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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토지 공개념 개헌'을 주장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 집권 기간 동안 줄곧 계속된 부동산 가격 앙등과 이에 대응한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국민들은 대체로 공통된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고질병'이라는 점과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2007년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 자명한 지금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천명하는 대선주자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자칭, 타칭의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백가쟁명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대선주자로는 단연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원이 눈에 띈다.

먼저 김근태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주목할 만한 김근태 의원의 발언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라며 "현재 입법이 추진되는 각종 부동산정책이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공개념'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부동산 공개념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1%가 50%의 토지를, 5%가 83%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 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양극화 문제의 해소는 물론, 기업경쟁력 강화, 국가자산의 건전화 등은 요원한 숙제가 된다"며 "토지는 한정된 자산"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지 공개념 개헌'을 주장했다.

이밖에도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4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조목조목 적시하기도 했다.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부동산 투기다. 5%의 국민이 80%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박탈감은 대단하다. (부동산 투기가) 토지가격을 상승시켜 임대료에 영향을 주고 이는 (기업의) 원가를 높여 경쟁력 떨어뜨린다. 또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확산시킨다."

심지어 김 의원은 "부동산은 한국 사회를 파괴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릇 모든 문제는 그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있는 김근태 의원의 태도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봉책이나 몇몇 미시적 대책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칭찬할 대목이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김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토지공개념 개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제시 측면에서 김근태 의원이 대권주자들 중에서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 있다.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사회적 해악에 대한 인식은 곳곳에 보이지만 정작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특히 토지의 소유 및 처분을 통한 불로소득의 사유화이다. 물론 참여정부 들어서 부동산 문제가 한결 악화된 데에는 저금리 등도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 이라기보다는 부동산 문제를 훨씬 심화시킨 요인으로 보는 것이 옳다.

결국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부동산(특히 토지)의 소유 및 처분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의 사적 전유(專有)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올바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피력하는 동시에 부동산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좀 더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장 친화적 '토지 공개념', 실행 수단은?

▲ 김근태 의원은 시장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내놓지 않아 그의 주장은 선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판교신도시 택지개발지구.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김 의원이 내세운 대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는 언론을 통해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 공개념의 도입을 부동산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안으로 여러차례 제시했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부동산 공개념의 실천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김 의원이 분양원가 공개나 환매조건부 분양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자 <이코노미21> 보도를 보면 김 의원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본적 정책 골격은 이미 다 제시돼 있다, 이런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집행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이 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제안한 대안의 정책수단이 무엇이고 왜 그런 정책수단을 택했는지를 국민들에게 보다 자세하게 밝히는 게 필요하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 할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정책이 주로 레토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돌이켜 보면 김근태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마다 실기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부동산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만약 그가 진작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안으로 천명하며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제시했다면, 그리고 청와대와 여당에 이를 관철시키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면 대선주자로서의 그의 위상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연재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평가 중 하나입니다. 다음 주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의원의 부동산 정책 평가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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