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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경부운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모델로 독일 운하에 주목한다. 이명박씨와 그의 추종자들은 독일운하를 벤치마킹해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모든 토론에서 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마다 독일운하를 운운한다.

운하에 생소한 많은 국민들은 이씨와 그를 추종하는 이른바 전문가들이 독일 및 유럽 운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씨는 운하 전문가를 비롯한 3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이끌고 지난해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를 방문해 운하 등을 견학했다. 이는 한국 언론에 여과 없이 대서특필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독일운하 현장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이씨가 주장한 것처럼 독일 운하는 꿈의 운송수단일까. 우리는 독일현장에서 이씨가 거쳐 갔던 길을 따라가서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곳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운하는 물 흐름이 끊긴 정체 수역

먼저 운하란 무엇일까? 독일 운하 관계자들은 운하를 무엇으로 이해할까? 운하에 생소한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운하를 뱃길로 이해한다. 강에 배가 다니는 길, 즉 수로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슈테파니 텝케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크 부국장(이 사람은 이씨가 방문했을 때 마인-도나우 운하에 대해 브리핑했다)은 '운하는 강과 다르다'고 말했다. 텝케 부국장은 강은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제방을 쌓는 등 인공적인 변화를 가미하더라도 물이 흐르는 지역을 지칭한다고 했다. 그러나 운하는 물이 흐르지 않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배가 지나다니더라도 물은 정체돼 전혀 흐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운하는 강이 아닌 지역을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을 말한다.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잇는 운하는 총 길이 171km이며 16개의 갑문으로 연결돼 있다. 전 지역에 인공적으로 수로를 파서 연결했다. 과거의 좁은 뱃길을 확장했거나 호수 등을 연결해서 만든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원래의 강이 아니고 인공적인 운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배가 다니기는 하지만, 자연적인 강과는 달리 물이 전혀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갑문과 갑문 사이에서 물의 흐름이 닫혀 있고 정체돼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수량이 풍부한 도나우강 지역에서 강제로 펌핑(pumping)해서 마인-도나우 운하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그 물은 마인 지역 밖으로는 흐르지 않는다. 171km 운하구간에 갇혀 있다. 강과 운하는 이렇게 다르다.

그렇다면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은 독일의 강과 운하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서도 경부운하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부운하는 총 길이 550km이며 20여개의 갑문으로 계획돼 있다.

20여개의 갑문으로 연결돼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수로는 강인가, 운하인가? 이씨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갑문과 갑문 사이에선 물이 정체되고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방법으로 물이 정체되지 않는 뱃길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해야만 한다.

▲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와 갑문 위치와 높이.
ⓒ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크

RMD 아니라 MD... 사실상 운하와 관계 없는 라인강은 왜 끌어들이나

이씨는 독일에서 본 RMD(라인-마인-도나우) 운하에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RMD운하가 아니고 MD(마인-도나우) 운하이다. 라인강은 제외돼야 한다. 마인-도나우 운하는 마인강과 도나우강 사이 171km의 미연결 구간을 16개의 갑문으로 연결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라인강과는 관계없다.

그런데도 왜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 심지어 한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뉘른베르크 수로국의 브리핑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RMD 운하라고 말하는지 의문이다(연방수로국 뉘른베르크의 모든 공식 팸플릿에도 MD운하라고 명기돼 있다).

이는 사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지역을 통과하는 물동량에 대한 내용이다. 독일연방의 전체 수로는 연방수로법 정의에 의해, 해운과 내륙주운을 포함해 배가 다니는 수로로 총 길이는 7354km에 달한다.

이를 세분해서 정리하면 첫째,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수로는 2537km이다. 둘째, 물의 수면 높이를 조정한 수로는 3027km. 끝으로 갑문을 만들고 인공적으로 조성한 운하 지역은 1742km이다. 나머지 48km정도는 갑문 등 부대시설이 설치된 지역이다.

▲ 독일 강과 운하의 물동량.
ⓒ 비르트(1998년)

그렇다면 전체 7354km의 수로에서 물동량은 어떠할까.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연중 강수량이 풍부한 700km 길이의 라인강 지역이 독일 전체 물동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수로 길이의 10%에 불과한 라인강이 독일 전체 운하 물동량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라인강 지역에는 전혀 갑문이 없다. 부분적으로는 인공적인 기능을 보완했지만 기본적으로 배가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는 강이다. 라인강은 시속 22km의 속도로 3000~4000톤급의 화물선이 다닐 수 있는 수로이다.

반면 한강과 낙동강은 화물선이 다닐 수 없는 강이다. 그런데도 왜 이씨는 라인강 지역을 눈 여겨 보지 않고 마인-도나우 운하에 관심을 보였을까. 그리고 마인-도나우(MD) 운하라고 하지 않고 굳이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라고 지칭하면서 사실상 운하와 관련 없는 라인강을 끌어들였을까.

운하 건설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왜곡된 물동량이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상세한 해석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래도 이씨가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라고 우긴다면 또 다른 사실을 알려주겠다. 라인강을 다니고 있는 대형 화물선은 마인-도나우(MD) 운하로 들어오지 못한다. 다시 말해 라인강의 대형 화물선은 MD운하를 거쳐 도나우강으로 다닐 수 없다.

30여년의 논란 끝에 1992년 MD운하가 완공됐을 때 이미 라인강의 화물선은 MD운하의 갑문과 다리를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도로와 철도에 비해 경제성이 급속도로 약화된 내륙운하의 화물선이 더욱더 많은 화물을 한 번에 운송하기 위해 대형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MD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선은 최대 길이가 190m, 2000톤급 이하이며 일반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화물선은 길이 100m, 1500톤급이다. 따라서 라인강에서 운행되고 있는 대형 화물선은 MD운하를 통과할 수 없다. 특히 라인강에서 다니고 있는 컨테이너 화물선은 아예 MD운하를 통과할 수 없다.

라인강의 대형 화물선을 MD운하로 통과시키려면 MD운하의 폭을 넓히고 더 깊게 해야 하며, 모든 갑문을 확장하고, 다리를 높여야만 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또 다시 투입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해에서 흑해 사이에서 운하를 통해 운송될 것으로 예상했던 물동량은 독일 통일 후 북해에서 직접 함부르크항을 거쳐 모스크바로 이동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정치적 변화가 물동량의 이동 노선을 함께 변화시킨 것이다.

▲ 마인-도나우 운하를 운행하는 주요 화물선.
ⓒ 생태지평 장지영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MD운하 건설 후 독일 내륙주운이 도로와 철도 등 다른 운송수단의 물동량을 상당 부분 흡수했을까. 독일 현지에서 재미있는 자료를 발견했다. MD운하 건설과 관련한 논란이 독일 사회에서 한창일 때 독일의 내로라하는 연구소와 운하 컨설팅 회사가 예상 물동량을 발표했다.

▲ 독일 각 기관별 마인-도나우 운하 물동량 예상치.
ⓒ 마틴 트라페

1970년 IFO(독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경제연구소)사와 1992년 RMD AG회사(MD운하 건설회사)만이 2000만톤과 1800만 톤이라는 높은 물동량 예상치를 발표했다. 당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시점에서 독일 정부는 이 두 기관의 물동량 예상치 의견에 따라 운하 건설을 완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할까. 2006년 현재 MD운하의 물동량은 624만톤에 불과하다. 두 기관의 예상치는 크게 빗나갔다.

▲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 물동량(1992-2006).
ⓒ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크

높은 물동량을 예상했던 IFO연구소는 바이에른 주에 있는 연구소로서 당시 바이에른 주는 MD운하 건설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라인강의 물동량과 도나우강의 물동량을 잇는 MD운하를 건설하면, 두 지역의 중간지점에 있고 MD운하 건설지역인 바이에른 주가 경제적으로 매우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연구소는 근거 없이 높은 예상치를 내놓았다.

또한 RMD AG운하 건설회사는 당시 MD 운하를 직접 건설했던 회사로서 당연히 높은 예상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들 기관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다. 한마디로 MD 운하의 물동량은 최악의 상태이며, 경제성이 없음이 입증됐다. 최소 1000만톤 이상의 물동량이 있어야만 손익분기점을 그나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MD운하 건설의 총사업비는 23억 유로(독일연방 70% 부담, 바이에른 주 약 30% 부담)이고 2800만 유로에서 3800만 유로가 보수 유지비로 매년 들어가지만(출처 :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크), 수익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내놓고 있는 경부운하의 물동량 예상치는 과연 타당할까. 지난 기고('국운의 길'인가 '뜨거운 대권욕'인가, 통계누락·과대추정 덧칠된 경제성 평가, <오마이뉴스> 2006년 12월 19일자)에서 이에 대해 밝혔지만, 독일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독일 내륙화물 수송을 위한 주요 교통 수단 비교.
ⓒ 독일 연방수로국

독일 운하는 '세금 도둑'

독일 운하는 90%가 국민 세금으로 건설됐다. 한마디로 독일운하는 세금 도둑인 셈이다. 만약 운하에 경제성이 있다면, 이씨가 자신 있게 말한 것처럼 왜 독일에서는 민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앞에 있는 '독일의 물동량 변화' 도표를 보면, 독일 운하는 1960년대에는 전체 물동량의 약 30%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그토록 예찬한 RMD운하(사실은 MD운하이지만)는 완공 당시인 1992년 이후엔 오히려 운하 물동량이 늘지 않았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독일의 물동량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도로화물 운송이 전체 물동량의 70%를 담당하고 있고 철도 15%, 운하 1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1991년까지 철도 물동량이 많은 것은 구 동독지역의 갈탄 생산을 위해 철도 운송량이 많았기 때문이며, 독일 통일 후 갈탄생산이 중단되면서 철도 물동량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단거리 운송 및 시급하게 운송해야 하는 물품을 담당하는 도로화물 운송은 어떤 경우라도 운하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도로화물 물동량이 운하로 흡수될 것이란 예측은 실현 불가능하다.

MD운하를 15년 동안 연구해온 마틴 트라페 지질학 박사(바이에른 주에 있는 아이히 슈테트 카톨릭 대학교)는 MD운하의 경제성 예측은 빗나갔으며, 부분적으로 운하를 통과하는 지역에 보상차원에서 지원한 관광산업 활성화는 이뤄졌지만, 이는 운하 건설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라기보다는 운하건설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해당지역에 지급된 막대한 보상비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틴 박사는 "물동량 예측은 크게 빗나갔고 운송수익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운하건설에 따른 생태계 복원차원에서 진행한 환경계획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이씨가 경부운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힐폴슈타인 갑문 통제소를 찾았을 때, 독일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증명하듯 여느 때와 같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배가 갑문을 통과하는 장관을 보기 위해 배를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곧 올 것이라던 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통제소에 긴장된 스피커 목소리가 들렸다. MD운하 갑문 중 4곳을 통제하는 힐폴슈타인 갑문통제소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내용은 다른 갑문의 고장으로 배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갑문 고장으로, 갑문 안에 들어온 배가 꼼짝없이 갇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결국 힐폴슈타인 갑문을 통과하는 배를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베를린 공항에 도착해 숙박지로 향하던 중 택시 운전기사의 말이 생각났다. 동양의 낯선 이방인들이 운하 때문에 왔다고 하자 그 기사는 "운하를 건설하면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먼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택시 운전기사도 생각하는데, 왜 한국의 정치지도자와 학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통역 : 김상국 베를린 자유대학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덧붙이는 글 | 특별기획 '이명박 발 경부운하, 축복인가 재앙인가'의 독일 현지 취재 기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박진섭 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입니다.


태그:#마인-도나우, #이명박, #경부운하, #물동량, #내륙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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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부소장입니다. http://ecoi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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