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박근혜 전 대표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해 보유세나 양도세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라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세제 후퇴를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개인사무실에서 연 기자간담회.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1일 <조선일보>는 '부동산 앞에선 작아지는 한나라당' 제하의 기사에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처음에는 위헌 논란 등을 들어 반대하다가 실제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부동산부자 옹호당'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법안 통과를 막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을 질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주택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일종의 압력행사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수도권 집값 폭등이 온 나라를 휩쓴 후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터라 비단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차기 대권 후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부동산 정책 관련 여론조사나 각종 인터뷰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들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분양원가 공개 및 재건축, 대출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후보들의 견해가 당론에 따라 나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나 주택공급 문제는 그 비중이나 영향력도 크고 후보 간에 특기할만한 부분도 보인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부동산 세제 및 주택공급 문제를 중심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고자 한다.

부동산 세제 대원칙은 '의외로' 경쟁자들과 흡사

지난 1월 15일자 <조선일보>의 '이명박·박근혜·고건 종부세 손질...거래세 내려야'라는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보유세 인상 정책에 대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도 시행 후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는 "2주택 중과세는 찬성이지만 6억원 이상 1주택 장기보유자는 경감해줘야 한다"고 했고 거래세에 대해서는 이명박 전 시장·정동영 전 의장 등과 더불어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홈페이지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경제정책 부분을 보면 "과다 부동산 보유자의 과세는 누진되어야 하고 양도세는 양도차익에 크기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런 반면, 선량하고 선의의 국민의 과세부담은 줄여줘야 한다. 등록세나 취득세나 혹은 부가가치세도 서민을 위해 과세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을 기초로 박 전 대표의 부동산 세제 관련 원칙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의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대원칙: 종부세 등의 보유세의 경우 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서 누진과세하고, 양도세는 양도차액에 대하여 역시 누진과세한다. 취득세·등록세 등의 거래세는 낮춘다.

*부가원칙: 선의의 납세자에 대한 부담은 미세조정을 통해 줄여준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고려해 보면 원칙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의외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적용으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각론은 부동산 세제 후퇴?

▲ 종합부동산세 자진 신고납부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라이트코리아 주최로 열린 '조세저항 국민운동' 결성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해 12월 8일 MBC TV '뉴스투데이'에서 방영된 인터뷰를 살펴보자.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잖아요. 거기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세금, 규제 이런 거 갖고는 집값을 잡을 수가 없다는 말씀이죠."

그리고 보유세와 양도세는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하며 투기목적과 관계없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고 세금, 규제 가지고는 집값을 잡을 수가 없다더니 갑자기 보유세와 양도세는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게다가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조세저항이 전혀 없이 인상할 수 있는 세금이 있기는 한가? 결국 원칙을 포기하고 사실상의 부동산 세제 후퇴를 주장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것이 필자만의 기우인가?

지난 1월 14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선주자 신년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과 관련, 박 전 대표는 "부동산 문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집 있는 사람은 수요공급 시장원리에 따르면 된다"며 "문제는 집 없는 국민인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시행분양제를 제안했는데 쉽게 표현하면 '원가아파트제'다"라고 답했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시장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보여 왔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주택 소유자들을 위한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따를 것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재화와 부동산 문제를 별다른 구분 없이 맹목적인 수요공급의 원리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 왜냐하면 부동산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토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토지에 대한 수요에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전체 시장의 교란이나 왜곡 등 그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의 방임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투기적 가수요에 있으며, 토지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수하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진정 시장원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의 우선 환수를 주장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가 아니겠는가.

국가시행분양제, 불로소득 환수와 거리 멀어

▲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아파트값거품내리기모임 등 3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은 건설업계를 대변하지 말라"며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는 또 무주택자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시행분양제'를 제안했다. 국가시행분양제는 일종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토지공사와 시행사가 챙기는 이윤을 없애기 위해 국가가 직접 시행을 하고 시공은 민간업체가 맡는 방안으로, 핵심은 형질변경 및 인허가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가격상승을 방지해 분양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가시행분양제가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담보되고 분양가를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각종 공영개발 방식과 비교할 때 그다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처음 매입자가 매도할 때 돌아가는 불로소득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잘 알려진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의 경우 국가시행분양제와 마찬가지로 공영개발을 통해 분양가 하락을 유도하는 동시에 매도 시에는 분양가격에 이자 정도를 더한 가격으로 하게 함으로써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시행분양제보다는 훨씬 우수해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를 알았는지, 혹은 변형된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반값아파트'가 한나라당 당론이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시행분양제를 천명할 당시 단독 시행을 주장하지 않고 본래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핵심인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이나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적용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겪으면서 '토지공개념'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음을 감안할 때 대권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검토하려면 토지공개념에 대한 인식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얼마 전 KBS 2TV에서 방영된 <추적 60분>에서 박사급 이상 전문가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헌법 명기 여부에 대한 찬성이 57.2%에 달했다.

재밌는 것은 동일 프로그램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헌법명기' 찬반 여부를 물었는데, 박 전 대표만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단, 이명박 전 시장은 답변 유보).

'나 홀로' 토지공개념 개헌 반대, 책임 뒤따라야

물론 이 같은 반대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대한 명백한 반대인지, 아니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자체는 지지하나 헌법에 명기하는 것에 대한 반대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개헌에 대해 '나 홀로 반대'를 표명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용단에는 책임이 필요한 법. 우선 그는 자신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대선 주자 중 1인으로서 자신의 입지 선택과 결과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2월 21일자 <매경이코노미>의 '박근혜, 기업정책 타당성 1위' 제하의 인터뷰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정부가 세금을 징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들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취급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술했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에 있으며, 토지 불로소득의 대부분을 개인이 가져가도록 하는 상태가 제도적으로 허용된다면 마땅히 국민의 대부분은 기회가 된다면 불로소득을 추구하여 투기바람에 합류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꾼으로 취급받는 것을 진정으로 안타까워한다면, 그에 앞서 부동산 세제의 대원칙을 중심으로 애초에 모든 국민들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원천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조영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박 전 대표, #부동산 세제, #보유세, #불로소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