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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6자회담이 13일 6개국의 합의로 타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폐막 회의에 앞서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13일 베이징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이에 상응하는 각국의 중유 제공,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2·13 합의가 채택되자 국내 전문가들은 예상 밖의 상당한 진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드디어 한반도에 핵 해빙이 시작되었다"며 "이번 합의는 북미간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백 실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의 유일한 카드가 핵 카드였는데 미국이 북핵 문제 접근 방법을 예전과 달리 한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에 있어 미국이 먼저 협조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면서 "북미 양국이 베이징과 베를린에서 만나 사전 조정하고, 미국 안에서도 딕 체니 등 강경파들이 약화되면서 '부시-라이스-힐' 라인으로 이어지는 협상파가 힘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간의 협상은 그동안 숱한 곡절을 겪었고 타협안이 뒤집히기 일쑤였다.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도 한 사례다.

이에 대해 백 실장은 "9·19 성명은 '말 대 말'의 합의였지만 이번에는 '행동 대 행동'의 합의"라며 "어느 한 쪽이 합의를 깨면 비용이 엄청나다, 미국은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을 못해 대외환경이 열악해지고 경제 지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행동 대 행동'... 뒤집히기 어렵다"

@BRI@13일 타협안이 나오기 직전까지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제네바 합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제네바 합의는 동결 단계와 폐기 단계가 구분되었고 동결 이후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동결보다 더 나간 폐쇄를 추가했고, 이것도 불능화 내지 폐기로 가는 전 단계"라고 말했다. 폐쇄는 유지 보수를 하지 않는 것인데 폐쇄 상태가 오래 가면 실제로 불능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제네바 합의 때는 각 조치에 대해 시한을 두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60일로 명시해 적어도 초기 단계 이행 조치까지는 철저하게 로드맵을 정확하게 잡은 것"이라며 "제네바 합의는 동결 대가로 무조건 50만톤의 중유를 줬는데 이번에는 북한의 행동이 없으면 주지 않는다, 북한이 그토록 요구했던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확실하게 구현됐다"고 분석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는 타결안 내용이 잘 나왔다"며 "이 정도 내용이면 제네바 합의 때와 다르다"가 강조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 핵 시설의 동결이고 이번에는 불능화며, 북한이 95만톤의 중유를 받기 위해서는 동결 수준보다 훨씬 더 뛰어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일부에서 과연 이번 합의가 잘 이행될 지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번에는 북핵 폐기의 대가에 대해 다자간 지원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등 구조상 뒤집힐 것 같지는 않다"며 "지금 상황에서 과거에 잘 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잘 되지 않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탄력받는 남북 정상회담, 그러나

2·13 합의로 당장 남북 정상회담 개최설이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고 특히 국내 보수 세력들의 공세도 예전보다 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번 합의로 남북 정상회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일단 남북한 사이에 장관급 회담을 재개하고 인도적 지원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됐다"며 "그러나 이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깊숙하게 논의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외교가에 소문이 나돌던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 실마리를 잡은 이 상황에서 남북한 정상들만의 회담은 사실 성과를 낼 것이 없다"며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전쟁의 종전 선언 가능성을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 평화선언 정도만 해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엔 대북제제, 바로 철회되진 않겠지만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북한의 핵실험 뒤 시행된 대북 제재가 바로 철회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했다면 대북 제재 철회가 논의될 수 있지만 현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가 사실상 위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다. 백학순 실장은 "이번 합의로 유엔의 대북 제재는 사실상 정치적인 힘을 잃어버렸다"며 "비핵화 과정이 어느 정도 진전되어서 확실하게 비핵화 이행 의지가 보인다면 정치적으로 대북 제재 문제를 풀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로서는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경수로 문제도 있다. 북한이 경수로 제공 요구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9·19 공동성명에도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한다고 되어있다.

김연철 연구교수는 "북한 핵 시설의 불능화가 빠른 시일안에 진행되고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해 비핵국가가 되는 등의 시점에서 경수로 문제가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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