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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노동자들은 여수보호소를 '보호소'가 아닌 '감옥'이라고 부른다.
ⓒ 고기복

@BRI@한국에서 일하다가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되었거나 형사범으로 형 집행이 끝나 강제 출국되는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이 화성이나 여수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다.

'외국인보호소'라 함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출국 절차 진행을 하기 위한 임시 거처라는 뜻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보호소'지 실상은 구금시설로 감옥이나 진배없는 곳이다.

특히 이번 화재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이하 여수보호소)의 경우 일반출입국사범 중에도 장기구금대상자들이 많고, 그 동안 숱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지적돼 왔다.

"여수는 보호소가 아니라 감옥이라요"

▲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이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고기복
단속에 걸리면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강제퇴거 조치되지만, 여권 미소지자 등 출국요건 구비기간이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다. 그리고 기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우, 여수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진다.

지난 1월에는 난민신청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단식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여수외국인보호소로 이송시켜, 당사자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곳이 '보호소'가 아닌 '감옥'이라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다. 수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으로 인해 국가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고, 시민단체들의 시정 요구가 계속돼 왔다. 보호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그 곳 실태를 고발했던 외국인도 있었다.

지난 2004년 9월 중국동포의 하소연이 지금도 생생하다. 임금체불과 명예훼손 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중국동포 염씨는 여수보호소에 수감되었다가 일시 보호 해제된 적이 있다.

"여수는 보호소가 아니라 감옥이라요. 고개를 겨우 드러낼 정도의 창문만 있고, 아침저녁 볕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해뜨는 걸 구경할 수가 없어요. 워낙에 오래되고 낡은 감옥시설 이라요. 보호소라 해놓고 감옥에 집어넣었으니, 오죽했겠어요."

물론 여수보호소는 지난 2005년에 건물을 신축하여서 지금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염씨의 원성은 단순히 시설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외국인보호소 운영 방식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탈출하려는 이유

강제 출국되는 이들 대부분은 상당액의 빚을 지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다가 단속에 걸려들어온 사람들이다.

게다가 일부 국가의 경우 불법체류를 한 자국민들을 형사 처벌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수감된 외국인노동자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귀국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사실은 2003년 9월 11명, 2004년 5월 23명의 집단탈출 사건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여수보호소 사건발생 과정에서 수감된 중국인 한 명이 젖은 휴지를 이용하여 CCTV를 가리고자 시도했으며, 이것이 탈출을 위한 예비적 행동이었다는 언론보도의 지적이 있다. 여수출입국 직원들은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응에 소홀했다는 것은 이러한 일들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이었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이나 경찰이 그간의 집단탈출 사례를 들어 이번 여수보호소 참사 사건을 '도주 목적으로 한 방화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스런 부분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을 간과한 운영과 단속·강제출국 위주의 불법체류자 정책이 낳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탈출 대비책은 있었어도 안전 대비책은 없었다

▲ 화성외국인보호소
ⓒ 고기복
외국인보호소는 수감된 외국인들이 보호소 내 CCTV를 가리는 행위나 시설물 파손 등과 같은 행위에 대해 사진이나 영상자료를 만들어 보관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집단 탈출이나 화재 발생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조치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호소는 집단탈출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호실내 잠금 장치는 철저하게 하면서도 대형 인명참사에 대한 조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인명 우선 대피도도 없었고, 스프링클러도 작동이 되지 않았으며, 인화성이 강한 우레탄을 바닥재로 사용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이 같은 시설미비를 지적하며 요구할 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늘 '예산상의 문제가 있다' 혹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예산 타령과 관료적 사고방식이 27명의 대형 인명참사의 비극을 낳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단속과 강제출국 중심의 불법체류자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외국인보호소가 불법체류자들을 강제 퇴거시키기 위한 수속이나 밟는 임시거처가 아니라 억울함을 안고 추방되는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최대한 풀어주고, 인권을 보호하는 등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 피난처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태그:#외국인보호소, #감옥, #여수,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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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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