 기반한 정책수단을 이해한 후에 해야 합니다. 토지정의의 주장은 지난해 낸 자료집 <개헌(改憲)을 위한 시장 친화적 7문 7답>에 잘 나와 있으니 시간을 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잘못된 사실관계 두 가지를 바로잡습니다. 먼저, 민노당은 과거의 토지공개념 3법이 모두 위헌 판결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위헌 판결 받은 것은 택지소유상한제이고, 토지초과이득세는 94년에 헌법 불합치를 받았다가 98년에 폐지되었으며, 개발부담금제는 위헌과 헌법 불합치의 대상이 아닙니다.

두 번째로, 민노당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가 "보수정치권 일각이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말"이 했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토지정의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러면 왜 토지공개념 앞에 '시장 친화적'이라는 말을 덧붙였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해 헌재의 판결은 '토지공개념의 정신은 올바르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정책수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헌재는 원래 보수적이어서 따를 필요가 없으니 계속해서 "택지소유상한제"나 "초과소유주택 제한"과 같은 것을 주장해야 할까요?

토지정의는 그 당시 토지공개념의 정책수단이 졸렬했다고 판단합니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거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소유를 직접 제한하는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반면에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은 시장 친화적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토지라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입니다. 소유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투기목적으로 소유할 이유를 없애는 것이 정공법입니다. 그리고 토지정의는 헌법에 그것의 정신과 정책 수단의 대강을 명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노당은 시장을 불신하기 때문에 시장과 공개념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이 지점에서 민노당은 시장을 무조건 불신하는 태도를 재고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공적 개념은 시장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적절한 장치만 마련해 놓으면 국공유지라도 민간건설업자가 집을 지어 공급해도 무방합니다.

원가공개에 대한 오해

▲ 토지정의시민연대는 분양원가 공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부동산문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면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철학과 정책수단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토지는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천부적인 자원으로서 모든 사람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공공재산이라는 사상, 그리고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사회가 만든 가치임으로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에 뿌리박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과 원칙을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 수단으로 토지정의가 제시하는 것은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입니다. 민노당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정책수단에는 단지 '토지보유세 부과'만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정책의 일부일 뿐입니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높이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은 감면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토지보유세 강화를 핵심수단으로, 양도소득세와 개발부담금제 강화를 보조수단으로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강화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세금(건물분 보유세, 거래세,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준조세 성격의 의료보험료)을 감면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증세와 감세의 창조적 결합'입니다. 나쁜 세금을 좋은 세금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투기는 막고 경제는 활성화됩니다. 그뿐 아니라 부동산 문제로 발생한 빈부격차도 시정됩니다.

또 하나의 정책수단인 토지공공임대제는 국공유지의 비축량을 계속해서 늘려 가면서 그 토지를 임대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한 토지임대형 분양주택, 토지임대형 신도시, 토지임대형 공단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단이 세워지면 비싼 땅값 때문에 중국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의 긴 행렬을 멈추게 할 수 있고, '높은 땅값'이라는 진입장벽이 없어져 신(新)기업의 시장진입이 쉬워집니다. 즉, 실업문제 해결에도 상당히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값이 1/3로 공급될 수 있어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확대됩니다. 이렇게 되면 더욱더 장기임대주택 건설의 필요는 줄어드는 거죠.

민노당은 분양원가공개와 관련해서 토지정의가 비판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분양원가공개에 토지정의는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극적으로 지지할 뿐입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가를 철저하게 공개하고 그 가격에 연동해서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하면, 신규분양주택이 기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것은 투기가 일어날 때나 그렇지 일반적 상황에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편 이 방법으로 하면 초기분양자가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매제한이나 환매를 조건부로 덧붙여야 합니다.). 또한 제한적이나마 기존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에 약간의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한 건설부패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번 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은 아닙니다. 그래서 토지정의는 분양원가만 공개하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대중영합주의'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정말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분양원가공개가 아무리 인기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파악하고, 국민들이 진정한 해결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는 국민들에게 진정한 원인에 눈뜨게 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토지정의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겁니다.

생산적 논쟁을 위한 제안

생산적 논쟁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주장의 전제, 논리적 체계, 정책수단, 정책수단이 가져올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물론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전제가 '논증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라면 논쟁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민노당은 논쟁의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민노당도 부동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빈부격차가 완화되며 경제가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토지문제가 어떻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내수를 위축시키며, 투자의욕을 감퇴시키고, 결과적으로 실업문제를 초래하는지 등을 잘 검토하여, 그것의 핵심 원인을 알아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민노당이 그런 자세로 논쟁에 임해주길 기대합니다.

태그:#토지공개념, #부동산, #경제, #민노당, #토지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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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는 우리사회에 부동산 및 경제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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